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대전 MBC 사장이 8일 사의를 표명했다. 본인의 해임안이 상정된 주주총회를 나흘 앞둔 시점이다.

이진숙 사장은 이날 오후 5시쯤 대전MBC 경영국에 사임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이사 사장의 경우 사표 수리 과정이 없기 때문에 제출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이로써 12일로 예정된 MBC 주주총회에는 이진숙 사장 해임안 대신 사임 건이 보고될 예정이다.

임기를 두 달 앞두고 사임을 선택한 이진숙 사장은 2억 원 상당의 퇴직금을 챙기게 됐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이 사장은) 오래 전부터 회사 안팎에서 사퇴를 요구받고도 요지부동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해임을 위한 주주총회 개최가 임박하자 돌연 사의를 밝혀 퇴직금을 챙길 수 있게 됐다”며 “끝까지 잇속을 챙기려는 치졸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진숙 사장은 지난 2일부터 사의를 밝힌 8일까지 회사 차량을 이용해 지역 관계자들에게 인사를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MBC 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진숙 사장 3년 동안 대전MBC는 언론 본연의 궤도를 이탈해 어두운 터널 속을 헤매기만 했다”며 “이진숙 사장 퇴출은 대전 MBC의 재건이다. 사필귀정, 인과응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사장 퇴진 운동을 벌여 온 대전MBC 지부는 지난해 11월 이 사장 사임이 가시화됨에 따라 84일의 파업을 마치고 방송 정상화에 나섰다.

▲ 8일 사의를 밝힌 이진숙 대전MBC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8일 사의를 밝힌 이진숙 대전MBC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김재철 전 MBC 사장 대변인을 지낸 이진숙 사장은 2012년 언론노조 MBC본부 ‘불법 감청’ 논란, 국가정보원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 등에 연루된 인물이다. 세월호 전원 구조 오보 등 ‘보도참사’ 당시 MBC본사 보도본부장이었으나 2016년 세월호특별조사위 조사에 불응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2015년 안광한 당시 MBC 사장에 의해 대전MBC 사장으로 부임한 뒤에는 △사장 개인 과시용 중동지역 보도 지시 등 방송사유화 △정치적으로 편향된 인사들을 출연시켜 방송 공정성 훼손 △영상취재기자 탄압 등 부당징계 및 부당전보 등으로 비판 받았다.

대전MBC지부는 “이제 자연인 이진숙은 대전MBC의 명예를, MBC의 명예를, 언론인의 명예를 더 이상 더럽히지 말고, 국민에게 백배 천배 사죄하고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으라”고 촉구했다. 지난해 10월 언론노조 MBC본부는 이 사장을 방송법·국가정보원법·노동조합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이날 이진숙 사장 사임이 ‘만시지탄’이라며 “아직도 MBC를 떠나지 않은 지역사와 관계사 사장, 서울의 무보직 이사들도 속히 거취를 결정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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