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방송 회복을 내건 언론노조 KBS본부(이하 새노조) 총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KBS가 대규모 공개채용을 공고했다. KBS는 22일 PD·기자·아나운서·기술·경영 등 10개 직군 103명 규모의 신입사원 채용 소식을 자사 채용 사이트에 게재했다.

KBS는 격랑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박근혜 정부 여권 추천 이사를 해임하는 절차가 시작됐고, 이르면 내년 1월 고대영 사장 해임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채 공고 시점에 대한 의문을 거두기 어려운 대목이다. KBS 사측은 지난번에 노사합의를 했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구체적인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KBS노동조합(구노조) 관계자는 2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채용 관련 시점이나 세부 사항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 채용은 지난달 파업에서 복귀한 KBS노동조합과 KBS가 단체협약 개정을 합의할 때 부속사항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단체협약은 새노조를 배제한 채 이뤄졌다는 점에서 ‘공정대표 의무 위반’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파업 복귀 후 상당수 조합원이 이탈하면서 과반노조를 내주게 된 KBS노동조합은 올해를 끝으로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 현재 조합원 수는 새노조 2200명, 구노조 1800명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 서울 여의도 KBS 사옥
▲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새노조는 이번 채용이 과거 MBC 사례와 같은 ‘대체인력 채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성재호 새노조 위원장은 “신입사원 채용은 진작 했어야 한다. 오랫동안 언론계 취업을 준비해 온 사람들이 공영방송 파행 등으로 인해 이미 고통 받아왔다”고 말했다. KBS는 지난 2년여 간 신입사원 채용을 하지 않았다. 

문제는 고대영 사장 등 ‘적폐’로 지목된 임원들이 면접에 참여할 가능성이다. 27일 서류전형으로 시작되는 채용 합격자들은 4월1일 임용될 예정이다. 성재호 위원장은 “그 전에 승리해 돌아갈 것”이라면서도 “경영진이 배제된 채 철저히 실무진이 채용을 진행해야 한다. 면접에 평직원 등이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관철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채에 조직 발전에 대한 고민이 결여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평창동계올림픽, 러시아월드컵, 자카르타아시안게임 등 국제 스포츠 행사를 줄줄이 앞둔 상황에서 스포츠 전문인력 확충을 고민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뉴미디어·모바일·디자인 분야 등의 채용도 전무하다. 새노조는 “조직을 근시안적으로 운용해나가는 경영진의 무능함이 드러난 채용”이라며 향후 채용분야 조정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지역별 안배에 대한 아쉬움도 지적됐다. 지역 총국별 채용규모는 영남 22명, 호남 10명, 충청 10명, 강원 7명, 제주 3명 순이다. 성재호 위원장은 “지역적으로 편중된 부분이 있다. (사측이) 영남 쪽 인력이 부족하다고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지역 총국 별로 신입사원 선발이 꾸준히 이뤄져야 조직이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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