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방송의 소유-경영 분리는 해묵은 과제다.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추혜선 정의당 의원·윤종오 민중당 의원·전국언론노동조합은 19일 오전 국회에서 ‘민영방송의 공공성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민영방송 노동자들은 대주주의 전횡을 정부가 나서서 규제하고 방송사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방송통신위원회는 ‘법적 근거’를 이유로 규제의 어려움을 주장했다.

민영방송에 대해 방통위가 재허가·재승인 심사를 하지만 규제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왔다. 김동원 전국언론노조 정책국장은 “재허가 기간 3~4년이 지나면 새로운 사업자들이 진입할 수 있는 경쟁체제가 아니라 특정한 권역 내에서 특정 사업자에게 독점적 사업권을 보장하는 형태가 됐다”며 “(민영방송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신규 인력 채용은 정체되며 지역 자본과 유착 가능성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6일 과천정부청사에서 문재인 정부 방통위 정책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6일 과천정부청사에서 문재인 정부 방통위 정책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천대성 지역민방노조협의회 정책실장(언론노조 TBC지부장)는 “방통위 계획안을 보면 ‘소유규제 완화’라는 부분이 있는데 방통위의 의도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김동원 정책국장은 “2004년 방송위원회 재허가 심사 결과를 보면 민영방송은 소유·경영 분리가 바람직하다는 내용이 있는데 2010년, 2014년에도 그대로 들어가있다”고 지적했다. 방통위가 대주주를 규제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민방 노동자들은 대주주의 방송 영향력을 줄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윤창현 방송사노조협의회 의장(언론노조 SBS본부장)은 2009년 미디어법 제정의 의미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의장은 “종편은 보수족벌신문들에게 더 큰 마이크를 달아주는 집권세력 의도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민방 대주주들은 자기 지분을 늘렸다”고 지적했다. 당시 대주주는 방송사 지분을 최대 30%까지 소유할 수 있었지만 40%로 늘어났다. 

윤 의장은 “최근 민주주의 후퇴가 일상화됐지만 거꾸로 시민사회의 의식은 고양됐다. 이 과정을 통해 민방 주주들이 추구하는 이익실현의 요건은 공공성을 구현하지 않고서는 실현할 수 없게 됐다. 최순실 사태에서도 드러나지 않았나. 공공성을 확보하는 문제가 광고수주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에 이르게 됐다”고 주장했다. 민방의 소유·경영 분리는 이제 생존의 문제가 됐다는 뜻이다.

▲ 박정훈 SBS 사장(왼쪽)과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이 지난 10월13일 사장 임명동의제를 합의했다. 사진=SBS 제공
▲ 박정훈 SBS 사장(왼쪽)과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이 지난 10월13일 사장 임명동의제를 합의했다. 사진=SBS 제공

SBS의 사장과 주요 보직에 대한 임명동의제는 소유·경영 분리를 위한 효과적인 수단으로 꼽힌다. 윤 의장은 “사장 임명동의제가 방통위 재허가 조건으로 부과돼 공공성 회복과 민방 정상화의 주춧돌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대성 정책실장 역시 “방통위가 사장 임명동의제를 지역방송사 재허가 준수 사항으로 도입하면 전문경영인들도 대주주만 바라보지 못할 것”이라며 “지역MBC 등에서 요구하고 있는 사장 추천제도도 독립적인 경영을 하는데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장 임명동의제가 확대되면 방송사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유진영 언론노조 OBS희망조합지부장은 “OBS는 지난 10년 간 10명의 사장을 맞이했다”며 “매체의 비전과 경영의 방향이 잡히기도 전에 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경영인 체제의 전제조건은 구성원의 탄탄한 지지다.

OBS의 경우 새 사장이 왔지만 부사장 등 주요 보직자 인사를 보름 넘게 내지 못하고 있다. 외부인사라 분위기를 파악해야 한다는 명분은 있지만 대주주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이는 OBS 뿐 아니라 다른 민방들도 겪는 문제다. 김동원 정책국장은 “사장은 수시로 바뀌고 내부 종사자들은 중앙정부 등에 로비하는 등 비정상적인 업무를 담당하게 되면서 동기부여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OBS 본사. 사진=OBS 제공
▲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OBS 본사. 사진=OBS 제공

지역 민영방송이 지역 공동체와 분리돼 있는 것도 문제다. 김동원 국장은 “케이블 방송 변경허가 같은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이 의견을 낼 수 있는데 지역 민방은 지자체가 의견을 표출할 수 없다”며 “민방 사주들의 수익 전략은 결합판매 완화 등 중앙정부·국회를 향한 지대추구가 유일한 전략이 됐다”고 꼬집었다. 또한 “대전·부산 민방 등에 재허가 심사위원으로 소비자 대표가 들어오는 데 지역 대표는 한명도 없다”고 지적했다. 지역 민방에서 지역 이슈를 적극적으로 담아낼 유인이 없는 것이다.

방통위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규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고낙준 방송통신위원회 지상파방송정책과장은 “소유·경영 분리에 대해 발전이 없다는 지적이 있는데 조금씩 추가는 하고 있고, 사실 소유·경영 분리 관련 법 조항이 아무것도 없다”며 “전문경영인을 도입하라는데 그것 역시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답했다. 이에 윤 의장은 “그럼 국회에서 법 만들 때까지 기다려야 하느냐”며 “방통위는 재허가 심사라는 유효한 규제의 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SBS 구성원을 비롯해 민방 노동자들이 사장 임명제를 재허가 조건으로 만들어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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