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독립제작 ‘갑질’문제에 대한 종합대책을 발표했으나 MBC를 제외한 ‘갑질’ 당사자들은 침묵했다.

지난 19일 방송통신위원회 등 5개 정부부처가 공동으로 독립제작사 및 독립PD·작가에 대한 방송사의 불공정계약·인권침해 등 갑질 문제 개선을 골자로 한 ‘방송프로그램 외주제작시장 불공정관행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상파3사·종합편성채널을 통틀어 이 문제를 방송뉴스를 통해 보도한 곳은 MBC가 유일했다. 최승호 사장 취임 이후 임시체제로 운영되는 MBC 뉴스는 지난 19일 저녁 방통위 정책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는 것은 물론 자사의 갑질 사례도 정면으로 다뤘다.

▲ 지난 20일 MBC 뉴스 보도.
▲ 지난 20일 MBC 뉴스 보도.

MBC 뉴스는 “방송사의 불합리한 외주제작 관행을 근절할 종합대책이 방통위와 공정거래위 등 정부 5개 부처 합동으로 발표됐다”면서 △외주(독립) 인력의 보험가입 확인을 의무화해 제작현장 안전 강화 △갑질 근절 위한 인권선언문 만들어 방송사들이 준수하도록 강제 △방송사별 자체 제작단가를 방통위에 제출하도록 해 제작비 현실화 유도 △독립제작사 저작권 보호 등 정책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MBC 뉴스는 이 같은 대책이 나오게 된 원인으로 “지난 7월 EBS 프로그램을 제작하던 독립 PD가 아프리카 촬영 중에 사망하고, MBC ‘리얼스토리 눈’ 담당 PD는 독립 PD에 폭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는 등 방송사 외주제작 현실의 문제점이 드러난 데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동종업계인 EBS의 문제점을 언급하는 것은 물론 자사의 ‘갑질’사례도 드러낸 것이다.

그러면서 MBC뉴스는 “외주제작 업계에선 늦었지만 정부대책을 환영한다면서도 피해구제가 즉각적이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고 밝혔다”면서 독립PD들의 입장을 전했다.

뉴스가치 판단은 방송사의 고유 권한이다. 그러나 이번 종합대책은 5개 정부부처가 공동으로 발표한 데다 사람이 목숨을 잃는 등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던 독립제작과 관련한 첫 정부 정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더군다나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은 독립제작 문제의 당사자로 보도여부는 종합대책에 대한 해당 방송사의 태도와도 직결된다. 열악한 처우’ ‘제작비 후려치기’ ‘폭언욕설’ ‘일방적 저작권 귀속’ 문제는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그 어느 방송사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독립PD 123명 가운데 104명(84.6%)이 인격무시 발언을 들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MBN에서 교양프로그램 영상 제작을 맡은 독립 PD가 MBN 소속 PD에게 얼굴을 맞아 안면골절 부상을 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다수 방송사들은 이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박환성 PD와 독립PD협회가 EBS의 갑질 문제를 폭로하고, 열악한 여건 때문에 목숨까지 잃으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러나 현재까지 지상파 3사와 종편4사 메인뉴스에서는 관련 보도를 찾을 수 없었다. 방통위원장은 물론 국무총리까지 직접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유독 ‘방송’은 그때나 지금이나 침묵하고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