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CBS에서 성희롱 피해 사실을 문제제기한 뒤 해고됐다 복직한 PD A씨가 최근 ‘고용 관계 종료’ 통보를 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 A씨는 “두 번째 부당해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2항에 따르면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해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성희롱 피해 발생을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해선 안 된다. A씨와 시민단체 등은 이번 사태를 이런 조항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16년 5월 전남CBS에 입사한 A씨는 수습 기간 종료일인 10월18일 다음 날인 19일까지 정상 근무를 한 후 회사로부터 수습 기간 만료 통보를 받았다. 당시 회사는 A씨에 대한 객관적인 수습 평가를 근거로 인사위원회에서 채용 부적격 판단을 내렸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 전라남도 순천에 위치한 전남CBS 사옥. 사진=전남CBS뉴스 페이스북
▲ 전라남도 순천에 위치한 전남CBS 사옥. 사진=전남CBS뉴스 페이스북

하지만 지역 자치국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CBS 본사(사장 한용길) 감사실은 전남CBS에 대한 감사를 진행해 A씨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이기완 당시 전남CBS본부장(정직 3개월·본사 발령)과 윤승훈 보도국장에 대한 징계와 성희롱 예방 교육 실시를 전남CBS 이사회에 권고했다. 본부장을 제외한 전남CBS 구성원에 대한 인사권은 전남CBS에 있다. 전남CBS 이사회는 윤 국장에게 감봉 3개월 처분만 내리고 보도국장에서 ‘특임국장’으로 직책을 변경했다.

본사 감사 결과와 A씨 증언을 종합하면 이 전 본부장은 지난 2016년 8월 직원 채팅창에 나체 여성이 물을 끼얹고 있는 짧은 영상을 올린 뒤 “실수로 잘못 올렸다. 아무튼 시원한 여름 보내는 데 보탬이 되시길…”이라는 메시지를 남기는 등의 행위를 했고, 윤 국장은 “독서실에 오래 앉아 있는 여자들은 엉덩이가 안 예쁘다”, “피아노 치는 여자들은 엉덩이가 크다”, “내 성기에 뭐가 났다” 등의 발언을 했다.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해 3월 A씨의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전부 인정했다. 같은 해 5월 A씨는 서울에 있는 CBS 본사로 파견되면서 복직했다. 10여명 밖에 되지 않는 전남CBS에서 가해자 윤 국장과 같은 곳에서 일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반영된 결과였다. 전남CBS에서는 A씨에게 월급을 주지 못하겠다고 했지만 본사의 압박으로 무산된 일도 있었다.

복직하면서 A씨는 입사 당시 쓰지 않았던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2016년 5월에 입사했는데 계약서를 1년 뒤인 2017년 5월 작성한 것이다. 계약기간은 2016년 5월부터 2017년 12월까지로 작성했다. 전남CBS에선 다수 직원들이 통상 1년 단위로 계약을 이어갔다. 복직 이후 5개월 정도 본사에서 근무한 A씨는 10월 말 병가 3개월을 신청했다. 성희롱 사건 이후 A씨는 후유증 치료를 받고 있다.

A씨에 따르면 병가 신청 당시 유영혁 전남CBS 본부장은 계약기간이 12월까지인데 어떻게 2018년 2월까지 병가를 내느냐고 말했다. A씨에 대한 계약만료(해고)를 예고한 발언이었다. 지난해 11월23일 전남CBS는 A씨에게 “2017년 12월31일자로 고용관계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통보했다.

A씨는 이런 조치를 ‘부당해고’이자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성희롱 사건 이후 피해자에 대한 불리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인 광주여성민우회(민우회) 역시 같은 주장을 하며 CBS 본사와 전남 CBS를 상대로 A씨에 대한 계약만료 사유에 대해 질의했다. 계약직의 경우 원칙적으로 계약 종료 사유를 밝힐 필요가 없지만 전남CBS에서는 일상적 업무를 하는 이들도 계약직으로 채용해 계약 연장을 해왔고, 일련의 과정이 성희롱 등에 문제 제기한 A씨에 대한 불리한 조치의 성격이 있으며 이미 한 차례 본사 감사실과 지노위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부당해고’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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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회 관계자는 지난 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전남CBS 측에서 A씨에 대한 재계약 불가 사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은 채 그동안의 경과만 설명하고 ‘유감스럽다’고 한 공문을 보냈다”며 “현재 유영혁 전남CBS 본부장 등은 사건 이후 전남으로 발령 받아 관련이 없고 수습에만 주력해왔다, 즉 ‘자기 책임이 없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민우회는 본사 감사실에도 감사를 요청했다. 민우회 관계자는 “(본사 감사실 측에서) 감사 대상인지 검토해봐야 한다고만 했고, 최근에는 (감사실 담당자와) 전화 연결이 안 된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 역시 전남CBS로부터 A씨가 회사에서 ‘쫓겨난’ 이유에 대해 듣지 못했다. 유영혁 전남CBS 본부장은 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내가 의견은 낼 수 있지만 결정은 내가 하는 게 아니다. 인사권은 운영이사회에 있다”며 이사회로 책임을 돌렸다. 유 본부장은 김성기 목사(전남CBS 총무이사)에게 책임을 돌렸지만 김 목사는 미디어오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김 목사는 ‘뉴스앤조이’와 인터뷰에서 “유영혁 본부장 제안에 따라 (성희롱 가해자인) 윤 보도국장을 특임국장으로 발령했다”고 밝힌 바 있다.

CBS 본사에서는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한용길 현 CBS사장이 오는 6월 임기를 마치기 때문에 이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 CBS 감사실 관계자는 지난 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전남CBS에서는 적법하게 인사 조치를 취한 거라고 하고 있다. 시민단체에서 감사를 의뢰한다고 무조건 감사를 해야 하는 건 아니”라며 “법적으로 위배되는지 안 되는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A씨가 (지난 부당해고 때) 지방노동위원회를 통해 구제 받았는데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 그런 식으로 또 구제 받는 게 더 빠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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