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안봉근 전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의 증언을 단서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간 추가 독대 사실을 추궁하고 있는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은 “내가 기억하지 못하면 내가 치매일 것”이라고까지 말하며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27일 오전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삼성 뇌물 사건’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 신문에 임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부회장과 대통령 간 ‘네차례 독대’는 이 부회장에 대한 유죄 심증을 강화시킬 수 있는 중요 쟁점이다. 특검은 지난 2월 이 부회장을 재판에 넘기며 공소장에 2014년 9월15일, 2015년 7월25일, 2016년 2월15일 등 세차례 독대만을 기재했다. 2014년 9월12일 네 차례 독대 정황을 포착했으나 물증과 증언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 특활비 상납 사건’ 수사가 진행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안봉근 전 비서관이 검찰 조사에서 ‘2014년 하순 청와대 안가에서 대통령과 개별 면담을 하러 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다’는 진술을 내놨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검찰·특검 수사 때부터 이 사실을 부인했다.

▲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27일 항소심 결심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 들어서고 있다.ⓒ민중의소리
▲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27일 항소심 결심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 들어서고 있다.ⓒ민중의소리

이 부회장은 법정에서 “안봉근 전 비서관이 왜 그런 착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내가 기억하지 못하면, 적절치 못한 표현이지만 내가 치매에 걸린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절대 아니”라고 부인했다.

이 부회장은 그 근거로 당일 와병 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병문안을 갔을 것이라 말했다. 그는 “회장님이 5월 쓰러진 후인 5~6월 동안엔 매일 하루에 두번씩 병문안을 갔다. 아침, 저녁으로 어머니가 병원에 계셨고 나도 점심·저녁 약속이 없으면 꼭 문병을 갔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또한 2015년 7월25일이 첫 번째 청와대 안가 방문날이 확실할 것이라며 “나와 내 운전기사가 안가 위치를 몰라 광화문 KT 건물 쪽에 차를 대고 전화를 걸어 그렇게 청와대를 들어간 게 기억이 난다”면서 “‘안가’라는 용어를 영화에서밖에 듣지 못해 설레임 같은 게 있었는데 들어가보니 시설이 구식이었다. 그때 봤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해명했다.

이 부회장은 변호인이 “이 사건 재판 임하며 거짓을 말하거나 진실을 회피하려 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절대 없다”고 답했다.

변호인의 “대통령 요구에 응한 것이 자신의 승계작업 등 사익을 위한 것이었느냐”는 질문에 이 부회장은 “승계작업 생각하고 한 것이 절대 아니”라고 밝혔다.

특검 ‘승계’ 언급하기만 하면 “경영권 승계 무슨 뜻인지 몰라”

‘현재 삼성전자 부회장이지만 삼성그룹 경영권을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승계받아 총수 지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는 특검 지적에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가 무슨 뜻인지 확실히 모르겠다”고 답했다.

특검이 이어 “향후 이건희 회장 유고시 피고인이 그룹 경영권을 승계받는 것은 맞느냐”고 묻자 이 부회장은 “다시 말하지만 경영권 승계가 무슨 뜻인지 내가 이해를 하지 못한다”며 “회장님이 유고하신다면 내 나름의 계획은 있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특검 수사 결과 드러난 차명전화 사용에 대해 “나쁜 뜻으로 사용한 게 아니라 기자들이 어떻게 번호를 알아내 연락을 해서 전화기를 많이 바꾸었다”며 “여러가지 (휴대전화) 기종을 쓰고 싶었던 데서 시작한 것”이라 해명했다.

특검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안 전 수석이 2016년 끝자리가 ‘8315’ ‘7514’ ‘1092’ ‘9247’인 이 부회장의 차명번호를 저장해놓은 사실을 밝혀냈다. 2016년 5~9월 동안 사용한 ‘1092’ 번호의 경우 이 부회장 개인 비서의 모친 명의 번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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