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에 또 여론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네이버 ‘자동 완성 검색어’와 ‘연관검색어’중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내용을 차단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연합뉴스는 지난 7일 국민의당 신용현 의원실을 통해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검증위원회 보고서를 확인했다며 네이버가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검색어를 ‘다수’ 차단했다고 보도했다. 8일 조간에서도 연합뉴스를 인용한 보도가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최순실 게이트 은폐를 위해 조직적으로 이 같은 일을 벌였다고 보는 시각도 있으나 그럴 가능성은 낮다. 검증 보고서는 “조작이나 왜곡을 의심할만한 특별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비록 일부 적절하지 않게 제외 처리한 경우가 있기는 하나 전체적으로 올바른 처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 네이버 사옥. ⓒ 연합뉴스
▲ 네이버 사옥. ⓒ 연합뉴스

진짜 문제는 특정인과 연관된 태도가 아니라 어떤 사안이든 네이버가 논란의 소지가 있을 경우 ‘적극적인 차단’을 하는 행태에 있다. 검색 포털인 네이버가 대중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보다 수세적인 차원에서 ‘명예훼손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게시글’에 대한 보호에 치중하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기업이나 권력자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검증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는 한화그룹 3남 김동선씨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여 ‘김동선 정유라 마장마술’ 연관검색어를 차단했다. 네이버는 또 ‘박근혜 7시간 시술’ ‘최태민 박근혜 아이’ ‘박근혜 정유라 딸’ ‘박근혜 마약설’ ‘박근혜 혼외자’ 등의 키워드를 ‘루머’라고 판단해 차단했다.

기업과 관련한 소비자 불만도 대거 차단됐다. 보고서는 2016년 하반기에 ‘시원스쿨 솔직후기’ ‘청라 프루지오 철근’ ‘석플란트 후기’ ‘우주마켓 후기’ 등의 자동완성 검색어가 차단됐다고 예를 들었다. 후기나 제품 리뷰 등 자동완성 검색어가 사실과 다르거나 검색 결과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나올 수 있다는 이유였는데 실제 이 같은 일은 비일비재한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네이버는 ‘박근혜’와 ‘극혐’을 결합한 연관 검색어는 ‘욕설’이라는 이유로 차단했다. 지난해 박지원 의원과 이정현 의원이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에 대한 보도사진과 관련한 검색어는 ‘이용자들이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탐색하기 위해 해당 키워드를 찾는다’는 이유로 차단했다.

네이버는 7일 입장문을 내고 이 같은 조치는 KISO 규정에 따른 신중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또 보고서 원문에는 이 같은 소명 내용이 있다고 밝히며 기사에는 누락된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그러나 KISO 규정을 방패막이 삼기에 앞서 규정 자체가 적절한지 여부를 따질 필요가 있다.

KISO 규정은 중립적인 단어의 검색어라도 검색 결과에 뜨는 내용이 이용자의 알권리보다 명예훼손의 정도가 클 경우 차단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러나 ‘이용자의 알권리’와 ‘명예훼손 정도’ 중 무엇이 큰지 판단하는 것 자체가 자의적이다. 검색어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검색 결과까지 예측해 관리하라는 규정은 그 자체로 과도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고 문제 없는 게시글까지 사실상 차단당하는 역효과가 발생한다.

KISO 규정은 ‘루머’ ‘청소년 유해물’ ‘욕설/비속어’에 대한 검색어를 차단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모호한 경우가 많다. 네이버가 이를 적극적으로 해석한 결과 ‘박근혜 7시간 시술’과 같은 의혹제기나 ‘박근혜 극혐’처럼 욕설로 보기 힘든 표현까지 무분별하게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검증 보고서 역시 “2013년 제1기 검토 당시에 비해 쟁점이 되는 검색어를 쉽게 삭제 결정하고 있어 조금 더 엄격하게 삭제처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 지난 7일 작성된 네이버 입장문.
▲ 지난 7일 작성된 네이버 입장문.
물론, 네이버가 억울할만한 면도 있다. 연합뉴스는 해당 보고서를 국회의원을 통해 확인했다고 언급하면서 숨겨진 문건을 입수한 것처럼 보도했지만 이미 KISO 홈페이지에 공개된 내용이다. 이 보고서는 네이버의 의뢰로 작성된 것으로 다른 사업자가 하지 않는 ‘검색어 검증’을 외부기구에 맡기고 이를 공개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한 대목이기도 하다. 네이버 역시 입장문을 통해 이 같은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제대로 공개했다면 일일이 설명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연합뉴스 기사의 파급력이 큰 것은 해당 보고서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KISO 홈페이지에 첨부파일로 올려놓기만 하면 찾아볼 수 있는 사람은 매우 제한적이다. 투명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에 맞게 네이버가 먼저 지적받은 사안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개선방안을 공개적으로 논했다면 논란이 이렇게까지 불거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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