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해랑 EBS 사장이 독립 제작자들과의 상생 방안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EBS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던 독립 PD 사망으로 드러난 방송 제작 관행을 개선하고 콘텐츠 질적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EBS는 3일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신년 기자 간담회를 열고 독립PD 상생·협력 방안을 포함한 10대 약속을 발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장해랑 사장과 이은정 콘텐츠기획센터장, 추덕담 학교교육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장해랑 사장은 “지난해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 매듭을 잘 짓고 앞으로 어떻게 상생하고 협력해나갈지 고민하겠다”며 독립 제작계가 주도하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달 말쯤 방영될 ‘다큐시네마’는 외부 전문가 3명과 EBS 사내 인사 2명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를 통해 한 달에 한 번 우수한 독립 다큐멘터리를 방영할 예정이다.

김옥영 작가, ‘경계도시’ ‘본명선언’ 등을 제작한 홍형숙 다큐멘터리 감독, ‘목숨’ ‘노무현입니다’ 등을 맡았던 이창재 감독 등이 외부 전문가로서 선정 기준 마련과 구매 및 방영 방식 결정 등을 이끌게 된다.

▲ 3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신년 간담회를 진행 중인 장해랑 EBS 사장. 사진=EBS
▲ 3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진행 중인 장해랑 EBS 사장. 사진=EBS
▲ 3일 EBS 신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은정 콘텐츠기획센터장, 장해랑 사장, 추덕담 학교교육본부장. 사진=EBS
▲ 3일 EBS 신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은정 콘텐츠기획센터장, 장해랑 사장, 추덕담 학교교육본부장. 사진=EBS

장 사장은 ‘다큐시네마’를 통해 방영된 제작물의 경우 방영권을 방송사가 갖더라도 저작권은 100% 제작자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립PD들이 촬영 원본을 사용하는 절차도 편의성을 높여 가겠다고 밝혔다.

EBS는 해외 투자처를 찾는 독립 다큐멘터리 제작자가 있을 경우를 대비해 ‘글로벌 피칭 지원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다큐펀드(EBS DOC fund)’ 조성으로 기금을 마련해 EBS국제다큐영화제(EIDF) 제작 지원에 활용하고, 독립 PD들을 연사로 한 ‘EIDF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등 양질의 다큐멘터리 기획에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이날 발표됐다.

독립 제작자들에 대한 EBS ‘갑질’ 논란은 지난해 7월 EBS ‘다큐프라임-야수와 방주’를 촬영하던 고(故) 박환성·김환일 PD 사망을 계기로 도마에 올랐다.

당시 두 PD는 열악한 제작 여건 속에서 무리하게 차를 몰다 사고를 당했고, 제작진이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제작비 일부를 EBS가 ‘간접비’ 명목으로 요구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3일 간담회에 참석한 기자들의 질문도 해당 사건에 대한 ‘매듭’에 집중됐다.

장 사장은 “(유가족에 대한) 보상은 민사 조정으로 끝났다. 이의를 달지 않고 수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두 고인을 기리는 방안으로는 EBS에서 별도의 코너를 만들거나 고인이 남긴 작품에 대한 시사회 개최 가능성을 언급했다. 박환성 PD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5편의 경우, 고인의 동생이 이어받은 회사와 저작권을 공유했다고 장 사장은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웹·모바일 콘텐츠 수요를 고려한 ‘모바일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계획도 발표됐다. 20~30대 중심의 젊은 시청자들을 겨냥해 유튜브 기반 방송 및 여러 포맷의 미디어를 결합한 디지털 인터랙티브 콘텐츠 등을 제작하고 이를 방송과도 연계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미슐랭가이드’를 패러디한 유튜브 전용 방송 ‘개슐랭가이드’ △20대 취업 준비생들의 애환을 담은 웹드라마 ‘면접후기’ △힙합 세부 장르인 ‘스포큰 워드’를 다룬 콘텐츠 ‘마이벌스데이(My Verse. Day) △개그맨 황제성씨가 진행하는 한국사 콘텐츠 ‘황제성의 초필사기(초간단 필수 역사이야기)’ 등이 1월 중 방영을 앞두고 있다.

또 EBS 7개 채널(EBS1, EBS2, FM, Plus1, Plus2, English, Kids)의 각 역할을 명확히 하고 라디오(EBS FM) 채널의 경우 ‘인문교양채널’ 성격을 강화할 방침이다. 일례로 2012년 이후 6년 만에 부활한 ‘세계음악기행(오후 3시, 싱어송라이터 이승열 진행)’, 이승원 시사평론가 진행의 ‘EBS 공감시대(오후 6시)’가 라디오 채널에 편성됐다.

EBS 본령 ‘교육 어젠다 선점’을 위한 기획도 진행된다. 이달 말 교육 현주소에 대한 심층토론 프로그램 ‘신년 특집-교육, 세상을 바꾸다’가 예정돼 있고 3월부터 ‘EBS 교육 대토론’을 생방송으로 진행한다. 다큐프라임 특별 기획을 비롯한 특집 다큐도 연중 방영을 이어간다.

장해랑 사장은 지난해 말 충남도교육청과의 MOU 체결을 시작으로 각 지방자치단체의 혁신교육현장과 EBS 교육 콘텐츠를 연계하는 사업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BS는 이날 채널 정체성 재정립, 이용자 중심 프로그램과 플랫폼 서비스 제공, 지속 성장 기반 구축 등 3대 목표를 위한 10대 약속으로 △행복한 교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늘 곁에 있는 7개 EBS 채널 △4차 산업혁명시대, 생애주기 맞춤형 콘텐츠 △놀며 체험하는 첨단 교육 테마파크 △O2O 현장밀착형 교육 서비스 △창의적, 실험적 크로스미디어 프로그램 △특화된 사회 공헌 사업 △협력·상생하는 EBS △혁신으로 여는 새로운 EBS 미래 △자율과 창의로 활력 넘치는 콘텐츠 창작 회사 등을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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