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 시 이른바 ‘통합정당’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인지를 두고 각 여론조사 기관마다 상이한 결과를 내놓고 있다. 두 당이 합당하면 정당 지지율이 자유한국당을 추월한다는 여론조사와 달리 통합 효과가 미미하다는 결과도 있어 통합 찬성파와 반대파는 각각 아전인수식으로 유리한 결과만을 인용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정치 현안 관련 설문조사는 각 조사 기관마다 어떤 질문(자극)으로 답변(반응)을 받아 내느냐에 따라 결과 값이 차이가 날 수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정당을 어떻게 표현하느냐 그리고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정당 외 잔류 정당을 포함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할 경우 ‘통합신당’의 지지도가 한국당을 추월하는 것으로 조사된 지난달 30일 MBC·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에선 “만약,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해 신당이 창당될 경우에는 어느 정당을 지지하시겠습니까?”라고 물었다. 다른 여론조사 기관의 ‘통합정당’이라는 표현과 달리 ‘통합신당’이라고 물은 것이다.

▲ 지난달 30일 MBC·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 리포트 갈무리.
▲ 지난달 30일 MBC·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 리포트 갈무리.
이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신당의 정당 지지도가 19%로 한국당(10.5%)보다도 월등히 높게 나왔다. MBC는 “민주당이 여전히 1위였지만 통합신당이 오차범위 밖에서 한국당을 밀어낸 2위로 나타나 통합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고 보도했다.

MBC 지지 정당 보기는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신당 △국민의당 통합반대파 의원들의 정당 △정의당이었다. 아울러 ‘선생님께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엔 찬성이 36.8%, 반대 37.5%(모름 25.7%)로 반대 의견이 오차 범위 내에서 높게 나왔다.

반면 이에 앞서 지난달 28일 tbs 의뢰로 리얼미터가 조사한 통합정당에 대한 지지도는 12.8%로, 기존 정당 구도에서 국민의당(6.8%)과 바른정당 (5.6%) 지지도를 합한 12.4%에 비해 통합 시너지 효과는 0.4%p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는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바른 통합정당 △국민·바른 통합 반대파 정당 △정의당에 대해 ‘만약 정당구도가 다음과 같이 재편된다면 다음 중 어느 정당을 지지하거나 약간이라도 더 호감을 가질 것으로 보십니까’라고 물었다. 

리얼미터 측은 “기존 구도 지지도와 비교했을 때, 국민·바른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는 크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양당 통합 시, 이탈파 의원들이 정당 또는 교섭단체를 구성할 경우 3.5%의 지지를 받으면서 이탈표가 생길 것으로 전망하는 유권자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지난달 28일 tbs·리얼미터의 통합정당 포함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 사진=리얼미터 제공
▲ 지난달 28일 tbs·리얼미터의 통합정당 포함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 사진=리얼미터 제공
지난달 31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해 한 명의 후보를 내는 ‘3자 대결’ 구도에서도 민주당 우위 판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한 세계일보·리서치앤리서치(R&R) 조사에선 ‘내년 6월 지방선거가 다음과 같이 3자 대결 구도로 선거가 치러진다면 어느 후보에게 투표하시겠습니까?’라고 물었다. 통합정당 이탈파와 정의당 등을 배제한 3자 구도 판세였다.

그 결과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47%,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정당 후보는 12.2% 한국당 후보 11.8%의 지지를 받았다. ‘정당 간 통합 연대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귀하께서는 다음 중 어느 정당의 통합에 가장 찬성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민주당과 국민의당과의 통합이 20.2%로 가장 높았다. 이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15.4%),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7.4%), 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과의 통합(5.1%) 순이었다.

이처럼 각 여론조사 기관의 질문 표현과 문항에 따라 결과 차이가 큰 것에 대해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정당 혹은 중도·보수신당 등 여러 표현에 따라 다소 값이 차이 날 수 있다”며 “유사한 시기 차이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통합정당과 한국당 양당에 대한 잠재 지지층의 유동성이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윤 센터장은 “이후 통합 진행 과정이 매끄럽고 기대감을 주며 진행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서도 지지도 추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기대감을 충분히 주지 못할 경우 창당 후 지지 흐름이 일정 기간 제약을 받을 수 있고, 보수층에서 어느 당에 대한 선택을 확고하게 정하지 않는 유동층이 존재해 변동성이 남아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상이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바른정당과 합당을 주도하고 있는 국민의당 통합 찬성파와 반대파는 각각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만을 내세우며 ‘확증편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1일 국립현충원 묘역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으로 탄생할 신당의 지지율이 선전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는 국민의 열망이 그만큼 높은 것”이라며 “영호남의 화합을 통해 진정한 개혁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에 대해 기대하는 분들이 많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합당 반대파인 박지원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지난달 31일 중앙선데이·윈지코리아컨설팅 여론조사 보도를 인용하며 “‘전체 17개 광역단체 중 하나도 통합된 당은 이길 수 없고 심지어 기초단체장 하나도 이길 수 없다’는 결론으로 여론조사가 나와 있다”며 “안철수 대표는 ‘3등과 4등이 합치면 2등 된다’라고 했지만, 나는 꼴등 된다고 했는데 불행히도 내 예감이 맞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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