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3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나 “좌파정권이 들어서서 SBS를 빼앗겼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명박 전 대통령은 “그것도 적폐”라며 맞장구를 쳤다. 언론을 정권의 소유물로 인식하는 두 사람의 태도, 당사자인 SBS 노동자들은 어떻게 봤을까?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본부장 윤창현)가 10일 발행한 노보에 따르면 이 광경을 지켜본 SBS 노동자들의 심란한 마음이 드러난다. 홍준표도 홍준표인데,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 옆자리에 있었던 하금열 전 대통령실장(전 SBS 사장) 때문이다.

노보는 ‘‘홍준표 막말’에 등 돌린 그 사람…그들이 남긴 주홍글씨’ 제하의 노설(勞說)을 통해 홍준표 대표에 대해 “부패 권력의 핵심다운 발언으로 언론자유를 유린했던 과거에 대한 자기고백”이라면서도 “홍준표 대표의 막말 퍼레이드에는 별도 대응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노보는 하금열 전 실장에 대해선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노보는 “어처구니 없는 발언의 현장에서 있던 한 사람에 대해선 한 마디 하고 넘어가야겠다”며 “하금열, SBS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 사장까지 지내며 지상파 방송 SBS를 대표하는 얼굴이었다가 한 순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오른팔인 대통령실장으로 변신한 대표적 폴리널리스트”라고 지적했다.

SBS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발언이 알려진 3일, 즉각 반박보도를 냈다. 사진=SBS 8시 뉴스 화면 갈무리.
SBS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발언이 알려진 3일, 즉각 반박보도를 냈다. 사진=SBS 8시 뉴스 화면 갈무리.
노보는 이어 “청와대에서처럼 이날도 이 전 대통령의 옆자리에 앉았던 그는 홍준표 대표의 SBS 관련 발언이 이어지자, 카메라를 의식한 듯 자리를 떠나 애써 막말의 순간을 외면했다”며 “한 때 SBS의 대표였던 자로, 단 한 마디 항의나 정정도 하지 않았다. 사내 일각에서는 ‘사장까지 지낸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실망과 탄식이 나오고 있으나 잠시만 생각해보면 철저하게 그 사람다운 반응”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노보는 “하금열 사장 시절, SBS 구성원들은 종편 탄생의 길을 열어 방송시장을 황폐화시킨 미디어법 개정에 반대하며 거센 투쟁을 벌였다”며 “당시 하 사장을 비롯, 훗날 이명박의 입으로 변신한 최금락 당시 보도국장 등은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후배들의 투쟁에 직접 징계 기사를 작성해 반성하며 배신의 칼날을 꽂았다”고 밝혔다.

하금열 당시 사장 체제의 SBS는 2009년 종편의 법적 근거가 된 미디어법이 개정됐을 당시 미디어법 반대 투쟁에 나선 노동자들에 대한 징계를 가했으며, 최금락 당시 보도국장은 4대강 등 권력 비판보도를 차단하고 미디어법 반대 파업 참가자에 대한 징계 기사를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보는 “그들에게 SBS는 한낱 출세의 수단이자, 권력 접근 통로에 불과했다”며 “그들이 SBS를 단 한 순간이라도 책임있는 언론으로 여겼던 적이 있었나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SBS를 능멸하는 이들의 옆에서 카메라 피하기에 급급했던 하금열 전 사장의 뒷모습은 과거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SBS를 등졌던 그 때 그 모습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비판했다.

노보는 SBS가 홍 대표 발언이 알려진 당일 메인뉴스에서 “정치 권력이 언론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홍준표 대표가 SBS를 빼앗겼다고 말했는데 저희는 지금까지 자유한국당 소유였던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입장을 내놓았다. 

노보는 “논리적으로 틀린말이 아닐지 모른다”면서도 “그러나 이명박 정권 이래 줄줄이 권력의 나팔수로 변신한 SBS 출신 폴리널리스트들이 새겨놓은 주홍글씨와 우리 스스로 저항을 포기하며 방송의 독립성과 언론 자유를 포기했던 부끄러운 과거의 상처들은 아직 선명하게 남아 있다”고 자성했다.

노보는 “최근 과거 위안부 합의 보도 등에 대한 자기 반성을 담은 보도와 앵커멘트, 그리고 ‘홍준표 막말’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 SBS 뉴스의 변화를 보여준다는 평가도 있지만 여전히 SBS의 이마에 새겨진 주홍글씨와 부끄러운 기억들은 위기의 순간마다 다시 소환돼 우리를 짓누를 기회를 엿보고 있다”며 “과거와의 단절과 혁신이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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