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차별’ 논란을 빚어온 페이스북이 한국에 세금을 내고 망사용료 협상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케빈 마틴 페이스북 부사장은 10일 오후 과천정부청사에서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과 면담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방통위에 따르면 이효성 위원장이 조세회피 논란을 지적하자 케빈 마틴 부사장은 “현지에 수익을 신고하고 세금을 납부하기로 한 25개 국가에 한국도 포함된 만큼, 앞으로도 한국의 조세법을 성실하게 준수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케빈 마틴 부사장은 망사용료 논란과 관련해 “페이스북은 한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규제 역차별 및 망 사용료 이슈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서 “정부기관과 더욱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규제기관의 방침을 존중하며 충실하게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케빈 마틴 페이스북 부사장(왼쪽)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사진=방통위 제공.
▲ 케빈 마틴 페이스북 부사장(왼쪽)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사진=방통위 제공.
이효성 위원장은 “국가별로 매출을 신고하고 세금을 납부하겠다는 페이스북의 최근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국내 사업자와 같이 트래픽 사용량에 상응하는 망 사용료를 부담하는 것이 공평하며 국민정서에도 부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으로 빚어진 망사용료 논란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은 통신망을 이용하는 대가로 통신사에 망사용료를 낸다. 해외 서비스의 경우 이용자가 접속할 때마다 해외 서버에 접속하는 게 번거롭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국내에 데이터를 복사해두는 캐시서버를 두고 있다.

페이스북은 KT에 캐시서버를 두고 연 100억 원의 임대료를 내왔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이용자들은 페이스북에 접속할 때마다 KT 캐시서버를 이용하도록 했다.

문제는 페이스북 트래픽이 폭증함에 따라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에도 캐시서버를 만들 것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망사용료 협상이 결렬되면서 발생했다. 페이스북은 SK와 LG 가입자의 접속경로를 KT가 아닌 해외로 돌렸고 SK와 LG인터넷 이용자들의 페이스북 접속에 차질이 빚어졌다.

페이스북의 데이터 트래픽은 네이버보다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2016년에만 734억 원의 망사용료를 통신사에 냈다. 통신3사가 받는 망사용료 자체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네이버를 비롯한 국내 사업자들과 정부는 해외 기업이 망사용료를 제대로 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역차별’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페이스북 부사장의 방한은 페이스북 등 유력 글로벌 서비스에 세금 납부 등 책임을 요구하는 국제적인 분위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페이스북의 ‘접속변경’ 행위가 이용자 차별 소지가 있다고 보고 조사에 나선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케빈 마틴 부사장은 미 부시 행정부 시절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을 역임한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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