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총파업 장기화 국면에서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인사들이 특별 승진 대상자에 올랐다.

KBS 사측은 한상권 아나운서, 김환주 통합뉴스룸 국장 등 4인에 대한 특별 승진 결정을 지난 26일 통지했다. 이들은 내달 1일 기준으로 2직급에서 1직급으로 승진하게 된다.

한상권 아나운서는 현재 기존 김원장 앵커가 제작거부로 하차한 ‘4시 뉴스집중’ 앵커를 맡고 있다. 한 앵커는 지난 20일 뉴스에 출연한 배우 정우성씨에게 “최근 관심 사안이 무엇이냐”고 질문했다가 “KBS 정상화”라는 답을 돌려 받은 당사자다. 당시 정씨는 “KBS가 1등 국민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을 빨리 되찾기 바란다”고 말해 반향을 일으켰다.

▲ 총파업 중인 지난 20일 KBS '4시 뉴스집중'에 출연한 정우성 씨가 "KBS 정상화"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방송 갈무리
▲ 총파업 중인 지난 20일 KBS '4시 뉴스집중'에 출연한 정우성 씨가 "KBS 정상화"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방송 갈무리
‘MB 청와대의 군 댓글 공작 개입’ 보도 통제 논란의 인물도 특진 대상이다. 김환주 통합뉴스룸 국장직무대리는 이번 승급으로 국장이 됐다. 지난 8월 KBS 기자들이 이명박 정부 군 사이버사령부 고위 관계자였던 김기현씨를 단독 인터뷰했지만, 김 국장 등 KBS 보도국장단이 추가 취재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보도를 막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보도 통제 논란이 불거졌다.

KBS 구성원들은 이들에 대한 특별승진이 ‘고대영 체제 수호의 대가’라고 비판했다. 박종훈 기자협회장은 2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금의 KBS에서) 보도국장의 공적은 KBS를 몰락시킨 고대영 체제를 지켰다는 의미”라며 “공정방송 회복을 위한 구성원들의 총파업이 진행되는 틈을 타서 특별승진을 혜택과 회유 수단으로 악용했다”고 말했다.

총파업 기간 중 예능·드라마를 제작 중인 PD들에 대한 특진도 단행됐다. 당사자들은 이를 모욕으로 받아들인다는 입장이다. 한경천·배경수 PD가 특진 통지를 받은 다음날인 27일, PD협회는 “수십, 수백억 외부제작비 때문에 파업에 동참하지 못한 드라마·예능 PD들의 행위가 선심 쓰듯 시행한 승급의 빌미가 돼 버렸다”며 이번 특진을 ‘갈라치기’로 규정했다.

PD협회는 성명을 통해 “(고대영 사장의) 사령장은 조선시대 능참봉 교지보다 가치가 없기에 모욕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협회는 조인석 부사장을 향해서도 “진정한 선배 PD라면 고대영이 직급을 가지고 장난칠 때 단호히 막았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고대영 사장 퇴진 등 KBS 정상화를 내건 언론노조 KBS본부 파업은 29일 현재 117일째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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