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4일 기독계 원로인 김상근 목사를 KBS 보궐 이사로 추천하며 KBS 정상화가 목전으로 다가온 가운데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진행자였던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주진우 시사IN 기자가 이날 KBS 파업 현장을 지지 방문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는 고대영 KBS 사장과 이인호 이사장 퇴진을 촉구하며 123일째 파업 중이다.

김 총수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총파업 집회에서 특유의 직설 화법으로 “지난 9년 동안 KBS 뉴스는 비겁했다”며 “KBS 뉴스가 망가졌는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KBS는 뉴스를 뉴스 아닌 것으로 변화시키는 놀라운 기술을 보여줬다. 물타기 대가였다”고 비판했다.

주 기자도 “KBS 보도는 있으나 마나했다”며 “20개가량의 리포트 중에 왜 이 보도가 필요한지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고 지적했다.

KBS 뉴스가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정권·여당 편향을 보인 것뿐 아니라 이른바 ‘기계적 중립’을 표방하며 국민 관심에서 멀어진 상황을 직격한 것이다.

▲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진행자였던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주진우 시사IN 기자가 4일 오후 KBS 파업 현장을 지지 방문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고대영 KBS 사장과 이인호 이사장 퇴진을 촉구하며 123일째 파업 중이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진행자였던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주진우 시사IN 기자가 4일 오후 KBS 파업 현장을 지지 방문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고대영 KBS 사장과 이인호 이사장 퇴진을 촉구하며 123일째 파업 중이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주 기자는 “‘국민의 방송 KBS’하면 생각나는 것이 ‘민경욱’(전 KBS 앵커·현 자유한국당 의원), ‘김인규’(전 KBS 사장·현 경기대 총장) 등 밖에 없다”며 “지난 10년 동안 어떤 기자가 어떻게 보도했는지 떠올리려고 해도 생각이 잘 안 난다”고 비판했다. 주 기자는 “10년 전만 해도 KBS 탐사 보도를 보면 너무 잘해서 화가 났고 매일 물 먹는 기분으로 보곤 했다”며 “그렇게 취재 잘하던 선후배들은 이상한 곳으로 유배가더라”고 말했다.

현재 tbs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진행하고 있는 김 총수는 “우리 같은 마이너들은 KBS와 같은 ‘정통’이 망가져야 먹고 살 수 있다”며 “그동안 잘 먹고 잘 살았다. 곧 정상화가 된다고 급히 찾아온 것”이라고 농을 던졌고 이에 주 기자가 “그러니까 KBS 파업을 끝까지 접지 말라”고 말하며 좌중을 폭소케 했다.

김 총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거대한 방송 네트워크가 지난 세월 전혀 존재감이 없었다”며 “이젠 비겁한 뉴스말고 살아있는 뉴스를 만들어달라. 제대로 돌아와서 거대한 힘을 보여달라”고 KBS 언론인들을 독려했다.

주 기자는 ‘인적 청산’을 강조했다. 그는 “여러분들이 차디찬 바닥에 앉아있는 동안 현재 마이크를 잡고 있거나 보직을 갖고 있는 분들을 철저하게 응징해달라”며 “그들이 부역했다는 사실을 널리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집회에 참여한 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 500여 명은 두 사람 지지 발언에 박수로 화답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4일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 등을 위해 언론노조 KBS본부의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이에 언론노조 KBS본부는 성명을 통해 “방통위가 해야 할 일은 파업 중단을 운운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남아서 공영방송을 갉아먹고 있는 적폐 이사들을 마저 쫓아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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