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 보고서에 시민의 정보기본권을 신설해 적극 보장하고 언론 자유 및 표현의 자유 권리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개정 작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자문위원회는 최종 의견은 아니라면서 보고서 내용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개정 헌법에서 다뤄야 될 문제로 정보기본권과 언론 문제를 거론하고 있어 주목된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는 지난해 2월 2일부터 활동을 시작해 11개월 동안 자문활동을 한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작성했고, 조선일보가 경제 관련 분야 문구를 문제 삼아 보도하면서 보고서 초안이 일부 공개됐다.

미디어오늘이 440쪽에 이르는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정보기본권 문제와 언론 분야에서도 구체적인 개정작업 내용이 확인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헌법 제 28조에 정보기본권을 신설하는 방안이 적시돼 있다. 개정안은 28조 1항에 “모든 사람은 알권리 및 정보접근권을 가진다”, 2항에 “모든 사람은 자신의 정보에 관한 결정권을 가진다”, 3항에 “모든 사람은 정보문화향유권을 가진다”, 4항에 “국가는 개인별 지역별 정보격차를 해소하고 정보독점으로 인한 폐해를 예방 및 시정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문구를 넣었다.

자문위원회는 관련 개정안 신설 취지에 대해 “정보화 사회가 급진전되면서 현행 헌법 제17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라는 소극적 권리만으로는 정보의 접근과 통제가 불가능하게 되었고, 다수 사람들이 개인별 지역별 정보격차, 정보독점의 폐해를 경험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현대사회에 맞게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 정보격차 해소 및 정보독점 예방을 위한 국가적 의무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개인정보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문구와 관련해서는 헌법 제10조 행복 추구권과 헌법 제17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을 권리가 ‘소극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면 이번 신설 조항은 “현대 사회에서 자신에 대한 정보를 자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적극적인 권리까지도 보장하려는 데 취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보문화향유권과 관련해서는 유엔 사회권규약 제15조 ‘문화생활을 누릴 권리’, ‘과학의 진보 및 응용으로부터 이익을 향유할 권리’를 들면서 제3세계 국가들이 HIV/AIDS 의약품 가격과 관련해 의약품 접근권을 주장하는 것을 예로 제시했다.

정보문화향유권을 신설하자고 찬성하는 의견은 “과학적 문화적 창작물은 인류가 쌓아온 업적에 토대를 둔 것이기 때문에 온전히 그 창작자 개인의 작품으로 볼 수 없고 인류 공동자산으로 볼 수 있다”고 했지만 “과학적 문화적 창작물에 대해 지적재산권을 강하게 보장하는 오히려 필요”하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아 향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표현의 자유 및 집회 결사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는 현행 헌법 21조를 제29조와 제30조로 분리해 개정하는 방안도 내놨다.

기존 현행 헌법 제21조는 다음과 같다.

①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②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③통신·방송의 시설기준과 신문의 기능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④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같은 현행 헌법을 제29조 1항에 “모든 사람은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권리를 가지며, 이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금지한다”, 2항에 “언론 매체의 자유와 다원성, 다양성은 존중된다”, 3항에 “언론 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배상 또는 정정 등을 청구할 수 있다”로 개정하는 안이다.

▲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 보고서 첫머리.
▲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 보고서 첫머리.

집회 결사 자유는 헌법 제30조를 신설해 “모든 국민의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가지며, 이에 대한 허가는 금지된다”고 별도로 규정하는 안을 제시했다.

기존 헌법 21조 3항에 통신 방송의 시설기준 대목은 “언론 출판 활동을 위축시키게 되므로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자문위는 “언론 출판의 자유의 한계 중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 표현은 현실과 괴리감이 있고 추상적인 표현이므로 삭제했다.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경우 피해배상 청구권과 함께 정정보도청구권 등을 명시함. 손해배상과 정정보도 청구 등의 주체를 피해자에 한정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타인의 배상청구를 인정하게 되면 범위가 과도하게 넓어지므로 현행과 같이 명시하기로 함”이라고 설명했다.

시민의 표현을 검열하고 블랙리스트 논란으로 민주주의에 역행했던 현실을 감안했을 때 표현의 자유에 대한 국가의 검열 금지를 헌법에 명확히 명시해 철퇴를 내리고, 대신 언론 출판으로 인한 피해구제도 구체적으로 명문화하는 방안이다.

자문위원회 보고서와 관련해 국회는 구속력을 갖지 않은 초안에 불과하며 쟁점이 많은 만큼 의견을 나열한 수준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정보기본권과 표현의 자유 대목은 큰 이견이 없다는 점에서 헌법 개정 작업 시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자문위원회는 보고서 첫 머리에 “자문위원회가 종합적․통일적 개헌안을 내는 것이 바람직할수도 있으나, 매 사안에 대한 심도 있는 다양한 논의를 전문적으로 다루고 다양한 분야의 자문위원들의 역량이 담긴 열린보고서가 되게 함으로써 향후 본격적인 개헌과정에서 다양한 국민들의 의견이 폭넓게 수렴될 수 있는 활발한 논의를 가능하게 하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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