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출입기자단 사이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격앙된 분위기 속 청와대 참모진과 기자들이 질의응답을 하는 현장도 목격됐다.

시작은 중국 홀대론 보도에 대한 신경전이었다. 지난 15일 중국 측 경호원의 기자폭행 사건이 터지고 난 뒤 일부 언론에서 중국 홀대론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언론은 홀대론의 주요 근거 중 하나로 문재인 대통령이 ‘혼밥’ 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정상회담 중 발생한 기자폭행 사건을 충분히 설명하려는 자리였다. 하지만 이날 질문은 중국 홀대론에 집중됐다. 한 기자가 ‘대통령 공식 방중 일정 중 식사문제가 계속 나왔다. 사전에 의전비서관실에서 일정을 잡으면서 몇 번의 식사계획을 세우고 비워놨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했고, 관계자는 “첫날 아침 일반식당에서 식사한 것은 잘 준비된 기획 일정이었다. 많은 중국인들 가슴 속에 정말 낮은 자세로 걸어들어가는 그런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신뢰 회복의 가장 1단계라고 생각했고 잘 준비된 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가지고 혼자 밥을 먹었다고 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연이어 ‘국빈으로 중국을 방문했고 9~10번 식사 기회에 있었는데 한번 외에는 어떤 공개도 안 되고 있다’고 지적하는 질문이 나오자 “형식과 내용이 다 좋으면 바랄게 없지만 형식이 허술해도 내용이 알차면 성과를 거둔다고 생각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실용적인 성격이 해외 순방이나 정상외교의 일정에도 잘 반영되고 있다고 그렇게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혼밥을 중국 홀대론의 근거로 보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에둘러 답변을 내놓으면서도 언론과 관계를 위해 봉합하는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에도 ‘중국의 밥 먹는 문화를 고려한 일정이냐’ 등 혼밥 관련 질문이 계속되자 관계자는 두차례에 걸쳐 “식사 문제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불쾌한 뉘앙스로 말했다.

일부 언론이 혼밥 문제를 꺼내 중국 홀대론의 프레임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게 청와대 측의 불만이었는데 참모진과 기자들의 질의응답에서 양측의 복잡한 속내가 드러난 것이다.

두번째는 임종석 비서실장의 UAE 특사 파견과 관련된 언론 보도가 나오고 청와대가 이를 부인하면서다. 여러 차례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궁금증을 해소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실제 청와대 해명이 의혹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에 설득력이 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한미 합동군사훈련 연기 가능성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청와대 출입 기자단이 폭발하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대통령 전용 고속열차 안에서 진행된 NBC와 인터뷰에서 “한미 양국도 올림픽 기간 동안 예정돼 있는 합동군사훈련을 연기하는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 이미 나는 미국 측에 그런 제안을 했고, 미국 측에서도 지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한 기자는 “청와대에 수십 개의 매체를 놔두고 강원도로 가는 KTX 열차 안에서 외신과 인터뷰를 갖고 이런 중요한 메시지를 내놓는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소위 물 먹는 것과 별개로 기자들이 화를 내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미연합훈련 연기 가능성 메시지는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참가를 주저했던 미국을 향한 발언일 수 있지만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해법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에서 파급력이 큰 내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 평창 올림픽을 앞세워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만큼 한미관계, 북핵문제, 남북관계 모두 영향력을 미칠 수 있어 어느 선까지 조율된 내용인지도 따져봐야 하는 문제다.

청와대 출입 기자단은 NBC 방송 내용이 공개되기 전까지 인터뷰 내용이 평창 올림픽의 평화적인 개최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예상을 깨고 이 같은 발언이 나오자 부랴부랴 19일 밤늦게 속보를 내보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을 위해 급하게 20일 오전 기자들과 간담회를 잡았는데 출입 기자단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감지해 간담회를 열었다는 분석이다.

간담회 현장은 말그대로 격앙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기자들은 한미군사훈련 연기 가능성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을 집중 캐물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 발언이 미국 측과 조율을 거쳐 나온 내용이냐’는 질문에 “양쪽서 이야기는 계속 진행되는 걸로 안다. 그러나 그쪽에서 하겠다, 안하겠다, 이런 답변을 저희가 들은 건 없다”고 말했다.

기자는 ‘올림픽이 열리기 전 북한이 도발하면 훈련 연기 검토는 가능한가’라고 재차 질문했고 “당연히 연동될 수밖에 없다. 그때 가서 판단해야 할 문제지만 분명히 영향을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들의 질문은 임종석 비서실장의 UAE 방문 의혹설로 향했다. 청와대 관계자의 답변이 충분히 않다고 판단하자 한 기자는 이례적으로 “짜증난다”는 표현까지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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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기자는 “돌아가는 상황이 짜증난다. 상호협력 때문에 간 것인지 원전 때문에 간 것인지, 방산 협약 때문에 간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올해 안에 마쳐야 할 양국 간 문제가 있든지 아니면 단순 외교인지 종지부를 찍었으면 한다”고 해명을 요청했고, 관계자는 “확실하지 않게 보도한 건 언론이다”고 반박했다.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에서 원전을 수주하고 난 뒤 관계가 좋았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서 소원해졌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며 “UAE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국익 차원에서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지만 기자들은 “이명박 정부 때 좋았던 관계가 박근혜 정부 들어서 파트너십이 느슨해졌다고 판단하는 이유가 있느냐”고 파고 들었다. 이에 관계자는 “UAE가 받는 느낌이다. 포괄적으로 그런 느낌이 있었다고 한다”고 말해 의혹을 키웠다.

기자들은 ‘답변이 모호하면 해석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전 정부와 관련돼 소원해진 이유가 무엇이냐’, ‘이전 정부에서 서운한 것을 풀러 갔으면 알리고 싶지 않느냐’ 등 청와대 입장을 재차 물었다.

간담회가 끝나고 한 기자는 “기자들의 질문은 당연한 것이다. 궁금증이 여전히 풀리고 있지 않다. NBC 인터뷰도 사실상 국내 언론을 통해 나와야 될 내용이라고 본다. 솔직히 불쾌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자는 “코리아 언론 패싱이라고 말해도 부정할 수 없는 거 아니냐. 청와대도 문재인 대통령 발언이 나오고 언론과 관계를 고려해서 간담회를 잡았겠지만 현장은 일촉즉발이라고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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