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의 새해 첫 집회는 고대영 KBS 사장 퇴진 이후 KBS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는 자리였다. 새노조는 2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총파업 121일차 집회를 열고 소외된 목소리를 외면해온 KBS에 대한 반성과 앞으로의 다짐을 공유했다.

이날 새노조 조합원들 앞에 선 성재호 위원장은 조만간 고 사장이 해임될 것으로 보인다며 “고대영 해임 이후 새로운 KBS를 함께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의 강규형 전 KBS 이사 해임 재가로 KBS 이사회 재편, 고 사장 해임 등이 현실화한 만큼 KBS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자는 취지다.

이날 집회에는 ‘삼성 백혈병’ 피해자 고(故) 황유미씨 아버지인 황상기씨가 참석해 공영방송 KBS 역할을 촉구했다.

황씨는 “우리가 꼬박꼬박 수신료 내고 사장에게 월급 주는 이유는 공정한 방송을 하라는 것”이라며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죽고 병들어가도 고대영 사장 체제 KBS는 다루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2007년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딸을 산업 재해로 잃은 황씨는 반도체노동자의인권과건강지킴이 ‘반올림’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이상수 반올림 활동가는 “한국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산업 재해로 목숨을 잃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산업 재해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수 활동가는 구의역 스크린도어 참사, 한국전력공사 노동자 감전 사고 등을 언급하며 “꼭 저희 문제가 아니더라도 올바른 목소리들이 반영되는 KBS를 지켜볼 기쁜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집회 사회를 맡은 이광용 아나운서는 “KBS 9시 뉴스에서 사회의 어둡고 약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집회에서는 그동안 ‘삼성 직업병’ 사태에 대한 보도국 간부들의 검열을 뿌리치지 못했다는 ‘추적60분’ 제작진의 고백도 영상을 통해 전해졌다.

새노조 조합원들은 향후 KBS 정상화를 위한 순차적 복귀에 돌입했다. 예능·드라마 PD들이 지난 1일자로 복귀한 가운데, 스포츠부문 제작진의 복귀 여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새노조는 지난달 28일 전국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대규모 인원·자원 투입이 요구되고 정상화 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예능·드라마 부문 선(先)복귀를 결정했다.

다만 고 사장 퇴진 때까지 총파업 기조를 유지하는 만큼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는 당부도 거듭됐다.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은 “올해는 KBS가 제1의 공영방송으로서 바로 서는 해가 될 것이다. 한 단계 넘어서야 할 산이 ‘고대영 퇴진’”이라며 “광화문에서, 과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소리쳤던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는 공영방송’을 꼭 만들어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여권 몫 보궐 이사를 선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길환영 KBS 사장 해임 등 전례에 비춰볼 때, 재편된 KBS 이사회가 이인호 KBS 이사장 불신임안 및 고 사장 해임안을 처리하기까지 2주가량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