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동문사회를 중심으로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자랑스런 성균인상’ 수상에 대한 철회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성균관대 총동창회(회장 신윤하)는 오는 1월 예정대로 수상식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균관대 총동창회 관계자는 21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계획 변경 관련) 논의는 하고 있지 않다”면서 “지금 현재로선 철회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총동창회 관계자는 “수상자 선정은 동창회 내 절차를 거쳐서 하는 것이고 절차 과정에서 (황 전 총리가) 수상할 만하다고 결정된 것”이라면서 “의사결정을 한 동창회 임원들은 지금까지 생각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3월3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을 방문해 불법사금융피해자 및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국무총리실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3월3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을 방문해 불법사금융피해자 및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국무총리실

수상자 선정 기준에 대해 이 관계자는 “황 전 총리가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에서 국무총리 역할, 법무부 장관 역할을 성실히 잘 수행했고, 성대 출신으로서 국무총리를 했으니 훌륭하다 생각을 해 선정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자랑스런 성균인상’은 총동창회가 지난 2004년부터 매년 ‘자랑스러운 성균인상 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선정하는 상으로, 공직, 기업·금융, 문화·체육·예술, 과학·공학·의학, 언론·교육, 해외동문 등의 부문에서 3~5명이 선정돼왔다.

심사위원회에 속한 신윤하 총동창회장은 이날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황 전 총리 선정 이유에 대해 “심사위원회가 있어서 거기서 결정을 한 것”이라며 “여러가지 선정 기준이 있다”고 답했다. 심사위원회는 총동창회장이 구성하는 기구로 총동창회장과 공적심사위원장 두 명이 당연직으로 참여한다.

동문 내 높아지는 수상 반대 여론에 대해 신 회장은 “거기(반대 성명서) 나오는 게 전부가 진실은 아니고 왜곡된 것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총동창회측은 황 전 총리 선정 사실이 언론보도로 공개되기 전 일부 동문들로부터 공식적인 문제제기를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성균관대 민주동문회는 구두 전달, 항의 방문 등 2회 이상 총동창회 측에 황 전 총리의 수상 부적격성을 건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선정 과정에서도 총동창회 내 실무진 사이에서는 ‘지금 시점에 황 전 총리를 선정하면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오후 5시 기준 ‘황교안 동문의 자랑스런 성균인 선정 반대 서명’에 참여한 성균관대 재학·졸업생 수는 5일 만에 3600명을 기록했다. 반대서명을 주도한 ‘황교안 동문의 '자랑스런 성균인' 선정에 반대하는 성균인 일동’ 측은 이날 오전 9시까지 서명한 3500명 중 이름 게재에 동의한 동문 2480명의 이름을 “성균관대 동문들은 ‘부끄러운 성균인’ 황교안에 대한 자랑스런 성균인상 시상에 반대한다”는 선언과 함께 오는 22일 경향신문 전면 광고로 게재할 예정이다.

총동창회 측은 이날 반대 여론에 대해 ‘젊은이들 중심의 의견’이나 ‘일부 동문들의 주장’이라는 입장을 보였으나 총동창회 홈페이지 ‘묻고답하기’ 게시판에는 지난 15일 이래로 200여 개의 선정 반대글이 작성됐다. 해당 게시판은 동창회원들만 글 작성이 가능한 실명게시판이다.

반대 성균인 일동 측은 반대 성명서에서 “황교안 동문은 1700만 촛불의 심판을 받은 박근혜 정권의 핵심 인사로서, 법무부 장관 시절부터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 수사 방해 의혹, 세월호 수사 방해 의혹, 정윤회 문건 수사 외압 의혹 등에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또한 총리시절에는 5·16쿠데타가 ‘혁명’이라고 발언하고, 과잉의전으로 구설수에 올랐으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당시 총리로서 책임있는 당사자였다는 점에서 국민적인 지탄을 받은 인물”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성균관대의 교시인 인의예지와 (설립자) 심산 김창숙 선생의 항일정신, 반독재 민주정신에 비추어 볼 때, 총동창회의 이번 ‘자랑스런 성균인상’ 선정은 명백히 교시와 건학이념에 반하는 잘못된 결정”이라면서 “총동창회는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황 동문을 선정했는지 22만 동문 앞에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황 전 총리는 이와 관련해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요즘 일부 언론 등에서 나에 대한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언론, SNS에서 나에 대해 거론하고 있는 내용들은 거의 모두 거짓뉴스”라며 “거짓, 가짜뉴스를 특정 언론, 특정 세력이 반복적으로 왜곡 퍼뜨리고 있는 것”이라 비판했다.

황 전 총리는 오는 1월10일 오후 6시 서울 GS타워 아모리스홀에서 열리는 총동창회 ‘2018년 신년인사회’에서 해당 상을 받을 예정이다. 동창회원은 참가비 5만원을 내고 신년인사회에 참석할 수 있다.

총동창회는 시상 목적을 “사회 전체로 명망이 있거나 해당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동문으로서 모교의 명예를 드높였다고 인정되는 동문을 포상함으로써 개인의 명예와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모든 성균인의 표상으로 삼고자 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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