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보다 화질이 4배 선명한 지상파 UHD 방송이 전국 광역시 권역으로 확대되지만 여전히 일반 시청자가 시청하기는 매우 어렵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9일 지상파 UHD 방송을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울산 등 5대 광역시를 비롯해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평창 등 강원권 일부 지역으로 확대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현재까지 지상파 UHD방송은 수도권 지역에서만 시청할 수 있었다.

그러나 UHD 방송 시청은 매우 까다로울 전망이다. UHD를 보기 위해서는 UHD TV를 구입해야 하는데, 2017년 이전에 출시된 TV는 송출방식이 유럽식이기 때문에 미국식으로 도입된 한국 UHD 방송을 볼 수 없다. 따라서 별도의 수신장치(셋톱박스)를 추가로 설치해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또한 지상파 UHD는 케이블이나 IPTV 플랫폼을 통해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직접 수신’을 위한 안테나도 설치해야 한다.

▲ 지상파 UHD 광고화면 갈무리.
▲ 지상파 UHD 광고화면 갈무리.

지상파 UHD TV를 구입해 안테나와 셋톱박스를 설치한다고 해도 지상파 UHD를 늘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2018년 기준 지상파 방송사의 UHD 방송 의무편성비율이 10%에 불과해 90%는 UHD가 아닌 HD방송을 봐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편성비율 10%는 2018년 전체 기준이기 때문에 평창올림픽 때 UHD방송 비율을 높이고, 다른 시기에는 UHD 방송 편성비율이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중계 방송 판매 등이 이뤄지는 평창올림픽 기간 동안 UHD 콘텐츠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돼 일반 방송 프로그램에서 UHD 콘텐츠는 더욱 만나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UHD 방송을 보는 시청자는 전 국민의 1% 미만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UHD 수신이 가능한 미국식 UHD TV 판매량은 11만대에 불과하다. 셋톱박스가 필요한 유럽식 UHD TV는 100만대 이상 판매됐으나 정작 셋톱박스 판매는 4000대에 그쳤다.

무료보편적서비스인 지상파 UHD방송 도입의 필요성은 있었지만 지상파 경영난이 맞물려 원활한 투자가 이뤄지기 어려웠던 데다 정부정책이 뒤따라주지 못한 점이 문제였다.

실제 UHD가 도입되자 지상파는 스스로 약속한 투자계획에 대한 이행의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방송 허가에 차질이 빚어진 바 있다. 이은권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0월 국정감사 때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지상파가 발표한 UHD 시설 및 콘텐츠 투자계획은 511억 규모였으나 실제로는 KBS 128억 원, MBC 118억원, SBS 163억 원으로 전체 410억 원에 그쳤다. EBS는 주파수를 할당받았지만 시설 투자 비용이 없어 개점휴업 상태다.

▲ 2017년 5월 30일 SBS 8뉴스 보도.
▲ 2017년 5월 30일 SBS 8뉴스 보도.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지상파는 가전사에서 TV를 만들 때 UHD 안테나를 내장할 것을 요구했지만 가전사는 단가 상승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가전사들이 UHD TV에 안테나를 패키지로 팔지 않자 지상파 방송사들은 보도를 통해 가전사를 비판하기도 했지만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 논의는 오랫동안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가전사에 현실적으로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물론, HD 전환 때와 마찬가지로 UHD 전환은 단계별로 이뤄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바라볼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큰 TV가 필요한 UHD 방송이 HD처럼 전 가구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데다 보급속도가 느리고 시청방법이 복잡한 현실은 앞으로도 개선될 여지가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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