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참 이상해졌네.”

지난 26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홍 대표에게 돈을 전달할 때 봤다는 ‘척당불기’(倜儻不羈)’ 액자의 진실을 물어보는 MBC 기자를 향해 던진 말이다.

MBC는 이날 저녁 새로 개편된 뉴스데스크에서 지난 2010년 당시 홍준표 의원실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영상에 ‘척당불기’ 액자가 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 ‘척’자가 ‘사람 인’(人) 변에 ‘두루 주’(周)자인 데 그것이 어떻게 ‘척’으로 읽히는지 그게 신기해서 내가 기억에 남았다”는 윤 전 부사장의 말을 전했다.

이어 그동안 홍 대표 측이 ‘성완종 리스트’ 재판 과정에서 이 액자를 의원실이 아니라 당 대표실에만 뒀었다고 반박했던 점에 대해 홍 대표를 찾아가 묻자 홍 대표는 ”MBC가 참 이상해졌네”라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며 답변을 거부했다. 게다가 홍 대표는 계속 질문하며 따라가는 MBC 기자를 손으로 밀쳐내기까지 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26일 자신을 취재하는 MBC 기자를 ”MBC가 참 이상해졌네”라며 손으로 밀쳐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26일 자신을 취재하는 MBC 기자를 ”MBC가 참 이상해졌네”라며 손으로 밀쳐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MBC 기자들에 따르면 홍 대표는 이날 자신을 취재하는 MBC 기자들을 향해 다짜고짜 “카메라 치워”라는 식의 반말을 했고, MBC 기자가 손으로 밀어낸 것에 대해 항의했지만 아무런 사과나 해명 없이 차를 타고 자리를 떠났다.

이날 보도된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영상에도 홍 대표의 비서실장인 강효상 의원이 “정식으로 인터뷰를 요청하라”며 MBC 기자의 취재를 막았다. 이에 대해 MBC 기자들은 ‘강 의원도 기자 출신이면서 이런 식으로 취재를 막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앞서 MBC는 지난 13일 공소시효가 만료된 김무성 한국당 의원의 NLL 대화록 유출 의혹과 관련해 김 의원을 찾아가 “국정원 개혁위에서 (문건이) 청와대로 유출됐다고 얘기했었잖아요?”라고 물었지만, 김 의원은 “그런 내용은 난 알 바가 없다”며 엘리베이터를 따라 타려는 MBC 취재진을 가로막기도 했다.

지난 13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지난 13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취재진이 공식 입장을 듣기 어려운 사건 당사자를 기다렸다가 기습적으로 질문을 하는 취재 방식을 ‘앰부시’(Ambush) 인터뷰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지상파 방송 뉴스에선 좀처럼 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한 MBC 기자는 “원래 과거에 MBC 뉴스에서도 종종 했던 건데 그동안 못 하다가 다시 하는 걸 보여주니 생소하게 여기는 것 같다”며 “김무성 의원을 취재할 때도 ‘왜 다른 기자들처럼 취재 안 하냐’ ‘왜 사전 약속도 없이 이런 식으로 취재하느냐’는 항의를 강하게 받았다”고 밝혔다.

박성호 뉴스데스크 앵커는 달라진 MBC 정치 뉴스와 관련해 2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최근 정치부 기자들과 BBC 정치 뉴스를 가지고 함께 토론하기도 했다”며 “정치인의 발언을 받아 적기만 하지 말고 BBC 기자들처럼 정치인에게 직접 다가가 질문을 던지는 기자로 역할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말했다.

박 앵커는 “정치부에서도 틀에 박힌 여야 공방 보도는 가급적 지양할 생각이고, 민생법안을 다루더라도 법안 처리가 안 되면 민생에 차질을 빚을 거라는 평면적 기사가 아니라 실제 법안 처리가 안 되면 직접 영향을 받는 사람들과 현장을 찾아가 목소리를 듣는 제작 방식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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