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사면 문제가 해를 넘겨 정국의 핵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는 연초 사면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성탄절 특별사면은 단행하지 않았다. 연말에서 연초로 사면이 늦어지는 모양새인데 정부의 고심이 그만큼 깊은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특별사면이 뜨거운 감자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사면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정국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책결정이 부처와의 협의를 거친 결과물이라고 한다면 특별사면은 온전히 대통령 철학을 반영한 결과물로 평가받기 때문에 문 대통령의 특별사면 결정은 여러 해석을 낳을 수 있다.

정부 입장으로 보면 내년 지방선거와 개헌을 앞두고 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동력이 분산되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할 수밖에 없는데 특별사면에 따라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특히 민중총궐기 폭력혐의로 구속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과 내란선동 혐의로 구속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특별사면 대상 포함 여부를 놓고는 보수와 진보 진영 사이 치열한 싸움이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특별 사면 문제에 대한 부담이 큰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 발언 중 특별사면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대상자가 특정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길 경우 해석이 난무하고 특별사면 추진 자체도 어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6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종교 지도자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사면은 준비된 바 없다”고 말한 것도 연말 특별사면 문제가 부각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은 종교지도자의 질문을 받고 특별사면대상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는 발언을 내놨다.

당시 조계총 총무원장 설정 스님은 “통진당 당원들이 구속도 되고 만기 출소된 분도 있고 아직도 수감 중인 분도 있는데 성탄절을 맞아 가족 품에 안겨 성탄절을 맞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나 쌍용자동차 사태로 오랫동안 감옥에 있으면서 가족들까지 피폐해진 분들도 있는데 그들이 대통령님의 새로운 국정철학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사면은 준비된 바 없다”면서도 “한다면 연말연초 전후가 될텐데 서민중심 민생중심으로 해서 국민통합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문 대통령의 발언은 공방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사면에 부정적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국민과 통합을 이루어 나가려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정치가 해야할 중요한 핵심이 통합인데 우리 정치문화가 통합과는 거리가 있다. 당선 뒤에 통합을 위해 계속 노력해왔지만 정치가 못하고 있으니 종교계가 우리 사회 통합을 위해 더 많이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이는 한상균 위원장 등을 포함한 '통합사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시민사회는 대표 인사 120여명은 양심수 석방 추진위원회를 발족해 광범위한 양심수 전원 석방 요구를 내걸었다. 노동계도 한상균 위원장 석방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한 위원장이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시 2018년 노동계의 협조가 필수적인 노동시간 단축이나 최저임금 문제에 대한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여론은 공방이 치열한 사안인만큼 반반이다. 미디어오늘이 여론조사기관 (주)에스티아이와 함께 양심수 석방 문제를 물은 결과에서도 여론은 갑론을박이다.

지난 11월 정기조사에서 “자신의 정치적이고 종교적인 신념을 이유로 구속된 사람들을 양심수라고 한다. 한편, 최근 언론에 따르면 법무부는 일선 검찰청에 특별사면 대상자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귀하께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통해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구속된 양심수들을 석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은 결과 “양심수 석방에 찬성하다”는 응답은 48.7%, “양심수 석방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35.2%로 나왔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도 16.0%를 차지했다.

이어 12월 정기조사에서 “최근 법무부가 특별사면 대상자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7대 종단 종교 지도자들은 청와대 초청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양심수들에 대한 석방을 요구한 바 있다. 귀하께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통해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구속된 양심수들을 석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은 결과 “찬성한다” 43.3%, “반대한다” 38.3%, “잘 모르겠다” 18.4%가 나왔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구속된 양심수를 공안탄압의 희생양으로 보는 시각이 좀 더 우세한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사면 대상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을 때 여론은 미묘하게 갈린다.

지난 11월 29일 미디어오늘과 (주)에스티아이는 1그룹 3~40대 주부, 2그룹 40대 남성 회사원으로 분류해 문재인 정부 평가와 양심수 석방 문제를 주제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시 1그룹에 속한 30대 주부들은 양심수 석방 문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밝혔다.

윤아무개씨(44)는 “위안부 할머니에 대해서도 일본의 금전적 해결 뿐만 아니라 진정한 사과가 이루어지지 않아 문제가 생겼듯이 적폐청산도 피해자에 대한 회복구제가 되어야 정말 청산이 되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석방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전아무개씨(43)는 “피해자 회복 구제가 필요하다는 말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그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누구인지에 달려있다. 한상균 위원장도 꼭 정권의 피해자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 굳이 박근혜 정부 아니었어도 노동운동 했을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박아무개씨(45)는 “더 나쁜 짓 하는 사람도 감옥에 안 가고 호의호식하는데, 그들이 자신의 욕심을 채우고자 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대표로서 직을 수행하다가 생긴 일이라는 걸 생각하면 석방하는 게 맞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남겼다.

윤씨는 “과감하게 결단을 내릴 때인 것 같다”며 “대신 문재인 대통령이 잘하는 소통에 신경을 써서, 국민들에게 설명을 하고 공감대를 얻어서 추진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전씨는 “이석기도 소수이다. 누구나 생각하고 표현할 자유가 있는 건데 소수의 의견을 묵살한 거니까 그건 문제다. 다만 국민을 대표해서 국회의원이 된 건데 당시의 행동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문재인 정부나 측근들도 ‘빨갱이’라는 둥 이런 논리에 노출된 분들이 많다는 걸 생각하면 오히려 (보수층은) 석방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결집의 계기로 작용할 것 같다. 석방은 아직까지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배아무개(40)씨는 “걱정되는 건 사실이지만 사면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며 “민주노총 쪽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해줄 수 있는,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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