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권의 UAE 원전수주와 이면합의 의혹을 문재인 정부의 ‘UAE 원전 게이트’라며 국정조사를 요구했던 자유한국당이 180도 태도를 바꾸고 있다. 8일 칼둔 칼리파 알무바라크 UAE(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방한하고,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이 ‘이면합의’를 사실상 인정하면서 국정조사 요구에서 발을 빼는 모습이다.

이면합의 의혹을 제기했던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이면합의가 없다고 주장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 사안을 왜곡한 자유한국당을 비판했다.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종대 의원은 “UAE 유사시 한국군 자동개입 조항이 포함된 비밀군사협정을 체결했다고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김태영씨가 시인했다”며 “그동안 ‘이면합의는 없다’고 거짓말로 일관해 온 당시 국정 최고책임자 이명박 전 대통령과 자성은커녕 오도된 정치공세로 일관해 온 자유한국당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라”고 비난했다.

▲ 김종대 정의당 의원.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김종대 정의당 의원.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명박 정부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김태영씨는 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UAE와 비밀 군사협정을 맺은 경위에 대해 “섣불리 국회로 가져가기보단 내가 책임지고 (비공개 군사) 협약으로 하자고 했다”며 “지금 시각에선 문제로 보일 수 있지만 그땐 국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면합의를 인정한 셈이다.

그동안 자유한국당은 임종석 비서실장의 UAE 방문에 대해 ‘원전 정책 변경에 따른 반발’이라며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또한 김종대 의원이 이면합의 의혹을 제기하자 “노무현 정권 때 체결된 협정 탓”이라며 “청와대가 어떻게 정의당 의원에게 기밀사안을 이야기하는지 밝히라”고 공격해왔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칼둔이 8일 방한한 뒤 급작스럽게 태도를 바꿨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UAE와 문재인 정부 간 마찰이 수습돼 정말 다행”이라며 “이제부터는 UAE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회의가 끝나고 기자들에게는 “국정조사로 갈지, 국회 운영위를 소집해 의혹을 해소할지 칼둔의 행보를 분석한 뒤 판단하겠다”며 “칼둔의 방한으로 수습단계인 것은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김종대 의원은 자유한국당의 이 같은 ‘발 빼기’에 “진실이 밝혀진 시점에서 기쁨보다는 참담함이 앞선다”며 “정치가 이렇게 막 나가도 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종대 의원은 UAE 군사 이면합의가 반헌법적 행태라는 점을 강조하며 정부가 나서서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면합의는) 헌법 60조 1항(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등에 관한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과 2항(국회는 선전포고, 국군의 외국에의 파견 등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을 정면으로 저촉하는 위헌을 저지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김 의원은 “지금의 사태는 자유한국당과 일부 보수언론의 무책임한 문제제기에서 시작됐지만, 정부가 모호한 해명으로 키운 면도 있다”면서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비밀주의로 일관하거나 잘못된 약속을 계속 이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해당 사안의 진상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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