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이어져 온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을 둘러싼 찬반 갈등이 합리적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고 계속해서 법정 분쟁으로 공전하고 있다.

국립공원위원회에서 두 차례 불허 후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조건부 사업 승인, 지난해 12월28일 문화재청이 문화재 현상변경안을 심의해 만장일치로 부결, 이를 다시 지난해 6월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문화재 현상변경안을 거부한 문화재청의 결정을 뒤집었다.

중앙행심위 결정은 동일한 사유로 같은 내용의 처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가 애초 부결 사유 외 다른 사유가 있는지 검토했지만, 결국 다른 사유를 찾지 못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10월25일 “문화재위 천연기념물분과 회의에서 설악산 천연보호구역 내 오색삭도 설치 현상변경에 대한 심의 결과, 2016년 문화재위의 부결 사유와 마찬가지로 오색삭도 설치와 운영이 문화재에 영향이 크다는 것을 재확인했다”며 “다만, 중앙행심위의 행정심판 재결의 기속력(행정기관 처분을 취소·변경할 수 없는 효력)에 따라 동일한 사유로 같은 내용의 처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문화재청에서 행정심판법에 따라 행정처분 시 저감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에 반대하는 국민소송인단이 지난 10일 서울행정법원에 ‘설악산 천연보호구역 문화재현상변경허가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사진=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제공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에 반대하는 국민소송인단이 지난 10일 서울행정법원에 ‘설악산 천연보호구역 문화재현상변경허가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사진=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제공
이에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반대 측에선 국민소송인단을 꾸려 지난 10일 서울행정법원에 ‘설악산 천연보호구역 문화재현상변경허가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국민소송인단엔 케이블카 설치 지역인 강원도민과 양양군민을 비롯해 전국의 연구자·작가·산악인·교육자·봉사자·환경운동가 등 350여 명이 힘을 보탰다.

이들은 “이번 행정처분 이전에 문화재청의 독립심의기구인 문화재위는 설악산 문화재의 활용적인 부분과 환경 피해 부분 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현상변경에 대해 불허가 결정을 내렸다”며 “그런데도 문화재청은 아무런 이유 없이 문화재위 결정을 따르지 않았고, 문화재현상변경을 조건부 허가할 특별한 내용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문화재청은 문화재위 재심의 고려사항을 전혀 수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별도의 추가 조사나 검토도 없이 설악산 문화재현상변경허가 처분을 내렸다”며 “이는 문화재청의 명백한 재량권 일탈·남용이며, 현상변경허가를 조건부 허가할 특별한 내용을 제출하지 않는 한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문화재위는 자문기구에 불과하고 문화재현상변경 허가 등 최종 행정처분 권한은 문화재청장(김종진)의 재량 행위라는 입장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1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문화재위 결정이 어떻게 나든 문화재청은 중앙행심위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지금까지는 문화재위 결정을 존중해 왔으나 이(오색 케이블카) 부분은 문화재위도 행정심판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 설악산 소공원과 권금성을 연결하는 케이블카.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1년 사위인 고 한병기씨에게 외설악의 정상인 권금성으로 왕복하는 삭도(케이블카)를 내주고 독점 운영하게 했다. ⓒ연합뉴스
▲ 설악산 소공원과 권금성을 연결하는 케이블카.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1년 사위인 고 한병기씨에게 외설악의 정상인 권금성으로 왕복하는 삭도(케이블카)를 내주고 독점 운영하게 했다. ⓒ연합뉴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지난해 10월 중앙행심위 케이블카 건설 찬성 의견에 문화재위 결정도 귀속될 수밖에 없다고 한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에 정권 외압이 있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박근혜 정부 때 설악산 케이블카를 반대하며 문화재 보호의 결기를 보였던 문화재위원들이 문재인 정부 하에서 교체되면서 문화재위에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인지 의문”이라며 “문화재위가 스스로 정권의 눈치를 본 것인지, 문재인 정부의 압력에 의한 것인지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환경생태학회도 지난해 11월 “생태·환경학자 1194명은 2015년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국립공원위원회에서 공원 계획 변경 승인된 후 ‘총회’ 결의로 사업의 부당성을 인식하고 결정 철회를 주장한 바 있다”며 “산악 공원의 케이블카 문제는 계속해서 국토 난개발을 가져오는 도화선이 될 것이 뻔하다”고 반대 입장을 냈다.

학회는 “설악산국립공원은 유네스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인증한 보호지역 범주에 해당하는 세계적 국립공원이며,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라며 “천연보호구역·백두대간보호구역·산림유전자원보호구 등 겹겹이 보호 장치를 해두었음에도 지역의 관광 활성화 명목 앞에 힘을 쓸 수 없는 현실은 참담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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