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수 사장이 보도국장 내정 관련 합의를 파기했다며 ‘퇴진 운동’을 예고한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지부장 박진수)가 5일, 합의 파기 주장의 근거로 녹취록을 공개했다.

YTN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최남수 사장이 ‘12.27합의’를 파기했다. 언론노조 중재 끝에 서명한 합의는 최남수 씨가 사장이 되기 위한 전제 조건이었다”며 이를 파기한 최 사장이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2.27합의’는 최 사장 취임 하루 전인 지난달 27일 노사가 서명한 ‘YTN 바로세우기 및 미래발전을 위한 노사 합의문’을 말한다. 합의문엔 △적폐청산을 위한 독립 기구 설립 △구본홍 사장 취임 후 현재까지 3년 이상 보직 간부의 보직 임명 잠정 보류 △보도본부를 ‘보도혁신본부’로 변경해 혁신TF안 수행 △보도국 독립 보장 △현 경영진 용퇴 등 조직·인사 혁신 단행 등이 담겼다.

▲ 지난달 28일 YTN 임시 주주총회에서 언론노조 YTN지부 조합원들이 현 경영진 사과와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발언자는 박진수 YTN지부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지난달 28일 YTN 임시 주주총회에서 언론노조 YTN지부 조합원들이 현 경영진 사과와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발언자는 박진수 YTN지부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YTN지부는 합의문 서명을 앞둔 마지막 협상(지난해 12월24일) 당시 대화라며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를 보면 최 사장은 “보도국장은 해직자 중에 한 명, 미루어 짐작하시면 알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수 YTN지부장이 “구성원들은 보도국장 내정자는 지난 지명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고 말하자 최 사장은 “그런 뜻을 담아서 공개요청 해 달라. 그러면 회사가 답을 (올해) 3일까지 드리면 되지 않나”라고 답했다.

여기서 ‘지난 지명’은 노종면 기자를 신임 보도국장으로 내정하기로 한 지난해 11월30일 노사합의를 칭한다. 노종면 기자는 보도국장 수락 조건으로 최남수 당시 사장 내정자가 노조와 이른바 ‘적폐 청산’에 합의할 것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후 YTN지부는 최 사장 퇴진을 위한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했으나 언론노조 측이 중재에 나서면서 ‘언론노조-YTN지부-최남수 사장’ 간 3자합의가 이뤄졌다. 이를 위해 최 사장 임명을 위한 주주총회도 한 차례 연기됐다. YTN지부는 당시 파업찬반 투표 결과 공개 시점도 조만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YTN지부가 대화를 공개한 협상 자리엔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도 참석했다. 녹취록을 보면 당시 김 위원장이 보도국장 선임과 관련해 “그것은 (최 사장이) 제게 한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김환균 위원장과 최남수 사장이 노 기자를 보도국장에 내정하기로 구두합의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 사장이 합의 시점을 이틀 넘긴 5일, 노종면 기자가 아닌 송태엽 부국장을 차기 보도국장으로 지명했다고 노조는 지적한다. 1995년 YTN 창립 당시 입사한 송 내정자는 현재 YTN전주지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YTN지부는 “보도국장 내정 문제는 단순한 인물 문제가 아니다. 사장이 얼마나 보도국 독립과 보도 혁신을 이룰 의지가 있는지 확인하는 첫 시험대이자 가늠자였던 것”이라며 “합의를 파기하고 개혁을 거부한 최남수씨는 그 첫 관문에서 탈락했다”고 주장했다.

최 사장이 합의를 파기한 배경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YTN지부는 “회사가 언론노조 중재를 수용하고 주총 연기를 받아 들이자 당시 사측의 핵심 간부가 최남수 내정자에게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다는 게 사실인가?”라는 물음에 최 사장이 답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YTN지부는 오는 8일 최남수 사장 출근 저지를 시작으로 최 사장 퇴진 운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최남수 씨와 더불어 김호성 상무와 류제웅 실장도 당장 사퇴하라”며 “합의문 이행을 막고 파국을 초래한 책임은 결코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YTN지부는 비판했다.

거듭된 노사 협상 결렬과 파행 끝에, 봉합되는 듯했던 YTN이 다시 격한 내홍에 빠져들 전망이다. 최 사장은 5일 현재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다음은 YTN지부가 공개한 녹취록.

최남수 : 보도국장은 해직자 중에 한 명 미루어 짐작 하시면 알 겁니다. 노조가 취임을 전제로 26일 쯤 (보도국장 내정을) 제안하면 제가 3일까지 답을 주면 되잖아요.

박진수 : 보도국장 내정자 문제는 여기서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환균 : 그것은 저에게 한 얘기가 있어요. (김환균 위원장은 앞서 최남수와 별도 면담에서 노종면을 보도국장 내정자로 지명하는데 대한 동의가 있었다고 말함. 구두 합의도 합의라는 점도 수차례 확인했다고 함)

박진수 : 구성원들은 보도국장 내정자는 지난 지명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남수 : 그런 뜻을 담아서 공개요청 해주세요. 그러면 회사가 그런 답을 3일까지 드리면 되잖아요. 노조는 (보도국장) 내정자에 대해서 동일한 입장이잖아요.

박진수 : 맞습니다.

최남수 : 공개적으로 제안하면 3일까지 답을 준다.

김환균 : 보도국장 문제는 다 클리어 된 거죠?

최남수 : 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