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내 정상화가 물 건너가면서 2018년 지방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구성까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2일 전체회의를 열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국회 추천 몫 위원 선임을 논의할 계획이었으나 자유한국당이 응하지 않아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지난 6월 3기 위원 임기가 끝났음에도 4기 인선이 이뤄지지 않아 파행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구성이 지연될 경우 내년 6월 예정된 지방선거 기간 후보자와 관련한 방송을 심의하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 구성까지 무산된다는 사실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방송심의위의 추천 권한은 방송통신심의위원들에게 있으며 지방선거 선거방송심의위는 선거일 120일 전인 2월12일까지 구성이 완료돼야 한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 디자인=이우림 기자.

방통심의위 방송심의기획팀 관계자는 “전례가 없는 상황이다. 걱정이 많다”면서 “통상적으로 방통심의위가 구성돼도 선거방송심의위원회 구성을 위해 외부기관의 추천받고 내부 의결 절차를 거치는 데 1달 가량 걸린다”고 지적했다. 지금 당장 위원 선임이 완료되더라도 시한이 촉박한 것이다.

만일 선거방송심의위가 2월12일 이후 구성되면 선거와 관련한 일부 보도는 심의를 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선거방송심의 특별규정은 선거방송 심의 개시 시점을 ‘위원회가 설치된 때부터’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심의 역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대기건수는 방송 부문 434건, 통신 부문 16만6715건에 달한다.

언론노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지부에 따르면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1회당 평균 14건의 안건을 처리한 점을 감안하면, 위원회 구성 이후 총 30회 이상의 회의를 개최해야 밀린 안건을 처리할 수 있다. 또한 통신심의소위원회의 경우  회의를 3달 동안 주 3회(기존 주 2회) 개최하더라도 회차당 약 4630건을 심의해야 한다.

방통심의위 정상화가 지연되는 데는 자유한국당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통심의위는 청와대·국회의장·담당 상임위원회·여야 교섭단체 등의 추천을 받지만 사실상 정부여당 추천 6명과 야당 추천 3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지난 7월 기준 교섭단체 야당은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3곳인데 자유한국당이 2석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논의가 공전됐다.

지난달 바른정당이 교섭단체 권한을 상실하면서 야당 몫의 경우 자유한국당은 전광삼 전 청와대 춘추관장과 이상로 전 MBC 부국장을, 국민의당은 박상수 전 KBS 심의실장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비박’성향의 김성태 원내대표 선출 이후 ‘진박’ 성향인 전광삼 전 춘추관장 대신 다른 위원을 추천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한국당이 전체회의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언론노조 방통심의위지부는 “원내대표가 교체되었다는 이유로 또 추천인사가 바뀔지 모른다는 소문이 돈다”면서 “오로지 추천 정당에 충성해 방통심의위를 정쟁의 장으로 변질시킬 사람을 고집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당내 정파 간 자리다툼의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기가 찰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청와대는 강상현 연세대 교수를 위원장, 이소영 변호사를 위원으로 내정했으며 더불어민주당은 허미숙 전 CBS TV본부장(부위원장), 심영섭 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 윤정주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소장을 내정했다.

이달 초 청와대 몫으로 내정된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가 고사한 이후 청와대는 후임 인선을 조만간 매듭지을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에서 추천이 완료되면 청와대는 청와대 추천 몫 발표와 함께 대통령이 위원 전원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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