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연휴가 끝나고 영하의 추위가 돌아온 26일 과천정부청사 앞에 천막이 설치됐다. 언론노조 KBS본부(이하 새노조) 조합원들은 강규형 KBS 이사 해임 절차를 연기한 방송통신위원회를 비판하며 방통위가 있는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24시간 농성에 돌입했다.

농성을 앞두고 열린 과천정부청사 앞 집회에서 성재호 새노조 위원장은 “비리·무자격 강규형 이사 해임까지 밤낮 가리지 않고 농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감사원 감사 결과 업무추진비 327만여 원을 유용한 것으로 확인된 강 이사에 대해 22일 청문을 시작으로 해임 절차에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20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방통위를 찾아 항의하면서 청문일은 27일로 연기됐다.

▲ 언론노조 KBS본부가 26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있는 과천정부청사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24시간 연속 집회를 시작했다. 사진=노지민 기자
▲ 언론노조 KBS본부가 26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있는 과천정부청사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24시간 연속 집회를 시작했다. 사진=노지민 기자
▲ KBS 새노조 조합원들이 방송통신위원회를 향해 비리 이사 해임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KBS 새노조 조합원들이 방송통신위원회를 향해 비리 이사 해임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강규형 이사 해임은 “KBS 정상화의 교두보”(성재호 위원장)로 여겨지고 있다. 구여권 추천으로 임명된 강 이사가 해임되면, 빈자리에 현 여권 몫의 보궐이사를 채울 수 있다. KBS 이사회가 구여권 대 구야권 5대6 체제로 재편되면 고대영 KBS 사장 해임안이 처리된다는 구상이다. 강 이사 해임이 연기될수록 새노조가 바라는 KBS 정상화 시점도 늦어지는 셈이다.

방통위 관계자들은 ‘강 이사 연내 해임 문제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졌지만, 청문 연기 자체가 한국당에 빌미를 준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은 “강 이사가 한차례 연기된 청문 일정을 또다시 연기해달라 했다고 한다”며 “한발 한발 물러서다 고대영 임기 다 채우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새노조 조합원들은 방통위를 향해 “촛불이냐 적폐냐 방통위는 선택하라”고 외쳤다. 김태규 아나운서는 “다소 관용하는 것은 관용이 아니요 무책임이니, 관용하는 자가 잘못하는 자보다 더 죄다”라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을 인용하며 “김성태가 왔다고 해임 절차를 연기하는 건 관용이 아니라 무책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노조는 구역별 천막 농성, 촛불집회, 릴레이 피케팅 등을 진행하며 24시간 연속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강 이사 청문이 있는 27일엔 한국당 의원들의 추가 방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방통위 앞을 철통 방어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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