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대법원 무죄 선고를 받은 것과 관련해 사건 담당 검사가 증거를 조작했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누명을 벗게 돼서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증거를 조작한 검사들에 대해서는 응분의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말했다.

이날 대법원 3부는 홍 대표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홍 대표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측근 윤 아무개씨를 통해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았고,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 실형과 추징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2심에서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받았고 이날 대법원의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홍 대표는 줄곧 증거 조작으로 억울하게 기소됐다는 입장이었는데 무죄 선고를 받자 곧바로 검찰의 음해에 걸린 피해자라고 주장한 것이다.

홍 대표는 “요즘 검사들은 사건 수사한 게 아니라 사건을 만들고 있다. 공판 과정에서 확정된 검사의 증거 조작 혐의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홍 대표의 증거 조작 검사에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은 다분히 정치적 수사에 가깝다. 자신을 수사 당국이 음해한 피해자로 규정하면서 입지를 다지기 위한 포지셔닝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자유한국당 내분이 커지는 가운데 대법원의 유무죄 여부는 홍 대표의 정치생명을 가를 수 있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유죄가 선고될 경우 친홍 체제가 무너지고 홍 대표의 정치 생명도 끝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무죄가 선고되면서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걸림돌이 사라졌고 이를 계기로 입김이 세지면서 친홍 체제 구축을 위한 작업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 당무감사 결과 떨어진 인사들은 홍 대표의 대법원 선고 문제를 들어 당 대표 자격을 문제삼았지만 이 같은 족쇄가 사라진 것이다.

홍 대표는 이를 의식한 듯 “나를 둘러싼 음해와 질곡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한국 보수 우파 중심으로 이 나라 대한민국을 지키는데 전력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법원 무죄 선고가 나왔지만 변수는 남아있다. 홍 대표와 대척점에 서 있는 친박 서청원 의원은 “홍 대표가 수사과정에서 협조를 요청한 녹취록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법적 처벌은 피했지만 ‘적의 무기’가 공개된다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한때 대법원 선고 전 녹취록이 공개될 수 있다는 예상은 빗나갔지만 홍 대표가 무죄 선고에 힘입어 친박 청산 작업을 본격화한다면 반발이 커지면서 녹취록과 관련한 공세로 국면이 전환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민중의소리.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민중의소리.

대법원의 무죄 선고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하는 경우는 새로운 증거나 증언이 나올 경우다. 2심 이후 측근 윤아무개씨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나 증언이 나오지 않으면서 무죄 선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았다.

자유한국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환영 논평을 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홍준표 대표가 오랜시간 동안 긴 터널을 뚫고 나왔듯이 자유한국당도 탄핵 이후 오랜 침체를 딛고 다시 도약할 것”이라며 “이제 확고한 홍준표 대표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일치단결해 인적혁신, 조직혁신, 정책혁신에 매진해 신보수주의의 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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