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TV조선 재승인 때와 마찬가지로 재허가 탈락 점수를 받은 지상파 방송사들이 재허가 취소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6일 오후 과천정부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재허가 심사 결과 탈락 점수를 받은 KBS1, KBS2, MBC, SBS, 대전MBC 등 4개 방송사(5개 방송국)에 3년 기간의 ‘조건부 재허가’를 의결했다. 지상파 재허가 심사 합격점은 650점이지만 SBS 647점, KBS1 646점, KBS2 641점, MBC 616점을 받았다.

방통위는 “해당 방송사의 의지와 구체적 이행계획을 확인하였다“면서 “시청자의 시청권 보호 등을 고려하여 향후 재허가 조건의 엄정한 이행을 전제로 조건부 재허가를 하고 유효기한 3년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TV조선, 지난해 OBS 등이  탈락 점수를 받아도 재승인·재허가가 이뤄진 만큼 재허가 ‘취소’ 결정이 나올 가능성은 미미했다.

(관련기사: 지상파3사 재허가 심사 낙제 점수 받은 이유는)

▲ 지상파 3사 사옥.
▲ 지상파 3사 사옥.

따라서 어떤 재허가 조건이 부과될지가 주목을 받았는데 방통위는 △편성위원회 운영 활성화 △직원 징계제도 개선 △외주(독립)제작 거래관행 개선 △시청자위원회 구성 객관성 제고 △재난방송 강화를 재허가 조건으로 부과했다. 이들 항목은 해당 방송사들이 재허가 심사 때 낮은 점수를 받는 등 지적을 받은 사안들이다.

재허가 조건에 따라 KBS, MBC는 편성위 운영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해 방통위에 제출하고 이행실적도 매년 제출해야 한다. 편성위 활성화 방안에는 노사 한쪽의 요청만으로도 편성위를 개최할 것, 회의결과를 공지 또는 공개할 것, 단체협약이 미체결되더라도 편성위원회가 지속가능하게 할 것, 양측 이견이 조정되지 않을 경우 시청자위원회 또는 중재 및 자문위원회 활용방안을 마련할 것 등이 담겨야 한다.

SBS 구성원들이 노사합의한 이후 재허가 조건에 반영할 것을 요구해온 ‘사장 임명동의제’는 강제성 없는 ‘권고사항’에 담기는 데 그쳤다. 고낙준 지상파정책과장은 26일 브리핑에서 “정부가 재허가라는 행정처분을 하면서 조건으로 넣기에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위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2일 전국방송사노조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방송개혁과 민방 공공성 회복의 과제를 노사가 자발적으로 풀어왔으면,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은 방통위가 당연히 해야 할 최소한의 역할“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MBC에는 권고사항으로 사측 또는 사측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안에 대한 일방의 주장이 전달되지 않도록 할 것, 파업참가자와 비참가자 간 갈등해소와 조직안정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 부과됐다.

교통방송 tbs는 ‘방송편성 관련 정부 정책을 준수할 것’이 권고사항으로 부과됐다. 방통위 관계자는 “교통방송이나 경제방송 등에서 (보도기능에 대한) 논란이 있고 차후 방통위가 구체적인 편성과 관련된 정책을 확정했을 경우에는 거기에 따라 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tbs 시사·보도가 ‘불법’이라는 국민의당 주장은 거짓이다)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전체회의 진행을 하고 있다. 사진=방통위 제공.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전체회의 진행을 하고 있다. 사진=방통위 제공.
이들 방송사가 재허가 조건을 이행하지 않게 되면 방통위로부터 제재를 받게 된다. 재허가 심사위원장인 허욱 부위원장은 “재허가 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고 경영진에 책임을 묻는 등 강력한 조치가 이어지도록 했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추천 김석진 상임위원은 심사 결과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심사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면서 “(미달점수를 받은 방송사들이) 마치 과거 정부와 한 편이 되고 코드를 맞췄기 때문에 괘씸죄로 걸렸다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이렇게 하면 방송이 코드 맞추고 눈치보기할 것이다. 방송 길들이기라는 이야기도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재허가 심사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추천 허욱 부위원장은 “정치적 판단이 없다. 심사위원들이 엄정히 심사한 결과”라며 “오히려 방통위가 재허가 심사를 하는 것이 필요가 있느냐는 논의도 있었다. 지금처럼 (취소가 불가능한) 형식적인 절차라면 재허가 제도 자체가 무의미하지 않겠냐는 지적”이라고 전했다.

청와대 추천 고삼석 상임위원은 “공영방송이 제대로 했다는 평가가 많느냐, 아니라는 평가가 많느냐. 단연 후자가 많다”면서 “가장 중립적이고 보기에 따라 보수적으로도 비춰지는 한국언론학회 회원 500명 내외가 평가하는 미디어어워드 평가를 보면 지상파방송사들이 순위에서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추천 표철수 상임위원은 “지상파3사가 낙제점수를 받았는데 더욱 강한 조건이 부과됐어야 한다”면서 “앞으로는 훨씬 더 강한 조건을 부과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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