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인터넷 방송이 논란이 되자 국회에서 규제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다수 법안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대 국회에서 박맹우·김성태·이은권 자유한국당 의원, 정동영·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이 인터넷 방송을 규제하는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거나 정책을 제안했다.

박맹우·이은권 의원의 법안은 사업자를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내용이다. 이은권 의원 법안은 인터넷 개인방송 사업자에 불법정보를 차단하는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이 골자다. 박맹우 의원의 법안은 사업자가 ‘음란정보’를 즉시 삭제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과 인터넷 개인방송사업을 기존 ‘신고제’에서 ‘등록제’로 바꾸는 내용도 담겨 있다.

김성태 의원은 기업의 자율적 심의기준을 확정해 표준권고안을 마련한 뒤, 사업자들이 심의를 하고 문제적 행위에 대해 방통심의위가 제재를 할 수 있는 방식을 제안했다. 자율규제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사실상 방송심의와 같은 방식을 인터넷 방송에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 디자인=안혜나 기자.
▲ 디자인=안혜나 기자.

김경진 의원의 법안은 이용자를 규제한다. 인터넷 개인방송을 통해 불법정보를 제작하거나 유통하는 이용자는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막는 내용으로 ‘불량 BJ 퇴출법안’이라고도 불린다.

정동영 의원은 운전을 하며 인터넷 방송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운전 중 영상물 촬영 및 송신을 금지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들 법안 중 다수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 인터넷 방송에 대한 기준이 분명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김경진·이은권·박맹우 의원의 법안은 인터넷 방송의 기준을 ‘1명 또는 복수의 진행자가 출연해 제작한 영상’으로 규정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모든 이용자가 제작하는 모든 동영상이 규제 대상이 돼야 한다. 이용자들이 셀카 영상을 찍어 올리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는 물론 동영상 첨부 기능을 제공하는 커뮤니티 사이트도 예외가 아니다.

법에서 규정한 규제 대상 콘텐츠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도 문제다. 김경진·이은권 의원 법안은 정보통신망법상 ‘불법정보’를 규제 대상으로 정하고 있는데 인터넷 방송을 별도로 규정하지 않아도 이미 통신상 ‘불법정보’는 처벌 대상이다.

김경진 의원은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하며 “음란, 혐오, 욕설 등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영상을 제작하거나 유통시키는 1인 방송 폐해가 매우 심각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정보통신망법상 불법정보에는 ‘음란’ 콘텐츠에 대한 규제는 있지만 ‘혐오’ ‘욕설’과 관련한 내용은 없다. 특히 ‘혐오표현’을 법으로 규제하지 않는 한국의 특성 상 혐오표현 기준 마련 등 사회적인 논의조차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당장 입법으로 해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김성태 의원이 주장한 방통심의위가 인터넷 방송에 대한 심의 권한을 갖는 방식은 이미 통신심의가 과도하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사실상 행정기관이 인터넷 게시물을 통제하는 것으로 검열의 위험이 높다”면서 통신심의 및 시정요구 권한을 ‘민간자율단체로 이양하라’는 권고를 내린 바 있다. 심의제도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대상이 제한적인 TV방송과 달리 전수조사가 불가능한 인터넷에 대한 일상적 심의는 비현실적인 데다 ‘검열’로 악용될 가능성도 크다.

▲ 현재 통신심의로도 인터넷 방송 규제가 가능한 데다 이미 과도한 측면이 있다. 웹드라마 '대세는 백합'은 동성키스 장면이 문제가 돼 제재를 받았는데, 지난해 프리덤하우스는 한국을 인터넷 부분 자유국으로 분류하며 '대세는 백합' 제재를 문제 사례로 언급했다.
▲ 현재 통신심의로도 인터넷 방송 규제가 가능한 데다 이미 과도한 측면이 있다. 웹드라마 '대세는 백합'은 동성키스 장면이 문제가 돼 제재를 받았는데, 지난해 프리덤하우스는 한국을 인터넷 부분 자유국으로 분류하며 '대세는 백합' 제재를 문제 사례로 언급했다.

사업자가 아닌 이용자를 규제하는 김경진 의원의 법안의 경우 ‘위헌’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지원 오픈넷 자문변호사는 “불법정보를 한번 유통했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라는 것은 사업자와 이용자와의 이용계약, 즉 국민의 사적 계약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으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손 변호사는 “술에 취해서 난동을 부렸던 전력이 있는 사람에게 다시는 술을 팔아선 안 된다는 것”에 비유하기도 했다.

해외에서도 인터넷 방송을 대상으로 한 규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인터넷 방송에 대한 직접적인 내용규제는 없고 인터넷 방송을 방송규제 관점에서 접근하지도 않는다. 영국의 경우 기존의 사업자가 온라인에서 유통하는 TV와 유사한 콘텐츠에 대한 규제는 있지만 사례가 극히 적은 데다 ‘인터넷 개인방송’과는 무관한 내용이다.

사업자들은 ‘역차별’도 우려하고 있다. 국내 인터넷 동영상업계 관계자는 “법제화는 한국 사업자만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유튜브 등 해외사업자들에게 적용할 수 없다”면서 “단순히 억울하다는 게 아니라 이용자가 가장 많이 보는 플랫폼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입법 취지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지원 변호사는 “굳이 인터넷방송만을 위해서 (다른 분야) 법 개정까지 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라며 “‘인터넷방송이 문제’라는 인식에 기초해 만드는 전시용 입법으로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온라인 서비스는 무한한 다양성을 갖고 새롭게 생겨날 수 있고,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인터넷의 특성상 파생되는 문제들도 예측할 수 없다”면서 “특정 매체나 서비스에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보여주기식 법안을 만드는 것은 오히려 법적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