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저의 실명을 거론하며, (해피파트너즈)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으면 저처럼 ‘일을 못하게 될 것이다’, ‘매장에 내보내지 않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에게 매장 여러 곳을 알려줬는데, 제가 가지 않겠다고 해서 보내지 않았다’ ‘본인의 필요에 맞게만 이야기하고 다닌다’ 등의 말을 하고 있습니다.”(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최아무개씨)

파리바게뜨가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위해 노사 논의를 거듭하고 있지만, 물밑에선 회사 측 안을 관철시키기 위한 부당노동행위가 횡행한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직접고용을 요구해 대기발령을 받는 기사,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사직서를 쓰라’는 강압을 받은 사례 등이 파리바게뜨 노조(민주노총 화학섬유산업노동조합 파리바게뜨지회) 측에 접수되고 있다.

▲ 8일 오후 서울 양재동 SPC 본사 건물 앞에서 열린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관련 노사간담회에 대한 시민대책위 기자회견’이 열렸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로 일하는 최아무개씨(가운데)가 고개를 숙이고 서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 8일 오후 서울 양재동 SPC 본사 건물 앞에서 열린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관련 노사간담회에 대한 시민대책위 기자회견’이 열렸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로 일하는 최아무개씨(가운데)가 울음 섞인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서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파리바게뜨 제빵기사인 최아무개씨는 근래 파리바게뜨 점포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당노동행위를 증언하며 쉽사리 말을 잇지 못했다. 최씨는 “해피파트너즈 근로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라며 말문을 열었으나 울음이 북받쳐 자주 말을 삼켰다. 그는 지난해 12월29일 회사로부터 대기통보를 받은 후 1월1일부터 근무를 나가지 못하고 있다.

최씨는 8일 오후 서울 양재동 SPC 본사 건물 앞에서 열린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관련 노사간담회에 대한 시민대책위 기자회견’에 참여해 자신의 경험담을 공개했다. 시민사회대책위는 이날 본사 측에 “노사대화 결과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해피파트너즈는 고용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시정 명령을 받은 파리바게뜨가 대안으로 제시했던 본사·가맹점주·협력업체의 합작회사다. 본사가 직접 고용 책임을 피하기 위해 만든 꼼수라는 비판을 받은 대책이다.

노조 등의 말을 종합하면 이들의 명목상 고용주인 협력업체는 실상 ‘해피파트너즈와의 근로계약’ 선택지 만을 제시하고 있다. ‘해피파트너즈’와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제조기사는 해피파트너즈와 계약한 가맹점에서 일할 수 없다. 이들은 계약을 하지 않은 점포로만 이동이 가능한데, 협력업체는 ‘해피파트너즈와 계약서를 쓴 점포가 많아 이동이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그럼 어떻게 하느냐’는 최씨에게 BMC(협력업체 관리자)는 ‘일을 하면 될 것 아니냐’고 답했다. 현재 해피파트너즈는 근로계약서, 전적동의서, 확인서 3종류를 받고 있지만 우선 근로계약서만 작성하고 점포를 이동하라는 것이다. BMC는 “근로계약서엔 직접고용 포기가 적혀있지 않아 추후 문제가 될 것이 없으며 직접고용 포기각서를 쓴다 해도 찜찜하면 철회서를 쓰면 된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아무것도 요구한 것이 없다. 지금 아무런 결정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이대로 기다리면서 일만 한다고 했다”며 “그런데 안된단다. 내가 계약을 한 회사에서는 나를 지켜줄 수 없고 그런 의무 또한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이 사태는 내가, 그리고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니”라며 “불법을 바로 잡아달라고만 했다. (정규직 기사와) 똑같이 대우해 달라고만 했다. 그냥 일만하게 해달라고 했다. 이게 무리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시민사회대책위 “본사, 어떻게 책임질 지를 제시하라”

지난 5일 일부 언론은 ‘파리바게트가 해피파트너즈 지분 51%를 갖는 자회사 안을 제시했으나 민주노총이 논의를 결렬시켰다’고 보도했다. 시민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논의의 본질은 ‘본사 고용 책임 강화’에 있지 ‘자회사 설립 여부’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본사가 해피파트너즈만 대안으로 고수·강요하다가 51% 지분을 소유하는 자회사 안을 제출했다”며 “대책위는 직고용 원칙은 변함없지만 현장에서 너무나 고통받는 제빵 기사들, 가맹점주들을 생각하면 고용의 불안을 없애고 을과 병을 싸움붙이는 방식만 배제한다면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 8일 오후 서울 양재동 SPC 본사 건물 앞에서 열린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관련 노사간담회에 대한 시민대책위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손가영 기자
▲ 8일 오후 서울 양재동 SPC 본사 건물 앞에서 열린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관련 노사간담회에 대한 시민대책위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손가영 기자

안 사무처장은 “그러기 위해선 불법파견, 임금체불, 각종 제조기사 괴롭힘 등의 당사자인 협력업체가 반드시 자회사에서 빠져야 한다”며 “‘해피파트너즈’란 끔찍한 이름도 변경돼야 하고 제조기사를 괴롭혀온 협력업체 임원·관리자들도 자회사에서 빠져야만 새로운 해법의 전제가 충족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환섭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위원장은 “한 임산부 제빵기사가 근무 도중 힘이 들고 낌새가 이상해 근무를 바꿔달라고 했지만 제빵기사가 없다는 이유로 계속 일을 했고 결국 유산한 사례가 있다”며 “이런 문제들이 비일비재 일어나기에 고용 책임의 문제를 명확하게 하자는 것”이라 말했다.

신 위원장은 “직접고용을 포기한다면 그에 버금가는 내용을 놓고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며 “그러나 본사는 해피파트너즈로 가라는 것 외에는 다른 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파리바게뜨 노사는 불법파견 해결 대책을 둘러싸고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지난 5일 열린 3차 노사간담회는 민주노총이 새로 설립될 자회사에 기존 협력업체 관리자 고용이 그대로 승계된다는 이유 등으로 본사 측 제시안을 반대하면서 결렬됐다.

파리바게뜨는 협상이 진전되지 않을 시 오는 12일 고용노동부가 부과한 과태료를 물게 된다. 이에 따라 오는 11일에 추가 노사간담회가 이어질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황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월20일 파리바게뜨 본사에 162억 원의 과태료 부과를 사전 통지했다. 파리바게뜨, 한국노총 공공연맹 중부지역공공산업노동조합 산하 파리바게뜨 노조, 민주노총 산하 화학섬유산업노동조합 파리바게뜨지회 등은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5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노사 간담회를 진행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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