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이 사실이라면 ‘동대구역에서 할복자살하겠다’던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결국 구속됐다. 하지만 최 의원이 연루된 ‘적폐 사건’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에서도 지난 이명박 정부 당시 무리한 해외자원개발 추진으로 여러 자원공기업을 파산 위기로 내몰고 있는 ‘자원외교 적폐’ 사건에서 최 의원은 자주 입길에 오른다.

최 의원은 지난 2009년 9월 MB정부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취임하자마자 10월 3조7000여억 원의 손실을 낸 한국석유공사의 캐나다 석유기업 하베스트 에너지(Harvest Energy) 인수를 이끌었다.

하지만 엄청난 국고 손실을 안긴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대해 최 의원을 포함해 아무도 책임진 사람이 없다. 지난 2015년 검찰은 하베스트의 정유부문 부실 자회사 날(NARL)를 인수해 수천억 원대 손실을 입힌 혐의로 강영원 전 석유공사장만을 기소하고 최 의원 등 윗선의 개입을 밝히지 못했다. 강 전 사장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 받았다.

▲ 박근혜정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재직 당시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 1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민중의소리
▲ 박근혜정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재직 당시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 1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민중의소리
강 전 사장에 대한 1심 판결문을 보면 지난 2009년 10월14일경 하베스트 측이 석유공사에 더 높은 대금으로 상류(Upstream) 부문 자산을 인수하거나 상·하류(Downstream)를 포함한 하베스트 법인 전체를 인수할 것을 제안하자 강 전 사장은 애초 계획했던 상류 부문 자산 인수를 포기하고 귀국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강 전 사장은 10월18일 귀국 직후 당시 최경환 지경부 장관과 면담을 하고 나서 돌연 생각을 바꾸었다. 판결문엔 “강 전 사장은 하류사업이 석유공사의 사업 범위에 포함되는지 여부 등에 관해 고민하고 있었는데 (최 장관과) 면담을 마치고 나서 최 장관이 하류 부문을 포함한 하베스트 전체 인수에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장관 면담 직후 정부종합청사에 동행했던 김성훈 부사장과 신유진 신규사업처장에게 하베스트 전체 인수를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고 나온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강 전 사장은 2009년 10월18일 최경환 장관을 만난 직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인수 금액 4조 원이 넘는 하베스트 인수를 즉흥적으로 결정했다”며 “강 전 사장은 내부 검토나 의견 수렴을 통해 하베스트 인수의 적정성, 인수로 인한 손해 발생 가능성 등을 신중히 검토했어야 하나, 이런 점을 검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또 “강 전 사장은 귀국해 최 전 장관으로부터 ‘신중히 검토하라’는 지시를 받았을 뿐 인수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는데도 갑자기 하베스트 측 요구를 수용하기로 결정하고서 즉시 석유공사 실무진에게 하베스트 전체 인수를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최 전 장관 등 윗선의 책임을 묻지 않았지만, 지난해 국정감사 과정에서 하베스트사 인수 과정에 정부 측의 압박이 있었던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0월31일 산업통상자원부를 대상으로 한 국감에서 “강영원 전 사장은 최경환 전 장관을 만난 직후 하베스트 인수를 지시했음에도 검찰은 최 전 장관에 대해서는 서면질의만으로 끝냈다”며 “하베스트 인수 계약 체결 이틀 전에 이명박 정부 핵심 실세인 박영준 국무차장이 참석한 에너지협력외교 회의에서 석유공사 M&A를 적극 독려한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검찰은 박영준에 대해서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 보좌관으로 오래 있었고, 2002년 이 전 대통령 서울시장 선거 땐 경선캠프 비서실 부실장을 지냈다. 그는 이명박 정권 출범 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과 총리실 국무차장, 지식경제부 2차관 등을 지내 ‘MB의 남자’라는 별명도 붙었다. 반면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으로 기소돼 징역 2년의 실형을 받기도 했다.

한편 한국석유공사노동조합(위원장 김병수)은 5일 최 의원이 국정원 특활비를 뇌물로 받은 혐의로 구속된 것을 기점으로 MB정부의 해외자원비리 적폐 청산이 시작돼야 한다며 해외자원비리 의혹 핵심인 최 의원과 정권 수뇌부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석유공사노조는 성명을 통해 “최 의원은 MB정부 시절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대한 지휘·감독 책임이 명백함에도 석유공사의 캐나다 하베스트사 부실 인수 등 수조 원의 손실로 이어진 부실 자원외교 일체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강영원 전 사장과 최경환 의원 등 당시 정권 수뇌부는 물론 그 누구도 책임지는 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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