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나 “좌파 정권 들어서니 SBS도 뺏겼다”고 한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SBS 측은 같은날 ‘8뉴스’에서 “홍준표 대표가 SBS를 빼앗겼다고 말했는데 저희는 지금까지 자유한국당 소유였던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반박했다.

홍준표 대표는 왜 하필 SBS를 두고 이런 말을 했을까? 홍 대표는 이미 지난해에도 SBS 관련 발언으로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5월2일 SBS 세월호 관련 보도였다. 당시 SBS는 세월호 인양을 두고 “2차관 신설 등 해수부 확대를 위해 문재인 후보에 갖다 바치는 것”이라는 취지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발언을 보도해 논란을 일으켰다. 오보 논란이 제기되자 SBS는 이후 기사를 삭제했고, 김성준 당시 보도본부장은 “이 보도는 복잡한 사실관계를 명료하게 분리해서 설명하지 못함으로써 발제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았다”면서 “이 점에 대해 세월호 가족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그리고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 1월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무실을 찾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 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1월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무실을 찾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 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홍준표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 부산 중구 비프광장로 유세에서 논란이 된 SBS 세월호 보도가 삭제된 것을 언급하며 “SBS에 겁을 줬는지, SBS가 잘못된 뉴스라고 발표했다”면서 “해수부 공무원 목소리까지 녹음해서 방송하지 않았는가. 내가 집권하면 SBS 8시뉴스 싹 없애겠다”고 해 논란을 빚었다.

당시 홍 후보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방송사 뉴스를 자기네들이 해놓고 겁을 주니까 자기들이 잘못했다고 지워버리고, 세상에 대통령 되기도 전에 언론탄압을 그렇게 하는 사람이 무슨 대통령인가”라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공격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홍 후보는 “SBS라는 방송은 제가 ‘모래시계’ 드라마 만들어줘서 키운 방송이다. 그 드라마로 히트해서 지금 전국방송이 됐다”면서 “어떻게 홍준표가 키워준 방송에서 그런 짓을 할 수 있나”고 주장해 물의를 빚었다.

홍 후보는 “SBS 8시 뉴스 보지 마시라. 안 그래도 그거 시청률이 낮다”면서 “여기에(부산·경남지역에) 있는 KNN 지방뉴스만 보시라. 중앙뉴스는 보시지 말고. 여기 KNN은 제가 친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드라마 ‘모래시계’ 송지나 작가는 “홍준표 후보가 요즘 모래시계의 모델이 됐던 검사라고 주장하는데 사실관계를 바로잡고자 한다”며 “홍 후보는 모래시계를 집필할 대 취재차 만났던 여러 검사 중 한분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 3일 SBS 8뉴스의 김현우 기자.
▲ 3일 SBS 8뉴스의 김현우 기자.
한편 SBS는 3일 ‘8뉴스’에서 뉴스 한 꼭지와 클로징 멘트를 통해 홍준표 대표를 비판했다. SBS는 8뉴스 “홍준표 대표 ‘좌파정권 들어서 SBS 빼앗겼다’” 리포트에서 “이런 발언들은 정치권력이 언론을 좌지우지하던 과거의 잘못된 언론관을 아직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라며 “보수 혁신을 내건 제1 야당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당 대표부터 시대의 눈높이에 맞는 언론관 변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SBS 8뉴스 김현우 기자는 클로징 멘트에서 “정치권력이 언론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홍준표 대표가 SBS를 빼앗겼다고 말했는데 저희는 지금까지 자유한국당 소유였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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