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환성·김광일 두 독립PD가 아프리카에서 사고를 당한 후 5개월 만에 정부가 ‘대책’을 내놓았다.

방송통신위원회·과학기술정보통신부·고용노동부·문화체육관광부·공정거래위원회는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브리핑을 열고 ‘방송프로그램 외주제작시장 불공정관행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종합대책은 △방송제작인력 안전강화 및 인권보호 △근로환경 개선 △합리적인 외주(독립)제작비 산정 및 저작권 배분 △외주(독립)시장 공정거래 환경 조성 △방송분야 표준계약서 제·개정 및 활용 확대 등 5개 핵심 개선과제와 이에 따른 16개 과제로 나뉜다.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정부청사에서 독립제작 불공정관행 개선 종합대책과 관련한 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정부청사에서 독립제작 불공정관행 개선 종합대책과 관련한 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방통위는 방송사 재허가 조건에 ‘독립제작’과 관련한 조건을 부과할 계획이다. 

방통위는 독립제작 프로그램 제작비를 방송사별로 제출받고, 합리적인 단가 산정 여부를 재허가 조건으로 부과한다. 방통위는 “방송사 자체제작 프로그램 제작비와 독립 제작사 제작 프로그램 제작비 간 격차를 최소화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제작비가 현실화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촬영 때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다 사고를 당한 박환성·김광일 PD와 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 방통위는 ‘외주제작사와 계약시 방송제작 인력에 대한 상해보험 및 여행자보험 가입 확인 등 안전대책 적용’을 재허가 조건으로 부과한다. 또한 방송사 재허가 심사에 반영되는 방송평가에 표준계약서 활용의 적정성 부문에도 ‘상해 및 여행자 보험 가입 확인 여부’가 신설된다.

이 외에도 방통위, 문체부, 과기정통부는 방송사 및 독립제작 관련 협회 등과 함께 인권선언문을 제정하고, 준수여부를 방송사 재허가 조건으로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독립제작 문제와 관련한 내용은 이번 지상파 재허가 심사 때도 재허가 조건에 부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받아온 ‘갑질’과 관련한 내용은 방통위가 재허가 조건에 반영하거나 즉각적으로 제재하는 대신 방송법 개정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방통위가 제시한 방송법 개정안은 △방송사-독립제작사 간 자의적 협찬 배분 △저작권 양도 강요 △계약서 작성거부 등을 방송법상 ‘금지행위’에 포함하는 것이 골자다.

제한적으로 도입된 표준계약서는 확대된다. 문체부는 기존 방송프로그램 제작 표준계약서 외에 ‘방송작가 집필표준약서’를 제정해 원고료, 저작권 등 대본과 관련한 작가와 방송사 간 권리와 의무관계를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방송사와 독립제작사 간 ‘방송업종 표준하도급 계약서’에 대한 실태점검 및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내용을 개정할 계획이다.

또한 이들 부처는 저작권 및 수익배분 등 핵심조항이 제외된 표준계약서의 형식적 사용을 막기 위해 사용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특히, 하도급 법에서는 불공정 특약을 금지하고 있으나 방송표준계약서에는 특약 제한이 없어 독립제작사나 PD가 제작한 콘텐츠의 저작권을 방송사가 독점하는 등 불공정한 특약 체결사례가 발생해왔다.

노동부는 방송 분야를 연장근로 한도인 주 12시간이 적용되지 않은 특례업으로 지정한 기존 법을 단계적으로 폐지 또는최소화하기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한다. 또한 독립제작사를 근로감독 대상에 포함하고 최저임금, 임금체불, 장시간 근로 등 취약사항에 대한 집중 근로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문체부와 방통위는 콘텐츠 상생 신고센터를 합동으로 운영하고 계약서 미작성, 구두계약, 인권침해 문제에 대응한다. 방송사를 대상으로 한 각종 정부 지원 사업 때 불공정 문제가 있을 경우 지원을 하지 않거나, 독립제작사에 여건을 보장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적용한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이번 대책을 통해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며 “방송시장이 건전하게 발전하고, 독립제작 인력이 인격적 대우를 받게 하고 근로여건을 개선함으로써 (독립제작이) 양질의 일자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정부부처가 합동으로 실시한 독립제작 실태조사 결과는 발표되지 않았다. 문체부 관계자는 “현장점검 및 실태조사 결과를 정리하는 단계”라며 “내년 초 콘텐츠진흥원과 함께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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