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안에서 태양광과 풍력 발전 설비 건설 등의 비중을 늘리기로 한 것에 대해 조선일보가 비판하고 나섰다. 조선은 신규원전 건설하는데 25조원이면 충분한 것을 100조원이나 들이려한다며 지식도 없는 사람들이 원전 문제로 오기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일부 원전 전문가는 “조선일보야말로 오기로 원전 보도를 하는 것”이라며 원전 건설시 들어갈 사용후핵연료를 포함한 안전비용과 사회적 비용은 반영하지 않고 단순 계산으로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조선일보는 19일자 사설 ‘이번엔 100조원, 탈(脫)원전 ‘오기 정치’ 비용’에서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안을 통해 정부가 1.4GW짜리 새 원전 6기의 건설을 백지화하는 대신 2030년까지 태양광 33.5GW와 풍력 17.7GW 등 58.5GW의 신재생 발전 설비를 짓겠다는 계획을 두고 “95조~100조원이 든다는 얘기”라고 평가했다. 조선은 태양광·풍력의 이용률은 15%인데 비해 신규 원전 6기의 경우 80%인데도 신규 원전 6기를 짓는 데는 25조원만 든다며 “25조원 들여 원전을 지으면 공급할 수 있는 전기를 100조원 들여 풍력·태양광으로 해결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은 월성 원전 1호기 조계 폐로와 2029년까지 1차 수명이 만료되는 원전 10기의 수명 연장을 하지 않기로 한 계획을 두고 “이것들의 설비 용량을 모두 합하면 9.23GW”라며 “이것들만 계속 가동하더라도 100조원 들여 짓는다는 태양광·풍력에 맞먹는 전기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은 원전의 비용과 안전성에 대해 건설비 외에 ‘폐로 비용’ ‘고준위 방폐장 건설비’ 등을 감안해야 한다면서도 어차피 고준위 방폐장은 지어야 하고, 폐로비용은 다 합쳐봐야 1조원 수준이라고 썼다. 조선은 또 지금까지의 세계 원전의 사고 확률이 3000가동년(年)당 1회꼴이었으나 3세대 신규 설비의 사고 확률은 기존 설비의 10분의 1이니 사고 확률은 3만 가동년당 1회로 거의 무시할 수준이라고 가상의 주장을 폈다.

조선은 원전 논쟁을 두고 “완전히 정치화돼 있다”며 “기본 지식조차 없는 사람들이 이겼느니 졌느니 오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신문은 “정부 내 전문가들이 사실관계를 모를 리 없지만 이 오기 정치의 전위대로 내몰려 있다”며 “이 정부 5년 임기가 끝나면 모두 정상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기 중에 ‘대못 박기’한다는 월성 1호기 폐로부터 막아야 한다고 이 신문은 촉구했다.

▲ 경주에 있는 월성 1호기. 사진=연합뉴스
▲ 경주에 있는 월성 1호기. 사진=연합뉴스
▲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통상ㆍ에너지소위원회에서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 보고하고 있다.
▲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통상ㆍ에너지소위원회에서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 보고하고 있다.
앞서 조선은 18일자 1면 머리기사 ‘25조면 될 原電 대신 100조 신재생에 쓴다’에서도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해 월성원전을 설계하는데 참여한 원전 전문가인 이정윤 원자력안전과 미래 대표는 조선일보야 말로 오기로 원전 문제에 관한 기사를 쓰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1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사용후 핵연료와 원자력발전소의 안전 문제를 조금도 신경쓰지 않은 채 무조건 건설하는데 드는 비용만으로 펴는 논리”라고 지적했다.

이정윤 대표는 신규원전 6기 건설에 25조면 충분하다는 조선일보 주장에 대해 “사용후핵연료를 10만년간 저장해야 하는 비용은 왜 잡지 않는지 의문”이라며 “파이로 고속로를 통해 고준위 폐기물을 중저준위로 낮추겠다는 시도의 경우 아직 입증도 되지 않았으며, 폐기물이 더 많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는 “발전소내 임시 저장수조에서 안정적으로 옮겨 저장할 수 있는 비용, 그것도 10만년이나 저장할 비용, 안전 유지비용, 지역주민들에 대한 지원금 등은 왜 포함시키지 않느냐”며 “사용후 핵연료 처리비용만 30조 이상 들어갈 것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단순히 원전 건설하는 것만 25조, 30조라는 것일 뿐 조선일보의 주장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안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사업자 논리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수명 연장을 하지 않기로 한 원전을 계속 가동하면 100조원 들여 짓는다는 태양광·풍력에 맞먹는 전기를 안정적으로 생산한다는 조선일보 주장에 대해 이정윤 대표는 “이것이 미국식 방식으로, 수명관리를 통해 최신안전기준을 적용해 안전성을 높이면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안전성을 재평가하고 최신기준에 맞게 설비를 개선시키면 오히려 이미 들인 7000억 원 뿐 아니라 추가로 7000억 원이 더 들어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 한수원 스스로 폐로하겠다고 나올 것”이라며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안전성을 강화해 수명연장을 하면 경제성이 맞지 않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전성과 관련해 3만 년에 사고가 1번 날 것이라는 조선일보 추측에 대해 이정윤 대표는 자신이 한빛1호기 현장에서 본 사례를 토대로 “현재 한국 원전의 운영 현장을 가보면, 가동효율에만 집중해 사고가 언제 어떻게 터질지 안전문제는 뒷전”이라고 우려했다.

▲ 원자력 안전과 미래 이정윤 대표가 지난 2015년 5월13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모 카페에서 공개된 월성 1호기의 주기적안전성검토보고서 검토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원자력 안전과 미래 이정윤 대표가 지난 2015년 5월13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모 카페에서 공개된 월성 1호기의 주기적안전성검토보고서 검토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는 특히 지난해 2월27일 한빛1호기에서 발생한 원전 정지사고의 예를 들었다. 그는 “(사고) 원인이 진공상태를 유지해야 할 복수기에 공기가 들어갔기 때문인데, 이는 전기가 차단됐을 때도 고온고압의 증기(스팀)로 펌프를 돌려 냉각수를 공급할 수 있도록 돼 있는 최후의 안전보루가 이미 고장나있었다는 뜻”이라며 “언제 고장났는지도 몰랐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것이 우리 원전에 대한 안전관리 실태”라며 “조선일보는 이런 현장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원전의 기본 지식도 없는 사람들이 오기싸움을 벌인다는 조선 주장에 대해 이정윤 대표는 “맞는 말”이라며 “문제는 조선일보 자신들이 그러고 있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자신들이 원전 문제로 오기를 부리고 있으니 한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양광 풍력발전이 원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비싼 전기라는 주장에 대해 이정윤 대표는 “여러 측면에서 신재생에너지도 검증이 필요하다는 데엔 동감하지만, 그러면서도 늘려나가야 한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좋은 시도”라고 답했다.

한편, 25조면 될 원전 대신 100조를 쓴다는 조선일보 주장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도 지난 18일 해명자료를 내어 “신재생에너지는 초기 투자비가 높고 원전은 해체비용, 방폐물 관리비 등 사후관리비가 필요해 초기투자비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반박했다.

산업부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경우, 연료비가 없어 초기투자비에 비해 운영비가 거의 들지 않는 장점도 있고,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대부분 민간투자로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에너지신산업을 창출하는 효과도 있다”고 평가했다. 

산업부는 “신규원전 백지화와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관련하여 아직 사업자가 법률관계와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로 현 시점에서 비용을 확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월성 1호기 조기폐쇄에 따른 손실이 ‘1조4991억 원’이라는 조선일보의 주장에 대해서도 “단순히 남은 설계수명 기간 동안의 전기판매수입만 합산하고 비용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잘못된 추산”이라고 반박했다.

▲ 조선일보 2017년 12월19일자 사설
▲ 조선일보 2017년 12월19일자 사설
▲ 조선일보 2017년 12월18일자 1면
▲ 조선일보 2017년 12월18일자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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