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지난 22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대법원 판결을 두고 ‘이런저런’ 논란이 제기되고 있지만 어찌됐든 이번 판결로 홍 대표는 이른바 ‘성완종 족쇄’에서 풀려나게 된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관심을 모은 건, 홍준표 대표의 향후 ‘정치인생’과 직접 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무죄가 선고됐지만 만약 유죄가 선고됐다면 지금 홍 대표는 어떤 상황에 처해 있을까요? 갈등을 겪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내분 상황’으로까지 치달을 가능성이 있고, 이른바 ‘친홍준표 체제’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정치인 홍준표’의 정치생명이 대법원 판결로 사실상 막을 내릴 가능성이 높았죠.

하지만 대법원은 홍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이제 홍 대표 발목을 잡고 있던 최대 걸림돌은 사라졌습니다.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이 전망하듯 이제 홍 대표는 ‘친홍 체제’ 구축을 위한 작업에 매진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동안 내부갈등이 심각했던 자유한국당 역시 약간의 진통은 불가피하겠지만 ‘친홍체제’ 구축을 위한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홍준표의 ‘타깃 1순위’는 검찰 … 적폐청산 수사에 제동걸기

이제 관심 있게 들여다봐야 하는 대목은 이른바 ‘성완종 족쇄’에서 풀린 홍준표 대표가 누구를 주된 타깃으로 삼을까 하는 겁니다. 일단 현재까지 양상으로 보면 검찰이 ‘타깃 1순위’가 된 것 같습니다. 홍 대표는 대법원 무죄 판결 직후 증거 조작 검사에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표면상으로만 보면 ‘검찰과의 정면승부’를 벌이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물론 일각에선 일종의 ‘정치적 수사’로 해석하기도 합니다만 적어도 향후 대권까지 염두에 둔 정치적 포석인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홍 대표의 ‘타깃 1순위’가 검찰이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릅니다. 검찰과 정면승부를 하지 않고선 대권이라는 ‘고지’를 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사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과 홍 대표가 정면승부를 벌이는 ‘모습’ - 이 ‘풍경’은 홍 대표 입장에선 전혀 불리할 게 없는 카드입니다.

우선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자신이 무리한 검찰 수사로 인한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적폐수사’ 등으로 수세에 몰론 구여권의 입지를 다지면서 검찰의 향후 행보를 옥죄는 방안으로 활용이 가능합니다. 자유한국당도 문무일 검찰총장 사퇴를 요구했는데요. 홍 대표와 자유한국당 입장에선 지금 검찰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면 할수록 내부갈등을 추스르면서 지지세 결집에 나설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검찰 내부에서 ‘적폐수사’에 반대하는 기류가 일정하게 형성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 내부의 분열도 노릴 수 있는 ‘다중적인 카드’인 셈입니다.

검찰 다음은 언론이 될 가능성 … 언론의 대응은?

홍 대표는 이미 지난 대선과정에서 언론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명한 적이 있습니다. 그의 언론에 대한 불평불만이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만 최근 다시 ‘언론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공식적으로 제기했다는 점에서 향후 ‘언론과의 정면승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전국 SNS커뮤니티 대표단 워크샵’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포털이 저들의 지배 속에 들어가 있고, 언론이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고, 방송이 또 장악이 돼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믿을 곳은 사회관계망네트워크(SNS) 밖에 없다. 여론조사기관은 조작된 국민여론을 언론에 퍼뜨리고 있다. 더 이상 이 나라가 괴벨스가 지배하는 그런 허위선전이 판치게 놔둘 수는 없다.”

이명박근혜 정부 9년 동안 언론장악의 선봉에 서며 해직언론인까지 양산했던 ‘구 집권여당’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어찌됐든 이날 홍 대표의 발언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된 건, 언론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는 겁니다. 이는 앞으로 홍준표 대표가 당내 장악을 확실히 하고 ‘대권고지’를 향해 앞으로 나아갈수록 ‘언론에 대한 불만’이 좀 더 노골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의미합니다.

해당 발언이 나온 시점은 대법원 무죄판결이 있기 전입니다. 그런데 무죄 판결이라는 날개까지 달은 상황에서 앞으로 홍 대표는 검찰에 대한 공세는 물론 언론에 대한 직접적이면서 노골적인 불만을 공개적으로 제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는 이런 홍 대표와 자유한국당 ‘공세’를 대하는 언론의 대응입니다. 이명박근혜 정권 내내 질문도 제대로 못한다는 비아냥과 비난을 들었던 언론이, 홍 대표의 ‘도 넘은 정치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문재인 정부 이후 언론과 기자들이 전임 정권에서 보였던 굴욕적인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 때문에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데 ‘언론불신’은 지금보다 더 극대화된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홍준표 대표의 무죄 판결은 앞으로 언론인에게 지금보다 더 ‘고난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걸 시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원칙과 기준이 아니라 기계적 중립 등의 보도로 대응할 경우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언론인 여러분! 홍준표 대표와 자유한국당의 ‘대대적 공세’ 예고에 준비는 잘하고 있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