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의 입’에서 보도본부장으로, 안광한 MBC체제 ‘낙하산 사장’으로, 세월호 보도참사 진상규명 과정의 ‘도망자’로. 이진숙 대전MBC 사장의 이력은 화려하다. ‘이라크전쟁 종군기자’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은 어느새 ‘부역의 역사’로 뒤덮였다.

김재철 전 사장 밑에서 홍보국장을 지낸 이진숙 사장은 2012년 언론노조 MBC본부 ‘불법 감청’ 논란 연루자 중 한 명이자,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에 언급된 ‘MBC 민영화’를 추진(한겨레)했던 인물이다. 세월호 보도참사 당시 보도본부장을 지냈으나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 조사에 불응했다. 2015년 이진숙 사장이 부임한 대전MBC에선 영상부 폐지 등 영상취재기자 탄압, 부당징계 및 부당전보가 자행됐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10월 국가정보원법·방송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로 이진숙 사장을 고소했다.

▲ 이진숙 대전MBC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이진숙 대전MBC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이진숙 사장은 임기만료를 3개월 앞둔 지난 1일부터 출근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MBC 소유구조는 본사 51%, 계룡건설 40%, 오성철강 9%로 이뤄져있다. 사장을 해임하려면 주주 3분의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MBC본부 측은 경영진 청산이 필요한 각 지역사 소액주주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숙 사장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 사장과 취임 ‘동기’인 김환열 대구MBC 사장, 김철진 원주MBC 사장, 원만식 전주MBC 사장은 이미 사의를 밝혔다.

이 사장이 버티고는 있지만 “이진숙 체제는 붕괴(언론노조 대전MBC지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진숙 체제’ 보직간부 13명 중 12명이 자리를 내놨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국·부장 공백에 대처하고 있는 구성원들은 26일부터 뉴스와 교양 프로그램을 정상화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이진숙 사장이 돌려놓은 것은 업무용 차량뿐이다. 출근하지 않으면서 업무용 차량·기사를 사용하는 것은 업무상 배임·횡령에 해당한다는 공문을 받은 뒤다. 이한신 대전MBC지부장은 “지난 21일 감사를 통해 책임을 묻겠다고 공문을 보냈더니 금요일(22일) 저녁에 차량이 반납됐다”고 밝혔다.

이 사장 스스로 퇴진을 결정할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언론노조 대전MBC 지부 관계자는 “임기 3년차인 이 사장은 퇴직위로금을 받을 수 없다. 퇴직금도 과감하게 포기할 각오가 있는지 지켜봐야겠다”고 말했다. 이진숙 사장의 퇴직금은 2억 원대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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