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 지난 20일 조우회 송년행사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방상훈 사장은 이날 “나라의 안보는 북한 핵과 미사일로 촉발된 전쟁위기로 크게 흔들리고 있고 우리는 지금도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 뒤 “국내적으로는 온 나라가 새 정권의 이념적 실험대에 올라있고 매일 매일 이른바 적폐청산이란 이름 아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방 사장은 이날 “언론도 예외가 아니다. 지금 이 나라의 언론에는 보이지 않는 물갈이가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우리는 과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언론이 겪은 홍역을 몸으로 기억하고 있다. 영향력이 클수록 그 진통은 컸다”고 주장한 뒤 “권력에 비판적일수록 그 강도는 더했다”고 말했다. 향후 조선일보 상대로 한 정부차원의 압박이 있을 것이란 맥락의 발언으로 읽힌다.

▲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미디어오늘
▲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미디어오늘
앞서 조선일보는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세무조사 결과 방상훈 사장은 2006년 횡령 및 세금포탈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3년 집행유예 4년과 25억 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방 사장은 이명박 정부 첫 해였던 2008년 8월 광복절 특별 사면을 받았다. 지난 정부와 함께 했던 조선일보로서는 9년만의 정권교체로 과거의 악몽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 방상훈 사장은 그러나 “과거의 경험으로 우리는 슬기롭게 사태를 이겨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 사장은 또한 “올해 신문업계가 모두 어려운 가운데서도 조선일보는 신문판매와 광고실적에 있어 압도적 1위를 지켰다”고 자평한 뒤 “내년엔 디지털 전략을 새롭게 정비하고 확대해서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조선미디어그룹으로 도약하는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물론 방 사장은 동시에 “하지만 우리의 골간은 어디까지나 신문”이라고 강조했다.

방 사장은 “SNS 매체들이 담아내지 못하는 여론 선도 기능은 신문만이 할 수 있고, 반드시 해야만 한다. 그것이 조선일보의 존재 이유다”라고 강조한 뒤 “결국 언론의 격(格)을 지키는 것이 신문이다. 그것이 바로 나라의 격을 올리는 일”이라며 “조선일보는 한국에서 으뜸으로 그 격을 지키는 언론의 중심 기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방 사장은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조선일보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며 “아무리 어려워도 조선일보는 사시(社是)에 따른 정도를 지키겠다. 어떤 잘못에도 눈감고 넘어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2020년 창간 100년을 맞는다. 이날 조우회 송년행사에는 인보길 뉴데일리 회장, 안병훈 통일과 나눔 재단 이사장 등 전·현직 사우 30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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