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의원이 박근혜 청와대 홍보수석 당시 KBS 세월호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부(부장검사 김성훈)는 19일 이정현 의원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2014년 4월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은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의 구조활동 문제를 비판한 KBS보도에 대해 김시곤 당시 보도국장에게 자제를 요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이 의원은 “이렇게 중요할 때 해경, 정부를 두들겨 패는 게 맞느냐”고 말했다. “KBS 뉴스를 대통령이 봤다”며 특정 시간대 정부 비판적 뉴스를 내보내지 말라는 요구도 했다.

녹취록을 공개한 전국언론노조 등 시민단체는 지난해 5월 이 의원을 고소했지만 검찰은 19개월이 지난 올해 10월에야 이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시민 9명으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가 이 의원이 방송법(제4조)을 위반했다고 판단함에 따라 이 의원에 대한 기소가 결정됐다.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이 의원은 방송 개입으로 형사 처벌을 받는 첫 사례가 된다.

▲ KBS 세월호 보도 개입(방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정현 의원.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KBS 세월호 보도 개입(방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정현 의원.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검찰 관계자는 “방송 자유 보장을 위해서 국가권력의 간섭은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며 “청와대 홍보수석의 업무 범위를 고려하더라도 단순 ‘항의’나 ‘의견 제시’를 넘은 ‘직접적 간섭’으로 판단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직권남용, 업무방해 등의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이 의원 청탁을 받은 당사자로 지목된 길환영 전 KBS 사장은 당시 방송사 내부자였다는 점에서 무혐의 처분됐다. 방송법이 ‘국가 권력’으로부터의 방송 독립과 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규정이라는 것이 검찰 측 입장이다.

언론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방송법 제4조 제2항은 ‘누구든지’ 방송에 개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며 “이 같은 해석은 방송사 내부의 부역자, 내부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이라고 반박했다. 언론노조는 이어 “이정현 전 홍보수석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유가족, 국민 앞에 사죄하라. 의원직도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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