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을 놓고 평가가 엇갈린다. 중국 홀대론을 놓고 옥신각신 중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원래 이번 순방 목적은 한중 경제적 교류를 활성화하고 관계를 푸는데 있었는데 언론이 사드 배치 문제를 얹으면서 성과를 가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한국과 중국 사이 경제적 문제는 해빙 모드로 돌아섰다고 볼 수 있을까’라고 질문할 수 있다. 이를 가장 체감할 수 있는 곳이 중국 수출 업체들이다.

미디어오늘은 지난해 11월 사드 배치와 박근혜 탄핵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중국에 수출하고 있는 중소기업 업체 대표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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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심재성 대표이사(제이앤피인터내셔널)는 “중소기업이 입는 피해는 즉각적이다. 가장 큰 사드 문제나 최순실 사태는 코리아라는 브랜드 가치에 대한 하락으로 직결된다”면서 “한국 브랜드는 한류와 함께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고, 중소기업들이 시장에 진출하고 선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그런데 정치적인 이슈로 코리아의 브랜드 이미지가 돌아섰다. 부정적 이미지가 만들어지면 독자적인 기술을 갖고 있더라도 중국 수출은 그냥 끝”이라고 호소했다. 제이앤피인터내셔널은 마리앤유(Mari & U)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13개국에 수출하고 있는 있는 회사다. 지난해 대중국 시장에 이상이 생기면서 타격을 입었다.

1년이 흐른 현재 상황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심 대표에 따르면 온라인상 직구로 중국에 화장품을 판매할 수 있는 보세구역(외국물건 또는 일정한 내국물건에 대하여 관세법에 의하여 관세의 부과가 유보되는 지역)은 폐지됐다. 중국 당국의 제품 위생허가도 여전히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높다. 특히 중국 단체 관광객의 비자 발급이 풀리지 않으면서 국내 중국 소비자 시장도 얼어붙었다는 게 심 대표의 진단이다.

심 대표는 “지난해 중국 관광객 비자 발급에 규제가 있었고 특히 단체 비자 발급은 신청을 해도 승인이 나지 않았다. 지금도 풀리지 않고 있다”며 “지난 9월에 중국 관광객이 크루즈호를 타고 단체로 제주도에 와서 쇼핑을 했다고 하고 언론에서는 풀린 것처럼 했지만 일회성에 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례로 제주도에는 중국 단체 관광객의 필수 코스인 사후 면세점 업체가 있다. 중국이 지난 5월 15일 단체 관광객의 비자 발급을 막으면서 사후 면세점이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단체 관광객이 오면 보통 버스 40대를 대절한다. 버스 1대당 매출이 5천여만 원 수준이다. 곱하기 40을 하면 어마어마한 매출액이다. 이 같은 수익이 0이 돼버린 것이다. 사후 면세점 업체들 중 동남아 시장을 잡고 있는 업체는 그나마 버티고 있지만 중국 시장을 겨냥했던 업체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고 한다.

한국 유학생 신분으로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물건을 파는 일명 ‘따이공’들은 중국 수출 시장의 일꾼으로 통했다. 이들이 중국에 수출하는 양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였는데 사드 정국에서 물건을 가지고 중국으로 들어가려는 따이공들은 세관을 통과 못하고 물건을 압수당했다.

심 대표는 “그들도 한류 수출 시장의 숨어있는 한 축이었다. 제품을 지인에게 보내고 그들이 판매하고 개미군단의 거미줄처럼 네트워크로 연결돼 입소문을 내고 홍보를 하고 수출을 했는데 모두 죽어버렸다”고 말했다.

올해 9월 중국 수출 최대 화장품 브랜드 ‘후’ 등을 생산하고 있는 LG생활건강은 올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겉으로 보기엔 성장한 것 같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업계소식통에 따르면 매출은 볼륨을 키우면서 증가하고 수치상 영업이익도 흑자일 수 있지만 이익을 냈다고 보기 어렵다. 면세점에서 중국 소비가 줄어들자 단가를 낮춰 프로모션으로 물건을 업자에게 넘기고 것으로 매출을 늘렸기 때문이다.

▲ 심재성 제이앤피인터내셔널 대표이사. 사진=이치열 기자.
▲ 심재성 제이앤피인터내셔널 대표이사. 사진=이치열 기자.

심 대표 업체도 상황이 좋지 않다. 심 대표는 “올해 정상적 흐름으로 보면 200-300억 원이 목표였고 월매출 20억원을 찍어야 하지만 올해 매출은 70-80억 원 정도로 끝났다. 3월 달 이후 급격하게 그래프가 꺾였다. 정확히 사드 배치 문제 논란과 겹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권 교체 이후 중국과 관계 회복 조짐은 보이고 있다는 게 심 대표의 생각이다. 다만, 심 대표는 현장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진단하는 것이 정부 당국자가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심 대표는 “정권이 바뀌고 한중간 이슈는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큰 이슈였다. 그걸 해결하고 잘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했고, 사드 이슈가 있으면 펑펑 터뜨리고 마치 경제적 문제를 가지고 퍼포먼스를 한 것처럼 했지만 현장에선 와닿지 않는 얘기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심 대표는 “중국 규제가 잘 풀리고 그러면 예전처럼은 안 되도 회복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소비자 니즈는 여전히 있다. 특히 젊은층이 크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국빈 방문 때 한류 스타를 노출시키고 있는 것도 브랜드 가치를 재고시키기 위한 노림수라는 분석이다.

▲ 청와대 공개한 문재인 대통령 중국 국빈 방문 B컷 사진.  청와대가 밝힌 사진 설명 내용 "시진핑 주석도 알아보는 송혜교! 이번 중국 국빈방문에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우리 스타들도 함께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추자현, 우효광 부부, 상하이에서 뛰고 있는 김연경 선수와 함께 배우 송혜교 씨를 소개하자 시 주석이 '잘 알고 있다. 이 분은 중국에서도 유명하다' 라고 답했습니다. 문화로 이어지는 한국과 중국의 우정이 더 돈독해지길 기대합니다."
▲ 청와대 공개한 문재인 대통령 중국 국빈 방문 B컷 사진.

청와대가 밝힌 사진 설명 내용
"시진핑 주석도 알아보는 송혜교!
이번 중국 국빈방문에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우리 스타들도 함께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추자현, 우효광 부부, 상하이에서 뛰고 있는 김연경 선수와 함께 배우 송혜교 씨를 소개하자 시 주석이 '잘 알고 있다. 이 분은 중국에서도 유명하다' 라고 답했습니다. 문화로 이어지는 한국과 중국의 우정이 더 돈독해지길 기대합니다."


심 대표는 “한국 브랜드 가치를 높인 가장 큰 공신은 무한도전이라고 생각한다. 예전 일요일 아침에 중국과 홍콩 사람이 일어나서 무한도전을 보고 웃었다. 이런 것들로 인해 좋은 감정이 생겼고 자연스레 한국 제품을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 제품을 팔기 위해선 브랜드 콘텐츠가 선봉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중국에서 콘텐츠 규제를 당하면서 덩달아 제품 소비까지 막히고 있다.

심 대표는 “한국 브랜드 콘텐츠가 다른 데로 대체되면 진짜 한류는 꺼져버릴 수 있다. 콘텐츠가 중요하다. 올해 중국의 모바일 쇼핑에서 소위 일본 화장품이 대박을 쳤다”며 “한국 제품을 가지고 수출했던 업체들에겐 대체할 수 있는 곳이 없다. 유럽과 미국은 다른 시장으로 본다. 후쿠시마 원전 등 리스크로 일본 브랜드 가치가 낮아졌지만 현재 일본한테 시장을 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중국 국빈 방문과 관련해 중국의 홀대가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심 대표는 섣불리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심 대표는 “중국 홀대론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는다. 다만 중국에서도 아주 극진하게 대우하는 액션엔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며 “어차피 시간은 걸린다. 콘텐츠가 좋은 활약을 해주면 1~2년 안에 또다시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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