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공영방송은 정상화된다. 다음 차례는 권력 의중에 따라 언론의 자유를 옥죄었던 미디어 정부조직에 대한 개선작업이 돼야 한다. 정부조직개편 과정에서 찢겨진 미디어 조직을 복원해야 하며 박근혜 정부가 미뤄오거나 주먹구구식으로 추진해 온 뉴미디어 정책을 테이블에 올려야 할 시점이다. 미디어오늘이 선정한 2018년 미디어 정책 5대 과제는 다음과 같다.

1. 공영방송 정상화에 이어 ‘방통위 정상화’

‘공영방송 정상화’가 추진 중인 현 시점에서 작업을 ‘완료’하기 위해서는 ‘방송장악’ 조직 자체에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여야 3:2 구도의 방통위와 6:3 구도의 방통심의위는 ‘이명박근혜 9년’ 동안 권력의 의도에 따라 좌우되면서 언론의 공공성을 침해하는 ‘주무부처’였다.

방통위·방통심의위가 ‘정치권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위원 선임 및 운영방식 개선이 거론된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대선 때 방통위 산하에 학계, 시민사회, 법조계, 방송계 등의 추천을 받은 비상임 위원회인 ‘방송공공성정책위원회’를 특별위원회로 두고 방송공공성과 관련한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장낙인 전 방통심의위 상임위원은 방통심의위원으로 여야 동수 추천 후 대법관 추천을 별도로 두는 ‘중립지대’ 구성을 제안한 바 있다.

▲ 2008년 3월26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취임식. 현재 방통위는 이명박 정부 때 만들어진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2008년 3월26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취임식. 현재 방통위는 이명박 정부 때 만들어진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방통위, 방통심의위도 다른 부처와 마찬가지로 ‘적폐청산’ 작업이 필요하다. 방통위의 경우 시장원칙에 맞지 않는 종편 허가 배경 등을 다시 살피고 세월호 참사 당시 ‘보도통제 문건’작성 배경 등을 재조사해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방통심의위는 청와대 문건으로 인해 드러난 국가정보원 청부심의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

2. 미디어 부처 조직개편

비정상적으로 찢겨져 정책 혼선을 빚어온 미디어 정부부처 ‘이원화 체제’를 복원해야 한다. 지난 대선 국면에서 학계는 ‘방통위 주도 통합안’ ‘과기정통부 주도 통합안’ ‘신문방송 통합부처 설립안’ 등을 제시한 바 있다. 방점은 다르지만 미디어 정책을 통합해야 한다는 점은 학계 전반이 공감하고 있다.

현재 관련 논의는 방통위와 과기정통부 두 축이 중심이지만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인터넷상 정치적 표현의 자율 규제 전환’을 정책과제로 제시한 만큼 방통심의위 권한 및 조직개편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방통심의위 폐지론’까지 나오는데 장낙인 전 방통심의위 상임위원은 “음란물, 공문서 위조, 마약거래, 성행위 동영상 등 신속한 처리가 필요한 문제는 자율심의에 맡겨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방통위 산하에 방통심의위를 통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정부 주도의 심의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지만 지금도 그와 다르지 않고 현재 방통심의위가 민간기구 권한을 갖고 있으면서 행정부처 역할을 하는 법적 ‘부조화’도 해결해야 한다. 전 방통위 관계자는 “금융감독위원회 직속에 금감원을 둔 것처럼 방통심의위를 ‘원’으로 만들고 시민단체, 전문가 등의 참여를 보장하는 민간 중심의 집행기구로 개편하는 방안도 있다”고 밝혔다.

3. 포털 관련 ‘위원회’ 평가 및 전면 재검토

포털 사업자들은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위원회’를 만들었지만 ‘결과’는 문제 해결이 아니라 책임을 외부로 떠넘기는 데 그치고 있다. 난립하는 ‘위원회’ 제도에 대한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오는 2월 2기 위원회 임기가 끝나는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업계 중심으로 구성된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포털 뉴스의 진입과 퇴출을 원활히 하고 ‘어뷰징’을 막겠다며 도입했지만 여전히 포털에서 문제적 보도는 쏟아지고 있고 유력 매체에는 ‘솜방망이’로 대응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 2015년 9월 열린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설립 기자회견. 사진=이치열 기자.
▲ 2015년 9월 열린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설립 기자회견. 사진=이치열 기자.

지난해 스포츠뉴스 기사 배열 조작 논란이 불거지자 네이버는 기사배열을 감시하는 ‘상시 기사배열 위원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 위원회는 여야 추천 위원들이 참여할 계획인데 방통심의위나 선거보도심의기구 운영 결과에서 보 듯 여야 힘겨루기식 위원회가 ‘불공정 보도’에 대한 해답이 될 수는 없다.

포털과 관련한 논란을 극복하기 위해 포털은 공정성 복원을 위한 자체적인 원칙을 수립하고 보다 투명한 서비스 개선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포털이 뉴스 편집 개입 사례를 기록하고 공개하는 안을 하나의 대안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 학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차라리 언론행위를 하고 있다고 선언하는 게 대책”이라며 “‘우리는 우리의 가치와 신념에 따라 이러한 결과를 보여준다’고 공표하고 검증받는 게 맞다”고 지적한 바 있다.

4. 해묵은 난제, ‘결합상품’ 대응과 ‘재송신 분쟁’ 개입

통신사를 겸영하는 IPTV 업체들이 핸드폰과 TV를 결합해 판매하면서 통신 시장의 지배력이 방송시장으로 ‘전이’될 우려가 있다.

이 우려는 해묵은 것이지만 박근혜 정부는 ‘결합상품’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KISDI(정보통신정책연구원)는 2014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 때만 해도 ‘시장지배력 전이’ 가능성을 우려했으나 2015년부터는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KISDI는 ‘실수’라는 입장이지만 경쟁상황평가 과정에서 SK브로드밴드의 결합상품 가입자를 대거 축소했고 그 결과 SK브로드밴드가 이익을 본 일이 드러나기도 했다.

▲ 통신3사는 핸드폰을 포함한 결합상품을 내세우면서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16 방송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통신3사의 매출액이 케이블 매출액을 추월하기도 했다.
▲ 통신3사는 핸드폰을 포함한 결합상품을 내세우면서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16 방송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통신3사의 매출액이 케이블 매출액을 추월하기도 했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지난 국정감사 때 결합상품 정책자료집을 발간하고 ‘공정경쟁 저해 효과에 대한 구체적 심사기준 마련 및 국회 제출 의무화’ ‘방송법 개정을 통한 결합시장 경쟁상황평가 법적 근거 마련’ 등을 제안했다.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결합상품 평가를 실시하고 지배적 사업자에 대해서는 결합품목 제한 등 규제를 가하는 것이다.

지상파가 케이블 및 IPTV에 방송채널을 내보내고 대가로 받는 돈인 지상파-유료방송 재송신 수수료에 대한 분쟁 역시 매년 반복되고 있다. 이와 관련 방통위는 ‘직권조정 권한 확보’를 정책과제로 제시했지만 중요한 건 싸움을 말리는 힘이 아니라 ‘직권조정’의 근거가 될 수 있는 합리적인 재송신 수수료 산정 기준이다. 지난해 박근혜 정부 방통위는 ‘재송신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정작 재송신 단가 산정을 하지 않아 ‘지상파 방송사 눈치를 본다’는 비판을 받았다.

5. 시청점유율 규제 근본적 재검토

변화한 시청환경에 맞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무조건적인 적용 대상 확대는 정답이 아니다. 현행 시청점유율과 도입을 추진 중인 통합시청점유율 제도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센 이유다.

시청점유율 규제는 두가지로 나뉜다. 첫째, 이명박 정부 방통위가 종편 도입 과정에서 독과점 방지책으로 특정 신문+방송 그룹이 전체 시청률 중 30%를 넘으면 제재하는 ‘시청점유율’ 규제다. 둘째, 박근혜 정부 방통위는 기존 시청점유율이 뉴미디어 이용행태를 고려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해 모바일, PC 등을 포함하는 ‘통합시청점유율’ 도입 작업을 시작했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는 “방법론의 문제와 규제 자체의 타당성, 두가지 측면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청점유율 산정을 위해 방송 시청률과 완전히 다른 지표인 신문구독을 억지로 환산하고 있는데, 가중하는 방식이 인위적인 데다 30% 넘는 사업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어 규제의 필요성이 없다”면서 “그동안 많은 기회비용을 지불했지만 얻은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심영섭 교수는 “이 같은 상황에서 스마트폰 등 비실시간 시청률까지 더하는 인위적으로 가중치를 두는 통합시청점유율이 추진되고 있다”면서 “변화하는 환경에 맞는 시청률로서는 의미가 있겠지만 이건 정부가 아닌 민간이 해야 할 영역이다. 이전 정부에서 했다고 계속 추진할 게 아니라 근본적 재검토와 함께 대안적 제도를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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