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질이 불량하고, 혐의를 전부 부인하며 잘못에 대한 반성이 없다. 피고인의 범행으로 언론기관의 공정성에 대한 시민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 피고인 차승민에 대한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하고 피고인 차승민에게 징역 2년 및 추징금 1165만1927원을 선고한다.”

지난 22일 오전 9시50분 부산지법 301호 법정에서 피고인 차승민(국제신문 사장)에 대한 엄숙하고 준엄한 판결문이 낭독됐다. 선고가 끝난 뒤 법정 밖으로 나와 그동안 함께 고생했던 노조 집행부들과 묵묵히 따라와 준 조합원들, 사우회 선배들, 시민단체 관계자들, 그리고 전국언론노조 관계자들과 부둥켜안고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이번 사태는 지난 2월14일 검찰이 국제신문 차승민 사장의 집과 차량을 압수수색하면서 시작됐다. 일개 개인의 비리로만 알았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대한민국 전체를 뒤흔든 국정농단 사건의 빌미가 된 엘시티 비리 사건과 연루돼 있었다. 참으로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지만, 그렇다고 정신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즉시 집행부 회의를 소집해 정확한 팩트 체크를 한 뒤 곧바로 성명서를 발표했다.

“차 사장이 2월14일 부산지검 특별수사부의 자택 압수수색으로 강제수사 대상이 된 직후 국제신문 노조는 해당 사태를 창간 최대 치욕으로 규정하고, 차 사장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하며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국제신문지부(지부장 김동하)가 지난 3월6일 부산 연제구 국제신문 사옥 앞에서 차승민 사장 퇴진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언론노조 이기범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국제신문지부(지부장 김동하)가 지난 3월6일 부산 연제구 국제신문 사옥 앞에서 차승민 사장 퇴진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언론노조 이기범 기자

차승민 퇴출 투쟁이 시작된 지 300일이 지난 지금까지 위와 같은 내용의 대자보가 100장 정도나 붙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지금 돌아보면 차승민의 공판 과정에서 웃지 못할 일들이 참으로 많았다.

차승민은 공판 도중 “국제신문 사장인 나를 조사한 것은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라고 말해 검찰과 재판부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에 분노한 검찰은 차승민이 해운대 지역의 또 다른 사업자로부터 부정한 청탁과 함께 뒷돈을 받은 혐의로 추가 기소하기도 했다.

공판이 거듭될수록 차승민의 발악은 도를 넘었다. 거짓말을 일삼고 죄를 부하직원에게 전가하기에 이르렀고, 사건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차승민은 검찰의 압수수색이 시작되고 소환되기 전부터 최근까지 사장(발행인)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피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차승민 자신은 사표를 던졌는데, 국제신문 대표이사인 이정섭 회장이 수리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노조는 차승민이 단 한 번도 실제 사표를 제출한 적도 없고 사의를 표명할 의사 역시 전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결국 사장직 사퇴 입장을 여기저기에 공공연히 흘리면서 노조와 지역사회의 반발을 잠재우고 재판에 영향을 주기 위한 술책을 부린 것이다. 

나아가 자신이 잘못을 뉘우치고 사장직을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갖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검찰과 법원에 선처를 호소하는 속임수를 부렸다. 그러나 노조의 역할로 이 같은 술책이 간파됐고, 결국 검찰과 재판부의 화만 더 돋우는 꼴이 됐다.

더욱이 차승민은 자신이 사용한 엘시티의 법인 카드를 부하 직원이 썼다고 뒤집어씌우는 파렴치한 모습도 보였다. 이 모든 정황이 검찰 조사로 인해 확인됐고, 재판부는 차승민의 악행이 용서받을 수 없는 수준이라고 판단해 결국 법정구속시켰다.

▲ 김동하 전국언론노조 국제신문지부장
▲ 김동하 전국언론노조 국제신문지부장
차승민이 구속되면서 이번 사태가 일단락된 것은 맞지만 회사 내부적으로는 너무 많은 상처가 아직 남아 있다. 국제신문은 지금 전쟁으로 폐허가 된 모습이나 다름없다. 그렇지만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창간 70주년에 빛나는 언론사의 저력을 보여줘 다시금 새롭게 태어나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론적폐에 빌붙어 나 몰라라 하는 부역자들의 인적청산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또 새로운 강령을 만들어 국제신문이 더욱 힘 있고 강력하게 태어나 신뢰받은 언론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독자들은 냉정하다. 하지만 허리를 숙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머리까지 숙여 정론직필의 마음으로 다가선다면 그 마음의 문은 열릴 것이라 생각된다. 다시 새롭게 태어나는 국제신문을 기대해 주었으면 하면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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