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과 만난 뒤 KBS 비리이사 해임 일정을 미룬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이하 새노조) 조합원 400여 명은 총파업 110일차인 22일 오전 11시께 방송통신위원회가 있는 과천정부청사 앞에 모여 방통위를 압박했다.

“촛불이냐 적폐냐 이효성은 선택하라”, “국정원이냐 고대영이냐 방통위는 결단하라” 이날 새노조 조합원들의 손에는 그동안 들지 않았던 문구가 적힌 피켓이 들렸다. 성재호 새노조 위원장은 “왜 우리가 이런 피켓까지 만들어야 하나. 왜 문재인 정부 방통위 앞에서 당신들이 촛불 편이냐, 적폐 편이냐 물어야 하는 것인가”라고 방통위를 향해 물었다.

▲ 22일 방통위(정부과천청사) 앞 집회에 참석한 KBS새노조 조합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22일 방통위(정부과천청사) 앞 집회에 참석한 KBS새노조 조합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방통위는 20일 ‘강규형 이사 청문 일정을 연기하라’는 자유한국당 항의 방문 이후 22일 예정됐던 청문일을 27일로 연기했다. 지난달 24일 업무추진비를 사적 유용한 KBS 이사진에 대해 한 달 내로 인사조치하라고 했던 감사원 권고는 지키지 못하게 됐다. 21일 성재호 위원장과 만난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규형 이사 청문 이후 방통위는 전체회의에서 해임안을 의결한 뒤 문재인 대통령에게 해임을 건의해야 한다. 강 이사 해임은 사실상 여권 보궐이사 선임과 이사회 재편, 고대영 사장 해임의 기본 전제다. 방통위가 머뭇거릴수록 KBS 파행은 길어진다. 방통위 관계자는 청문 연기의 경우 강 이사 본인의 요청도 있었으며, 연내 해임 처리가 미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광용 아나운서는 “KBS가 하루하루 망가지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딱 49일 남았다”며 방통위가 되도록 빨리 해임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한 새노조 조합원은 “홍준표냐 정우성이냐 상식적으로 판단하라”고 외쳤다. 배우 정우성 씨는 전날 KBS새노조에 응원 영상을 보냈다.

오태훈 새노조 부위원장은 “2015년 크리스마스 땐 박근혜를 뽑은 국민이 참 미웠지만, 5년뒤 새로운 촛불정국을 만들어준 은인이 됐다. 박근혜 방통위가 될 것인지 촛불국민의 방통위가 될 것인지 선택만 남았다”며 “26일 아침 11시 이곳에 모이겠다. 대통령에게 강규형 이사 해임을 건의할 때까지 이곳에서 방통위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 22일 KBS새노조 조합원 400여 명이 방통위(정부과천청사) 앞에 모여 조속한 KBS비리 이사 해임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22일 KBS새노조 조합원 400여 명이 방통위(정부과천청사) 앞에 모여 조속한 KBS비리 이사 해임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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