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26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77만원세대’ 현실로 왔다”
국민일보 “화물 승강기가 ‘불의 통로’였다”
동아일보 “내년 국정기조 ‘적폐청산→민생’”
서울신문 “‘테러 위험’ 외국인 17명 추방됐다”
세계일보 “‘비트코인 좀비’가 된 개미들”
조선일보 “참사 겪은 이 도로, 나흘 전과 똑같다”
중앙일보 “UAE에 한국산 요격미사일 시험장 추진”
한겨레 “목숨 똑같은데…제천 소방인력은 ‘서울의 절반’”
한국일보 “다시 학교에 다니게 된 날, 우린 행복해 울었지”

충북 제천 하소동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현장을 조선일보가 25일 다시 찾았다. 사고 건물 인근 70여m 도로 양쪽에 승용차 16대가 불법 주차돼 있었다. 도로 폭은 약 6m60cm. 조선일보는 “제천 화재 참사로 29명이 숨졌다”며 “피해가 커진 것은 불법 주차와 가려진 비상구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참사 발생 나흘 만에 똑같은 일이, 똑같은 장소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1일 소방대는 첫 신고 7분 뒤인 오후 4시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불법 주정차 차량 탓에 곧바로 구조 작업을 진행하지 못했다. 사고 당시 건물 앞에는 도로 양쪽에 차량 10대 이상씩 불법 주차돼 있었다. 차량들은 사이드브레이크도 채워져 있어 밀리지도 않았다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경향신문도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사설 “소방차 진입 위한 ‘불법주차 금지법’ 시급하다”에서 “화재 초기 진압의 ‘골든타임’을 불법주차 차량으로 허비하면서 피해가 급속도로 확산된 셈”이라며 “서울연구원이 소방차 출동을 더디게 하는 원인을 분석한 결과 불법주차가 취약건물 밀집지역이나 협소한 도로 등에 이어 세 번째로 꼽혔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이 문제는 어제오늘 지적된 사안이 아닌데다 이미 관련 법안들도 제출돼 있지만 국회에서 심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채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며 “도로 모퉁이나 소방 관련 시설주변을 별도로 표시해 주정차 위반 시 범칙금과 과태료를 2배로 부과하자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이미 지난 3월 발의됐는데 지난 9월에야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됐고, 그나마 다른 쟁점법안에 밀려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26일자 조선일보 1면
▲ 26일자 조선일보 1면

또한 “지난해 11월에도 일정 규모 이상의 공동주택에 소방차 전용 주차구역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소방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1년 넘도록 계류 중”이라며 “정치권은 입법이 필요한 사안에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도 사설 “국회에서 잠자는 소방안전법안 서둘러 처리하라”에서 앞서 언급한 두 법안 뿐 아니라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구조 작업 도중 차량 파손 등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손해배상 대상에서 소방관은 제외하는 소방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이 역시 논의가 내년으로 미뤄졌다”고 했다.

소방인력과 장비 부족도 원인으로 꼽았다. 한국일보는 “제천소방서는 화재 진압요원 30명과 구조요원 12명이 3교대 근무를 한다”며 “대형화재가 발생하면 쉬는 직원까지 불러내야 하고 동시다발로 사고가 날 경우 사실상 대처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재난 대처 능력이 부족하면 이를 보강할 예산을 우선 배정하고 제도가 부실해 예방에 허점이 있다면 관련 법규를 신속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국회와 정부의 신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인력부족에 대해 한겨레도 1면에서 문제제기했다. 25일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신고 뒤 5분 안에 현장에 도착해야 하는 소방서 선착대(우선도착대) 인력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서울의 24개 소방서 평균은 차량 15대, 대원 44명이지만 제천소방서는 11대 23명이었다. 광역시 평균은 15대 34명, 광역도 평균은 12대 24명으로 농어촌 등이 포함된 광역도가 대도시 위주인 광역시보다 대원이 10명 부족하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게다가 제천은 충북도 안에서도 다른 지역보다 구조대원이나 구급대원 수가 더 부족하다고 전했다. 제천과 같은 중소도시는 소방서와 안전센터의 관할 지역이 넓어 출동과 주변 소방서의 지원에도 어려움이 있다. 한겨레는 “제천소방서 관할 면적은 883㎢로 서울소방서(25㎢)의 35배이며 안전센터의 관할 면적도 제천은 294㎢로 서울(5.2㎢)의 56배”라고 지적했다.

소방당국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조선일보는 “화재 40분간 비상통로 어디 있는지 모른 소방당국”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제천 화재 참사에서 가장 어이없는 것은 현장에 출동한 소방 구조대원들이 건물 구조조차 몰랐다는 사실”이라며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 4명은 건물에 매달린 사람이 뛰어내릴 에어매트 까느라 시간을 허비하다 40여분 만에야 비상구를 찾아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스포츠센터 건물 한 귀퉁이에는 비상 출입문과 계단이 있었고, 3층 남자 사우나 이용객들은 불이 난 지 7분 만에 이발사의 안내를 받아 빠져나왔다. 그 사이 2층 여성 사우나에 있던 20명이 목숨을 잃었다. 조선일보는 “누군가 단 한명만이라도 먼저 비상 통로 위치부터 파악할 생각만 했어도 이런 어이없는 떼죽음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통탄할 일”이라고 했다.

▲ 26일자 경향신문 만평
▲ 26일자 경향신문 만평

한국일보는 사설을 통해 허술한 법 제도를 지적했다. 이 신문은 “사고가 난 스포츠센터는 지난달 말 소방안전점검업체의 검사를 받았지만 2층 여성 사우나는 영업 중이라는 이유로 들어가지 못했다고 한다”며 “대형건물주는 소방시설관리법에 따라 매년 한 차례 소방 안전점검을 실시해 결과를 소방서에 제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도 소방 안전점검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그때 점검했으면 여성 사우나가 막혀 있었다는 사실을 즉각 파악했을 것”이라며 “하루 수백~수천 명이 이용하는 다중 이용 시설의 소방 점검이 이렇게 건너뛰기 식으로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소방점검에서 불법이 적발돼도 매년 수십만원 이행강제금을 내고 버티는 곳이 한둘이 아니라고 한다”며 “이번 화재 건물은 스프링클러가 고장났는데도 방치했고, 비상구엔 잡동사니들을 쌓아뒀으며 불법 용도 변경을 했다”고 했다.

소방점검의 문제점은 더 있다.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부실 안전점검은 소방시설관리법의 허점에 기인한다”며 “현행 소방안전 점검은 건물주가 민간 전문 점검업체에 맡기거나, 자격증을 가진 직원을 통해 직접 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상 ‘셀프 점검’”이라며 “이런 점검 구조에서는 민간업체나 직원은 건물주의 눈치를 보면서 적당히 넘어가기 일쑤”라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는 “문제 발견에서 시정까지의 과정도 더디다”며 “점검 결과가 소방서에 전달되고, 소방서가 현장 확인에 나서기까지 최소 한 달은 걸린다”고 지적했다.

▲ 26일 경향신문 사진기사
▲ 26일 경향신문 사진기사

조선일보는 “이런 근본 문제들을 놔둔 채 정치권은 유치한 말싸움을 이어가고 있다”며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현장을 방문했다고 홍보했고, 야당은 또 이런 대통령을 비난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연일 ‘아무 말 대잔치’ 수준의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며 “홍 대표는 25일 화재 현장을 찾아 ‘정부가 연말에 가장 먼저 해야 했을 일은 미리 소방점검을 하는 것인데 정치 보복을 하고, 정권 잡았다고 축제하는데 바빠 소방·재난점검을 전혀 안 했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경향은 “귀를 의심하게 할 만한 발언”이라며 “그로선 모처럼 정치공세의 호재를 잡았다고 여길지 모르겠으나 국민적 참사를 놓고 정부를 비판하는 언급으로선 참으로 저급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충북 제천과 단양이 지역구인 권석창 자유한국당 의원이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한 화재 현장에 들어가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경찰이 저지하자 “나 국회의원인데”라며 실랑이를 벌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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