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기자들이 2017년 한겨레21 올해의 표지를 선정했다. 기자들이 소개하고 싶은 좋은 보도뿐 아니라 한겨레21 안팎으로 논란이 된 표지들을 고르며 이에 대한 고민도 전했다.

지난해 12월30일 김완·하어영 한겨레21 기자는 한겨레TV를 통해 ‘어떤 영수증의 고백(1186호, 11월6일)’, ‘새 시대의 문(1162호, 5월22일)’, ‘국정원은 왜 우익 청년에게 2만5천원을 줬나(1158호, 4월24일)’ 등 국정원 단독 보도들, ‘제주 강정 10년 싸움(1164호, 6월5일)’, ‘난민 복서 이흑산(6월12일)’ 등 5가지를 올해의 표지로 꼽았다.

‘어떤 영수증의 고백’은 박근혜 정부 하에서 LG가 보수 단체에 직접 자금을 지원한 영수증을 입수해 표지로 실은 보도다.

이를 보도한 김완 기자는 “(기사 작성) 두 달 전부터 영수증을 입수했는데 그 무렵 쓰기로 한 이유는 경제 주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뤄지지 않아 보수 정권 하에서 합법 혹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의 탈을 쓰고 집행됐던 더 많은 영수증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서”라고 기사 작성 경위를 밝혔다. 해당 기사는 양상우 한겨레 사장이 기사 출력물을 직접 펜으로 수정하는 등 ‘편집권 침해’ 논란을 부른 보도다.

▲ 2017년 한겨레21 안팎에서 큰 논란이 된 두 표지.
▲ 2017년 한겨레21 안팎에서 큰 논란이 된 두 표지.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 한겨레21 표지는 독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았다. 1162호 표지에는 문 대통령이 한 곳을 응시하는 사진이 크게 들어갔다. 당시 독자들은 한겨레21이 대선 기간 동안 다른 후보와 달리 문재인 후보 사진을 단독으로 실은 적 없고 당선 직후인 1161호 표지에도 문 대통령 사진이 실리지 않았으며 당선이 한참 흐른 뒤 실린 1162호 사진 역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 기자는 “언론인으로서 판단과 시민의 눈높이가 충돌한 첫 번째 사건이었다”며 “미숙했던 건 그럴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몰랐고 경험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독자들이 격렬하게 반대할 때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가, 이 부분이 숙제”라고 덧붙였다. 하어영 기자는 “적정한 수준에서 넘어가는 게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그렇게 넘어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표지 논란으로 한겨레21이 잃은 독자들도 있다. 김 기자는 “이 표지로 인해 좋은 보도들이 논쟁 속에서 산화해버렸다”며 “그 자체로 아픔이 됐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진보 언론 비판’이 사회적 현상이 된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지면에 담기도 했지만 언론사나 기자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한 뚜렷한 답을 찾진 못했다.

한겨레21은 지난해 상반기에 특히 국정원 관련 단독 보도들을 쏟아냈다. 국정원이 보수논객 80여명과 접촉해 ‘언론닷컴’을 만들었다는 보도, 국정원 정보보안국 산하에 엔터테인먼트팀이 최소 2명이 있다는 보도 등은 국정원 개혁의 과제로 남았다. 하 기자는 “(국정원이) 한 손에는 블랙리스트, 한 손에는 화이트리스트를 들고 엄청난 힘이 있었다는 걸 (문화)산업에 보여주면서 실제 판이 많이 흔들렸다”고 지적했다.

▲ 제주 강정마을에서 10년 전 해군기지를 찬성했던 주민 한겨레21 인터뷰 기사. 사진=한겨레TV 화면 갈무리
▲ 제주 강정마을에서 10년 전 해군기지를 찬성했던 주민 한겨레21 인터뷰 기사. 사진=한겨레TV 화면 갈무리

해군기지가 들어선다는 발표 이후 상처로 물든 제주 강정마을의 10년을 되돌아 본 기사도 올해의 표지에 올랐다. 하 기자는 “넌 가해자, 난 피해자 또는 너는 부역자, 나는 저항했던 사람으로 구분하지만 선을 그을 수 없는 지점들이 있다”며 “마을이 망가지고 감정적으로 고장 나는 것들이 (기사를 통해) 잘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어 “세 마을의 잔혹사”라며 “두 번째는 밀양, 세 번째는 성주”라고 덧붙였다.

난민복서 이흑산 보도는 지난해 12월5일 제20회 국제엠네스티 언론상을 수상했다. 한겨레21은 “난민과 이주노동자를 향한 우리 안의 시선” 등의 기사에서 카메룬 군대를 탈출해 한국 정부에 난민 신청했지만 1차 심사에서 거부당하자 최종 심사를 앞두고 복싱을 통해 존재 가치를 알릴 수밖에 없었던 이흑산 선수를 소개했다. 보도 이후 법무부는 이흑산씨와 그의 친구까지 난민으로 인정했다.

▲ 김완(왼쪽), 하어영 한겨레21기자. 사진=한겨레TV 화면 갈무리
▲ 김완(왼쪽), 하어영 한겨레21기자. 사진=한겨레TV 화면 갈무리

김 기자는 “올 한해 많은 분들이 승리했고 정권교체를 이뤘다”며 “그 열기와 요구에 비해 한겨레21이 부족했더라도 좋은 보도들, 우리가 해야 하는 보도의 정신을 놓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