서울문화사 소속 시사 주간지 일요신문에서 후배 기자 A씨에게 팀장 B씨가 음담패설을 이용한 5행시 및 성관계 관련 내용 등을 수차례 개인 메시지로 보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A씨는 지난해 11월7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었고, 6일 뒤 편집국장에게 해당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서울문화사 인사팀에서는 한 달이 지난 지난해 말에야 사건을 파악하고 조사를 시작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4조 2항에 따르면 회사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지체 없이’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해야 한다. 이때 회사는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해 피해자 등이 조사 과정에서 성적 수치심 등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일요신문
▲ 일요신문

A씨 신고 이후 편집국장과 인사팀장은 ‘사내에서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로 인권위 진정 취하를 요구하기도 했다. A씨는 이들의 인권위 진정 취하 요구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A씨는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B씨가 자신에게 보낸 메시지를 인권위에 증거로 제출했다.

한 예로 지난해 6월경 B씨는 A씨에게 “‘자’X로 귀싸대기 맞고 싶냐. ‘유’X 뽑기 전에 아닥해라. ‘한’명이랑 말고 갱X(집단 성관계)을 하던가. ‘국’가대표 창녀 뽑는 데나 출전해, ‘당’구공으로 쑤X버리기 전에”라며 ‘자유한국당’ 5행시를 메시지로 보냈다.

B씨는 1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수개월 간 제일 친하게 지냈고, A씨도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했다”며 일방적인 메시지가 아니었다고 답했다. B씨는 “(메시지 외에) 다른 부분에서는 입장이 다른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B씨는 인권위 답변서에 A씨가 자신의 성기를 만졌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에 대해 “대낮에 상사의 성기를 만질 수 있는 후배 기자가 어딨느냐”며 사실무근이라 반박했다.

A씨는 왜 사내해결을 꺼렸을까?

A씨는 과거 회사에서 또 다른 성희롱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편집국장이 인사팀에 뒤늦게 사건을 알렸고 △가해자의 사과가 진정성이 없었으며 △가해자의 징계 사실이 소문으로만 떠돈 것 등을 이유로 회사에 성희롱 사건을 신고하기 두려웠다고 밝혔다. 다른 사유로 알려졌지만 당시 성희롱에 문제를 제기했던 기자는 회사를 떠났다.

김원양 일요신문 편집국장은 12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당시 전체 기자들을 다 모아놓고 (가해자에게) 사과를 시켰는데도 뒷말이 나왔다”며 “감봉조치도 있었다”고 말했다. 국장으로서 단호하게 대처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A씨는 B씨가 자신의 팀장이었기 때문에 아이템 선정 등에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어 장기간 문제 제기를 못하고 참아왔다고 했다.

A씨는 “지난해 초부터 B씨의 성희롱이 시작됐고 이로 인해 우울증 약까지 먹고 있다”며 “여기자는 여자가 아니라 기자다”라고 말했다.

▲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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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이 사건을 쥐고 있던 한 달 반

A씨가 김원양 일요신문 편집국장에게 인권위 진정 사실을 알린 건 지난해 11월13일이지만 서울문화사 인사팀에서 해당 사실을 알고 조사를 시작한 건 12월 하순경이다. 지난 5일 B기자에 대한 직위해제가 있었다.

김 국장은 A씨에게 지난해 11월 말 ‘인권위 진정 취하와 관련해 부모님하고 상의 해봤는지’, ‘회사에 알리는 과정을 생략하고 인권위로 가는 부분에 대해 회사에서도 서운한 부분이 있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당시 김 국장은 인권위 조사와 별개로 회사에서도 조사하겠다고 A씨에게 알렸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중순경 김 국장은 A씨에게 ‘인권위에서 어떤 결정을 하는지 중요하고 이를 기준으로 징계위를 열어 결정하겠다’는 일요신문 사장의 뜻을 전했다. 관련법에 ‘지체 없이’ 조사해야 한다는 규정을 파악한 뒤에야 서울문화사 인사팀에서 성희롱 사건을 알렸다.

김 국장은 인터뷰에서 “그 (지체 없이 알리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국장은 “처음엔 인권위 진정 취하를 제안했지만 A씨가 받아들이지 않아 그 이후로는 취하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A씨와 B씨 간의 대화 내용을 보내달라고 한 이유에 대해 김 국장은 “B씨가 잘못한 건 증거가 다 있고 징계가 확실하다”며 “형량을 정하는 데 있어서 왜 그런 대화를 하게 됐는지, 대화 이후 상황은 어떻게 마무리됐는지 알아봐야 해서 대화 내용 전체를 보내달라고 했는데 두 기자 모두 이를 보내지 않아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인사팀장도 인권위 취하 요구

A씨에게 인권위 진정 취하를 요구했던 또 다른 인사인 서울문화사 인사팀장은 지난 1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그런 적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와 인사팀장의 주장은 차이가 있다.

지난해 12월 말 A씨와 인사팀장이 만났다. 인사팀장은 “인권위로 가면 대표이사가 징계를 먹을 수 있다” “내가 사건을 엄중하게 다룰 테니 인권위 진정을 취하하고 회사를 믿어달라” “외부에 알려지면 회사가 A를 보호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든다” “얼마나 지저분한 싸움이 되는지 아느냐. 차라리 둘 다 회사에서 나가서 싸우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숙고 좀 해달라” 등의 발언을 했다. 인사팀장 요구에 A씨는 수차례 “죄송하다”며 거절했다.

인사팀은 B씨에 대한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인사팀장은 “양쪽 입장 중 첨예하게 다른 게 있는데 양쪽 진술서에 나오는 인물을 조사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A씨를 보호해야 하는 게 책무여서 비밀리에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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