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 ‘샤이니’ 멤버로 활동했던 김종현씨가 숨진 사실이 알려진 후 그의 국외 팬들이 400만 원에 달하는 후원금을 한국 성소수자 인권운동 단체에 기부했다.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은 지난달 22일 단체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2017년 12월) 19~20일 이틀 동안 173명의 후원자가 4천 달러가 넘는 후원금을 보내줬다”며 “슬프지만 아름다운 종현의 깜짝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감사 인사를 남겼다.

▲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 로고
▲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 로고

후원은 국제 자선 기금 운영 단체인 ‘글로벌기빙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이뤄졌다. 띵동 측은 173명의 국외 후원자들이 ‘샤이니 종현’이라는 명의로 후원금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띵동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성소수자들이 겪는 차별에 대해 목소리 높여준 종현이었기에 이 후원금은 띵동에게 매우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며 “이 후원금이 종현의 죽음에 슬퍼하고 있을 성소수자 팬들에게도 위로와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띵동은 이어 “종현의 이름으로 모인 이 후원금으로 탈가정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지원하는 활동에 사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다름은 틀린 것이 아니라는 걸 똑바로 외치시는 모습을 응원한다’며 성소수자들에게 힘이 되어주었던 종현의 말을 기억하겠다”고 적었다.

일부 국내 팬들은 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성소수자 인권운동 단체인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측에 후원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이 된 김씨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가 대학가를 중심으로 활발히 게시됐던 지난 2013년 12월, 자신의 트위터 프로필 사진을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대자보 사진으로 교체해 화제가 됐다.

그가 교체한 사진은 당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학생인 강은하씨가 올린 “어떤 이름으로 불려도 안녕하지 못합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였다. 강씨는 대자보에서 자신이 트랜스젠더이자 양성애자임을 고백했고 대한민국에서 성소수자이자 88만원 세대, 대학생, 노동자 계급으로 살아가는 자신이 “안녕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 강은하씨가 성공회대학교에 붙인 대자보. 사진=강은하씨 페이스북
▲ 강은하씨가 성공회대학교에 붙인 대자보. 사진=강은하씨 페이스북
▲ 샤이니 멤버 고 김종현씨가 강은하씨에게 보낸 메시지. 출처=강은하씨 트위터
▲ 샤이니 멤버 고 김종현씨가 강은하씨에게 보낸 메시지. 출처=강은하씨 트위터

김씨는 당시 강씨에게 트위터 메시지를 보내 “제 트윗으로 원치 않는 주목을 받으시거나 이슈화로 피해 입으실까봐 메시지 드린다. 응원한다”며 “연예인으로서, 다른 의미로 대중을 대하는 소수자로서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세상에 많은 상실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다름은 틀린 것이 아니라는 걸 똑바로 외치시는 모습을 응원한다”며 “위로나 걱정이 필요한 분이라고 생각되지 않네요. 그만큼 강하신 분”이라고 적었다.

강씨는 김씨가 보낸 메시지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공개하며 “너무나 큰 힘이 되는 말씀, 공유해도 괜찮을지 여쭈었더니 흔쾌히 승낙해주었다”며 “정말 감사하다. 꼭 힘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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