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규형 KBS 이사에 대한 해임 절차를 논의 중인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효성)가 20일 자유한국당의 항의 방문 이후,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언론단체들은 강규형 이사 해임을 더 이상 지체하지 말라는 성명을 발표해 방통위를 비판했다.

20일 오전 자유한국당 의원 12명은 방통위 회의에 앞서 항의 방문을 했다. 이날 취임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오늘 공식 업무를 방통위 방문으로 시작한다”며 “방통위가 언론을 탄압하고 장악하는 상황에, 정부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현실에 대해서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원내대표는 “업무비 350만 원 쓴 거 가지고 감사를 두 번이나 한다”며 “감사원이 하지 않고 방통위가 징계를 하고 있다”며 강규형 해임 논의를 반대했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 11일 애견카페 방문, 애견 동호회 회식 등 사적용도로 업무추진비 327만3300원을 쓴 사실이 적발된 강규형 KBS 이사에 대한 해임 건의를 사전 통보했다.

자유한국당의 항의 방문 이후 방통위 회의에서는 강규형 이사 해임에 대한 신중론이 제기됐다. 김석진 상임위원은 “공영방송 이사들의 해임과 관련한 처분이 불합리하고 무리하다”며 “심사숙고해서 신중하게 처리할 것을 계속 말해왔다”고 밝혔다.

표철수 상임위원 역시 “공영방송 이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선례가 남기 때문에 신중해야 하고, 면밀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효성 위원장은 “방통위의 방향성을 외부에서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제1야당이 오셔서 요구한 건 신중하게 처리해달라는 것”이라며 “좀 더 심사숙고해서 처리하는 게 모든 일에 있어서 가장 앞서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 이효성 방통위원장 ⓒ민중의소리
▲ 이효성 방통위원장. ⓒ민중의소리
예정대로라면 방통위는 강규형 이사에 대한 청문회를 22일에 진행하고, 이르면 26일 해임건의안이 의결하려 했다. 강규형 이사가 해임되면 KBS 이사진 구성이 여당 추천 6명, 야당 추천 5명으로 재편되고 고대영 KBS 사장 해임 절차에 나설 수 있게 된다.

하지만 20일 회의 이후 강규형 이사 해임이 연내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언론단체들은 방통위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은 ‘방통위는 더 머뭇거리지 말고 국민의 명령을 수행하라’는 성명을 통해 자유한국당과 방통위를 동시에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4기 방통위가 출범한 이후 자유한국당이 방통위로 몰려간 일만 벌써 세 번째”라며 “감사원이 요구한 인사 조처를 두고 원칙과 절차를 따르는 것이 어찌 ‘인민재판’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언론노조는 “이효성 방통위원장과 방통위는 더는 좌고우면하지 말아야 한다”라며 “적폐세력의 체면을 세워주느라 그 길 위에서 또 머뭇거리는 것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역시 성명을 통해 “방통위가 주어진 책무 앞에서 머뭇거리고 좌고우면할수록, 시대의 가치이자 과제인 KBS 정상화는 자유한국당의 의도대로 정치적인 이슈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며 “KBS가 더 이상 ‘죽은’ 공영방송이 아닌 진짜 공영방송으로 국민 앞에 설 수 있도록 방통위가 길을 열어야만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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