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은 언론불신의 해였다.’

지난해 미디어오늘 마지막 사설 제목이다. 언론불신이 극에 달한 시기였기에 이를 반성하며 되돌아보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현재의 ‘언론불신’에 미디어오늘도 일정 부분 책임을 느낄 수밖에 없다. 언론에 대한 감시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2018년이 언론의 기본을 되새기는 한 해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런 다짐이 무색해지는 일이 발생했다. 그것도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보도참사’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새 출발을 다짐했던 MBC에서 일어났다. 지난 1일 MBC ‘뉴스데스크’는 개헌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을 전하는 리포트를 내보냈다. 문제는 시민인터뷰에 등장한 학생이 MBC 인턴기자 출신이었다는 점이다. 해당 학생이 지난해 12월로 계약이 종료됐지만 자사 인턴기자 출신을 평범한 학생으로 소개하는 건 문제가 있다. 해당 리포트에는 취재기자의 지인까지 일반시민으로 등장했다. 이는 윤리적 측면은 물론 저널리즘 원칙에도 어긋나는 행위다.

[관련기사 : 시민인터뷰라며 전 인턴기자 등장시킨 MBC]

▲ 1월2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사과 방송을 전하는 박성호 앵커. 사진=영상 갈무리
▲ 1월2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사과 방송을 전하는 박성호 앵커. 사진=영상 갈무리
이번 인터뷰 논란은 간단하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전임 경영진 시절 ‘인터뷰 조작논란’이 MBC에서 발생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MBC 김세의 기자는 자동차 리콜 관련 리포트를 내보내며 자신과 친분이 있는 만화가 윤서인 씨를 인터뷰했다. 당시 인터뷰는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되면서 도마에 올랐다. 기자와 사적 친분이 있는 사람과의 인터뷰는 신중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번 인터뷰 논란에서 심각하게 바라봐야 할 부분은 ‘조작 논란’이 아니다. 그보다는 기자가 취재를 편하게 하기 위해 인터뷰 대상자를 정함에 있어 깊게 고민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청자들의 MBC에 대한 비판도 취재의 불성실성을 질타하는 의미가 더 크다고 봐야 한다. 나름의 상황이나 이유가 있었겠지만 시청자들은 ‘이런 일’이 전임 경영진에서나 벌어질 수 있는 일로 생각하고 있다. 그만큼 ‘최승호 사장 체제의 MBC’에서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는 시청자들이 많다는 얘기다.

MBC는 김재철 전 사장부터 김장겸 전임 사장에 이르기까지 뉴스 신뢰도의 급격한 추락을 거듭해왔다. 뉴스·프로그램에 대한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최승호 사장이 새로운 경영진으로 들어섰다. 동시에 그동안 취재현장에서 배제됐던 기자·PD들도 일선 현장으로 복귀했다. 잘못된 보도에 대해 사과와 참회하는 시간도 가졌고, 많은 시민들 또한 박수로 호응했다. 더디지만 MBC는 신뢰회복을 위해 한걸음씩 나아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은 이런 신뢰회복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었다. 반성과 사과를 통해 새로운 MBC를 만들겠다고 다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일이 발생했다. 특히 충북 제천 소방대원과 관련한 ‘오보’ 논란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이후였다는 점에서 비판의 강도는 거셌다. ‘정치적인 논란’이나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저널리즘 원칙과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MBC에 실망감을 나타내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MBC가 공식사과 했지만 하루빨리 재발방지책을 내놓아야 하는 이유다.

지난해 언론이 시민들로부터 불신을 받은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게 ‘언론의 이중성’이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질문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던 언론이 문재인 정부 등장 이후 완전히 다른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한 불신이었다. 제대로 된 사과가 없었다는 점도 이런 불신을 키웠다.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사안임에도 기계적 중립 지키기에 급급하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언론불신이 이렇게 극대화 된 상황에서 시민들의 신뢰를 얻으려면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취재윤리와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키며 사안의 본질을 파헤치려는 노력을 부단히 경주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인터뷰 논란을 MBC만의 문제로 치부해선 안 된다. 언론계 종사자들이 기본을 되새기는 계기와 전환점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얘기다. 미디어오늘 역시 저널리즘 원칙을 되새기며 언론의 기본을 점검하는 2018년이 되겠다는 다짐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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