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국방부가 아랍에미리트(UAE)와 원전수주에 따른 이면합의로 상호군수지원협정(MLSA)을 체결했다는 논란이 증폭되는 가운데 자유한국당이 해당 사안 국정조사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명박 정부 시절은 물론이고 박근혜 정부 때에도 해당 사안을 알고도 숨겨왔다는 논란이 나오는 상황에서 자유한국당 자충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김성태 원내대표는 “정치보복에만 혈안이 된 아마추어 정권이 국가의 연속성을 부정하고 UAE와 한국정부가 맺은 국가 간 협약인 국방, IT, 의료, 문화, 환경 등 많은 분야의 협력조차 특히 군사협력 양해각서조차도 적폐로 간주하고 불법성을 운운하다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초래했다”고 말했다. UAE와 맺은 군사협정이 다양한 차원의 협력일 뿐, ‘이면합의’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사진=민중의소리
▲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사진=민중의소리
김 원내대표는 “UAE 원전 게이트 진실규명을 위한 야권공조와 함께 집권당 민주당도 UAE 원전게이트의 진실을 우리 국민들에게 한낱 숨김없이 밝힐 수 있는 국정조사를 하루빨리 수용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UAE 관련 의혹을 제기한 김종대 정의당 의원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높은 수준의 보안이 요구되는 사안을 정의당 의원에게 이 정권의 누군가는 구체적인 내용을 유출시켰다는 사실”이라며 “정의당 국회의원 한 사람이 (이 문제를) 어떻게 알게 됐는지 문재인 정권은 국민들에게 소상하게 진실을 이야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뿐 아니라 신보라 원내대변인도 2일 오후 ‘청와대는 거짓해명과 기밀유출을 통한 UAE 원전게이트 물타기를 중단하라’는 논평을 냈다. 신보라 대변인은 “임종석 비서실장과 청와대는 겉으로는 양국 간 신의와 국익을 위해 사실을 밝힐 수 없다고 하면서, 뒤로는 온갖 군사·외교 기밀문서를 흘려대며 자유한국당을 협박하고 있다”며 “청와대는 양국 간의 신뢰에 따라 체결된 국가 간의 전략적 협의와 비즈니스를 ‘이면계약’으로 전락시켜 정쟁의 도구로 활용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 대변인은 “높은 수준의 보안이 요구되는 군사적 기밀이 정의당 김종대 의원을 통해 언론에 유출된 것은 현 정부가 본인들의 안위를 위해 군사기밀까지도 유출할 수 있는 정권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김종대 의원을 비난했다.

지난달 31일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한겨레 ‘임종석 UAE 방문, 이명박 정부 무기 비밀거래 뒷수습?’ 라는 기고를 통해 UAE 원전 수주를 맺으며 군사적 지원을 한 이면 합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기고에서 김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UAE에 원전을 수출하면서 끼워 판 것은 바로 군사력”이라며 “한국은 UAE아크부대로 명명된 특전사 병력 150명을 아랍에미리트에 파병했고, 7년이 지난 지금도 이 병력을 철수시키지 못하고 있는 까닭은 원전 수출로부터 이어진 일종의 이면합의 때문”이라고 썼다.

김 의원은 두 정부 사이에 군사지원 내용을 담은 비밀 양해각서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 양해각서가 체결된 시점과 정확한 내용은 아직 감춰져 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한겨레 “임종석 UAE 방문, MB정부 무기 비밀거래 뒷수습?“)

하지만 자유한국당 주장과 달리 언론보도를 살펴보면 김 의원 말에 점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지난 1일 한국일보는 “2009년 원전 수출 당시 UAE는 우리에게 군사적으로 이것저것 요구한 게 많았다. 2013년에 뒤늦게 MLSA(상호군수지원협정)를 체결한 것도 UAE를 달래기 위한 이면합의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는 군 고위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또한 한국일보는 1988년부터 2016년까지 체결한 15개국과의 MLSA는 국방백서에 공개했으면서도 유독 UAE와의 MLSA만 누락한 것도 이런 의심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라고 썼다. 

(관련기사: 한국일보 “국방부, UAE와의 군수지원협정 왜 숨겼나”)

UAE와 관련된 이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현재 자유한국당은 ‘친이명박’이나 ‘친박근혜’ 파벌은 모두 정리했다는 입장이지만, 같은 뿌리를 둔 당으로서 책임을 면할 길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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