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노사 임금협상이 9일 최종 결렬되면서 쟁의권을 확보한 전국언론노조 YTN지부(지부장 박진수)가 10일 파업 여부를 결정한다. YTN지부가 파업에 돌입하면 2012년 언론사 총파업 이후로 6년 만이다.

권준기 전국언론노조 YTN지부 사무국장은 9일 미디어오늘에 “노조에서 조정안을 거부했다”며 “10일 낮 12시 파업 찬반 투표함을 개봉하겠다. 방법과 시기는 더 논의해봐야겠지만 차근차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권 국장은 지난 8일 “사측이 성의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으면 협상이 결렬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지난해 12월20일과 21일 최남수 당시 사장 내정자와 그 외 경영진 퇴진 등을 요구하며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하지만 언론노조(위원장 김환균)가 개표 직전 언론노조·YTN지부·최남수 당시 내정자의 3자 대화를 제안하며 개표를 중단시켰다.

▲ 어둠이 채 가시기 전인 8일 오전 7시께 언론노조 YTN지부 소속 조합원들이 최남수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서울 상암동 사옥 앞으로 삼삼오오 모여들고 있다. 80여명의 조합원들이 최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어둠이 채 가시기 전인 8일 오전 7시께 언론노조 YTN지부 소속 조합원들이 최남수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서울 상암동 사옥 앞으로 삼삼오오 모여들고 있다. 80여명의 조합원들이 최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최남수 사장이 송태엽 YTN 부국장을 보도국장으로 지명하자 언론노조와 YTN지부는 보도국장으로 노사가 합의·지명한 노종면 YTN 복직 기자를 배제했다며 ‘합의 파기’를 주장하고 ‘최남수 퇴진 투쟁’을 전면에 내세웠다.

반면 최 사장은 ‘노종면 보도국장 재지명’과 관련해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준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확정적 입장을 밝힌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최 사장은 도리어 지난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 기자와 언론노조 YTN지부가 “사장의 인사권을 침해했다”는 취지로 이들에게 합의 파기의 책임을 돌렸다.

보도국장으로 지명된 송 부국장이 지난 7일 “노사가 충돌하는 상황 원치 않는다. 보도국장 지명을 재고해달라”는 뜻을 밝히면서 보도국장 인선은 원점에서 재논의될 예정이다.

기자회견에 앞서 언론노조 YTN지부는 서울 상암동 YTN 사옥 앞에서 최 사장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섰고, 이날 노조원 80여명의 강한 저항으로 회사로 들어가지 못한 최 사장이 꺼낸 카드는 ‘징계 예고’였다. 최 사장은 8일 입장을 내어 “일부 구성원들의 위법 행위로 사장이 출근을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며 “회사는 업무를 방해할 뿐 아니라 구성원 간 분열과 갈등을 초래하는 위법 행위에 대해 형사상 관련법에 의거해 엄중한 법적 조치를 취하고 민법 및 사규에 의거해 그 손해를 배상하게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 사장은 또 “이 같은 위법 행위 과정에서의 근무지 이탈, 업무 태만, 무단 장비 사용 등의 행위는 사규 위반 행위로서 인사규정에 따른 적절한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조의 출근 저지에 대해선 “폭력적 방식으로 사장의 업무 수행을 방해하고 회사의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는 정당화할 수 없는 위법 행위”라며 “일부 구성원들은 다수 위력으로 사장이 회사 건물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고 사장과 다른 구성원들에게 고함을 치며 명예훼손적 발언을 이어갔다”고 지적했다.

▲ 최남수 YTN 사장이 8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합의 파기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최남수 YTN 사장이 8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합의 파기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YTN의 한 기자는 이날 “자신의 합의 파기에 출근을 막은 사원들을 상대로 징계 협박에 나섰다”며 “10년 전 MB 첫 낙하산 구본홍(전 YTN 사장)과 본격 적폐 배석규(전 사장)의 전철을 그대로 밟되 속도는 더 빠르다”고 우려했다.

2008년 격렬했던 YTN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이 10년이 지난 2018년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다. 최 사장은 9일 통화에서 “물리력으로 업무를 못 보게 한 것에 대해 회사가 원칙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노조 YTN지부 조합원들은 9일 오전에도 최 사장 출근 저지를 위해 YTN 사옥 앞에 모였고, 최 사장은 오전 11시경 필요한 결재 등 급한 일만 마무리한 뒤 회사를 빠져나왔다.

한편, 지난 8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 사장의 기자회견장에 사복 경찰 10여명이 등장하기도 했다. YTN 관계자는 이에 대해 “회사에서 요청한 건 없는 걸로 안다”며 “프레스센터 측에서 요청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프레스센터 건물 1층에 있는 보안관리실 관계자는 “우리가 요청하진 않았다”며 “보통 경찰의 경우 우리가 요청하는데 (회견장에) 경찰이 온 것도 몰랐다”고 말했다.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을 관리하는 한국언론진흥재단 관계자는 “논란이 될 만한 기자회견이 있으면 관할 경찰서(남대문서)에 일정을 알리는 게 통상적인 업무”라며 “우리가 경찰을 부르거나 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출동 여부는 경찰이 자체 판단한다는 설명이다. 언론노조 관계자 확인 결과 남대문경찰서 측은 “경찰 내부 지침에 따라 행동했다”고만 전했다.

노종면·현덕수·임장혁·조승호 기자 등은 지난 2009년 3월 YTN 총파업을 앞두고 회사 쪽 고소·고발에 따른 경찰 조사에 정당한 이유 없이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남대문경찰서에 체포된 바 있다. 당시 언론계에서는 ‘공권력의 방송 옥죄기’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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