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에 (방송 아이템이) 넘어갈 때는 이미 유행이 지났다.”

지난달 29일 대학생 ‘미디어 이용조사 집담회’에 참여한 이정우(23)씨의 말이다. 미디어오늘은 대학생활앱 에브리타임과 함께 ‘대학생 미디어 이용’ 온라인 설문조사에 참여한 대학생 중 응답자 4명을 초청해 지난달 29일 집담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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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담회에 참여한 대학생 4명 중 3명은 지상파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는 반면 웹드라마를 더 즐겨 본다고 답했다. 최근 시청한 지상파 드라마를 물었을 때 침묵이 이어진 반면 대상을 웹드라마로 바꾸자 ‘연플리’(연애플레이리스트) ‘전짝시’(전지적 짝사랑 시점) ‘오구실’ 등의 작품이 잇따라 언급됐다.

▲ 와이낫미디어의 웹드라마 '전지적 짝사랑 시점'시즌3 스틸컷.
▲ 와이낫미디어의 웹드라마 '전지적 짝사랑 시점'시즌3 스틸컷.

남지현씨(21)는 웹드라마와 지상파 드라마는 분명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웹드라마는 소재가 신선한 게 많고, 20대가 좋아할만한 세련된 코드를 잘 잡고 편집방식도 촌스럽지 않다. 학생들 이야기를 다루니 내 이야기처럼 느껴지고, PD들이 독자 반응에 즉각적으로 피드백도 한다. 반면 지상파 드라마 캐릭터는 너무 전통적이고, 반복되는 신데렐라 스토리는 현실성이 없다.”

“TV드라마에 비해 관계가 덜 복잡하다.” 김지인씨(24)가 생각하는 웹드라마의 장점이다. 웹드라마는 인물 구도가 단순하고 스토리도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중간에 놓쳐도 다시 보는 데 무리가 없다. 반면 지상파 드라마는 한 회만 놓쳐도 스토리를 따라가기 힘들어 더욱 관심을 갖기 힘들다는 것이다.

스토리가 단순하고 러닝타임이 짧은 웹드라마가 주목을 받는 배경은 미디어 이용 행태와도 관련이 있다. 김지인씨는 “웹콘텐츠는 10~15분 정도로 짧은 게 장점”이라며 “이동할 때 마다 짧게 짧게 본다”고 말했다. 남지현씨 역시 “짧기 때문에 3화부터 접하게 돼도 ‘1, 2화보는데 20분밖에 안 걸리겠네’라는 생각이 들어 다 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딩고’나 ‘모모콘’ 등의 웹 예능도 인기를 끌고 있다. 집담회 참여자들은 “검열이 덜 된 느낌”(이정우) “편집점이 신선하다”(남지현) “특유의 B급 정서”(정채원)를 웹 예능을 선호하는 이유로 꼽았다.

▲ 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미디어오늘 사무실에서 '대학생 미디어이용 조사 집담회'에 참가한 대학생들. 왼쪽부터 이정우, 남지현, 김지인, 정채원씨. 사진=이치열 기자.
▲ 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미디어오늘 사무실에서 '대학생 미디어이용 조사 집담회'에 참가한 대학생들. 왼쪽부터 이정우, 남지현, 김지인, 정채원씨. 사진=이치열 기자.

반면 TV예능은 ‘식상하다’ ‘취향이 맞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채원씨(19)는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에 대해 “중년 남자들이 밥을 얻어먹는다거나 50대 아들을 측은하게 보는 어머니가 나오는 방송에 우리는 별 관심이 없다. 진짜 재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지인씨는 “비슷한 게 너무 많다”고 밝혔다. ‘아빠 어디가’가 흥행하면 육아예능 경쟁이 펼쳐지고,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먹방, 쿡방 등 하나의 포맷이 성공하면 유사한 콘텐츠가 쏟아지는 데 염증을 느낀다는 것이다.

방송 콘텐츠라고 해서 다 같은 ‘낡은’ 이미지인 건 아니다. 대학생들에게 방송예능은 지상파, 그리고 CJ E&M·JTBC 등 두 그룹으로 구분되고 있었다. 김지인씨는 “tvN은 삼시세끼, 롤러코스터, 응답하라 시리즈 같은 새로운 시도를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우씨는 “공영방송은 타깃층이 전 연령인 반면 tvN이나 JTBC는 젊은 연령대에 맞춘 느낌이 든다”고 비교했다.

이들은 TV로 본방을 사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남지현씨와 정채원씨는 “본방사수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이정우씨는 “거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지인씨는 본방을 보지만 TV가 아닌 ‘앱’으로 시청하는 점이 독특했다. “티빙 어플에서 (본방 시간에) 시청 알림이 오면 티빙 앱으로 본다”는 것이다.

TV를 잘 보지 않는 대학생들은 TV 콘텐츠를 어떤 기준으로 골라 볼까. 김지인씨는 “네이버에서 방송사 콘텐츠 클립을 먼저 보고 ‘와 이거 재미있네’ 싶으면 콘텐츠를 골라서 본다”고 답했다. 이정우씨도 “페이스북에서 클립을 보고 나서 재미있으며 찾아본다”고 말했다. 이전과는 달리 뉴미디어 플랫폼에서의 ‘반응’이 TV콘텐츠를 선택하는 결정적 요인이 된 것이다.

뉴미디어 콘텐츠 시청은 ‘추천’이 좌우한다. 네이버TV 순위 리스트를 클릭하거나 유튜브의 자동추천 영상을 통해 추천을 받는다. 트위터 등 SNS 친구가 추천하는 영상을 클릭해서 보기도 한다. 남지현씨는 한번 켜면 계속 관련영상을 보게 되는 유튜브의 동영상 추천기능을 “개미지옥 같다”고 표현했다.

이들은 OTT(푹, 티빙, 왓챠플레이, 넷플릭스, 유튜브), 음원서비스(멜론, 지니), 웹툰 서비스 등에서 유료결제 경험이 있었다. 이정우씨는 “돈 내는 게 부담스러워서 처음에는 친구들과 한 계정으로 같이 봤는데, 하다 보니 익숙해져서 돈을 내는 게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김지인씨 역시 “그 정도 비용은 지불할 수 있다”고 했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 디자인=이우림 기자.

뉴스는 어떤 매체를 주로 볼까. 현장에서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뜨는 매체 이름을 물었다. 인사이트,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위키트리, SBS(스브스뉴스), KBS 등이 나왔다.

위키트리, 인사이트,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소셜미디어에서 강세를 보이는 인터넷 매체다. 특히 인사이트와 위키트리의 페이스북 구독자수는 각각 489만 명, 175만 명에 달한다. 기성 언론매체의 페이스북 구독자를 압도하는 수치다.

그러나 대학생들에게 이들 매체는 영향력이 막강하지만 정작 신뢰도는 낮았다. 이정우씨는 “친구들끼리 농담 삼아 이야기하는 소재를 제공하는 수준”이라며 “빠르게 뉴스가 나오긴 하지만 확인을 하지 않고 쓰는 것 같다. 실제로 보면 사실과 다른 내용들도 있다”고 말했다. 남지현씨 역시 “그냥 심심할 때, 할 거 없을 때 스크롤 내리면서 적당히 심심풀이를 할만한 정도”라고 말했다.

정치뉴스를 자주 보는지 물었다. 이들은 모두 “SNS에서 정치뉴스가 잘 뜨지 않는다”고 답했다. 종이신문을 구독하는 경우는 없었다. “일단 집에 구독자가 없어 구할 방법이 없다”(김지인) “예전에는 메트로 같은 게 있었는데 지금은 나눠주지 않으니 접할 기회가 없다”(이정우) “검색어 1위, 2위에 떴을 때 검색어를 통해 뉴스를 접한다. 종이신문을 볼 일은 없다.”(남지현)

언론사 홈페이지에 직접 접속하는 경우가 있는지 묻자 “날씨를 볼 때” “과제할 때”라는 답이 돌아왔다. 정채원씨는 “최근 여성 문제에 관심을 갖게 돼 이 이슈를 주로 다루는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접속한다”고 말했다.

▲ 미디어오늘과 대학생활 앱 에브리타임이 공동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대학생 1017명이 참여했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 미디어오늘과 대학생활 앱 에브리타임이 공동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대학생 1017명이 참여했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웹툰이나 동영상서비스처럼 뉴스서비스에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을까. 이정우씨는 “만약에 뉴스가 재밌다면”이라는 전제조건을 강조했다. 김지인씨는 “그 뉴스를 다른 경로로 볼 수 없다면 돈을 내고 볼 것 같다”고 말했고, 정채원씨는 “가치관이 맞거나 선호하는 기자가 있으면 후원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제는 젊은 세대가 뉴스가 ‘어렵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뉴스는 다가오는 느낌이 너무 무겁다. 아버지가 보는 느낌이다. 이미지부터 바꿔야하지 않을까. 그런데 뉴스가 어려워서 보지 않는다기보다는 관심이 없다. 사실 어려운지 아닌지를 판단할 정도로 노출이 안 되고 있다.” 남지현씨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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